산불 뒤 폭우…토석류 ‘예측·대응’ 기술 시대 열리나
사방댐 입지·대피 구역 설정까지 활용 기대

산불 이후 이어지는 극한 강우로 흙과 돌, 나무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토석류 재난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이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주목된다.
특히 영남권 산불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산지 안정성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여름철 집중호우와 맞물린 2차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어 정밀한 대응 기술 확보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극한 강우 이후 산사태에서 토석류로 이어지는 재해 흐름을 분석하고 피해 범위를 예측할 수 있는 2차원 토석류 모델 'KIGAM-DF'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토사뿐 아니라 암석과 유목까지 함께 고려해 토석류의 이동과 확산을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산불로 식생이 훼손된 지역은 비가 내릴 경우 토양을 붙잡아주는 힘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산사태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흙과 돌, 나무 등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오는 토석류로 이어질 경우 단순 산사태보다 훨씬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경북 북부와 경남 산청 등지에서는 집중호우 이후 토석류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며 재난 대응의 사각지대가 드러난 바 있다.
특히 산불 피해 지역은 지반이 약화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강우가 반복될수록 위험성이 누적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대응의 시급성이 강조된다.
KIGAM-DF 모델은 토석류 발생부터 이동, 퇴적까지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에는 물의 흐름 중심으로 재해를 분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기술은 토사와 암석, 나무 등 실제 피해를 유발하는 요소까지 함께 고려해 보다 현실적인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당 모델을 과거 사례에 적용한 결과 약 85~90% 수준의 높은 예측 정확도를 보였다.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와 2023년 경북 예천 일대 토석류 발생 지역에 적용한 분석에서도 실제 피해 범위와 유사한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기술은 단순 예측을 넘어 방재시설 설치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방댐과 같은 구조물은 설치 위치에 따라 효과가 크게 달라지는데 KIGAM-DF는 토석류 흐름을 분석해 최적의 입지를 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제한된 예산 안에서 방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적 활용 가능성도 기대된다.
현장 대응에서도 위험 지역을 사전에 특정해 주민 대피와 통제 구역 설정 등 실질적인 재난 대응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를 이끈 김민석 지질재해연구실장은 "산사태 이후 토석류로 이어지는 복합 재해의 위험 범위를 정량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취약지역 대응에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현재 이 기술을 영남권 산불 피해 지역과 산청군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지역에 적용해 토석류 위험성을 평가하고 있다.
향후에는 다양한 지형과 기후 조건을 반영해 모델을 고도화하고 국가 재난 대응 체계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기존의 사후 대응 중심 재난 관리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산불과 폭우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복합 재난'이 증가하면서 사전 예측과 대응 전략 수립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치권과 지자체에서도 산불 이후 토석류 위험 지역에 대한 선제적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기술이 재난 대응 체계 전환의 계기가 될지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