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과정에 가격표…K-웨딩은 소비의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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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좁디좁은 문을 뚫고 들어가기 위해 모두 같은 모양의 열쇠를 얻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한다. 결혼을 위한 프러포즈, 프러포즈를 위한 대행 업체 계약, 상견례용 원피스 구매, 예물·예단 리스트는 시작일 뿐이다. 하객을 초대하기 위한 청첩장, 청첩장을 만들기 위한 스튜디오 촬영, 스튜디오 촬영을 위한 드레스 대여, 드레스 대여를 위한 숍 투어, 숍 투어를 위한 메이크업 예약, 메이크업 예약을 위한 테스트 메이크업, 테스트 메이크업 할인을 받기 위한 패키지 계약. 끝없는 소비의 항연, 그 중간 어딘가에 우리의 소중한 결혼식이 놓여 있다."
결혼식이라는 의례를 통해 웨딩 산업의 구조, 그리고 현대사회의 소비주의적 문화를 낱낱이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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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드메’부터 식사와 축의금까지
- 과시문화 변질된 웨딩산업 고발
- 고객·업계종사자 인터뷰 등 담아
- 계산적으로 변한 하객도 꼬집어
“우리는 좁디좁은 문을 뚫고 들어가기 위해 모두 같은 모양의 열쇠를 얻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한다. 결혼을 위한 프러포즈, 프러포즈를 위한 대행 업체 계약, 상견례용 원피스 구매, 예물·예단 리스트는 시작일 뿐이다. 하객을 초대하기 위한 청첩장, 청첩장을 만들기 위한 스튜디오 촬영, 스튜디오 촬영을 위한 드레스 대여, 드레스 대여를 위한 숍 투어, 숍 투어를 위한 메이크업 예약, 메이크업 예약을 위한 테스트 메이크업, 테스트 메이크업 할인을 받기 위한 패키지 계약…. 끝없는 소비의 항연, 그 중간 어딘가에 우리의 소중한 결혼식이 놓여 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비슷한 경험을 한다. 한국의 웨딩 산업 구조 때문이다. 혼인율과 출산율이 줄고 있다는데, 결혼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웨딩 산업도 규모가 줄어들 것 같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웨딩 산업은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결혼식에 드는 비용은 물가상승률을 훌쩍 웃도는 속도로 오르고 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만의 결혼식을 만들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은 사람 말고는 ‘K-웨딩의 소비’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다. 마치 정해진 순서대로 모두 이행해야 하는 것처럼 내몰린다.
이소연의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은 결혼식을 준비한 경험이 있는 이들과 웨딩 업계 관계자 수십 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저자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의 결혼식 문화를 분석한 르포르타주다. 결혼식이라는 의례를 통해 웨딩 산업의 구조, 그리고 현대사회의 소비주의적 문화를 낱낱이 비춘다.
패션 산업의 실태를 고발하고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실천담을 담은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후위기를 지구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생존의 문제로 바라본 ‘기후위기? 인류위기!!!’ 등의 책을 쓴 이소연 저자는 결혼식을 앞두고 받아 든 긴 소비 리스트 앞에서 질문을 던진다.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하는 자리를 위해 끝도 없이 소비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결혼식은 어느덧 “자본과 취향이 기호로 변환되어 전시되는 장의 완벽한 예시”가 됐고 의례로서 본래의 기능과 역할이 희미해졌다고 말한다. 결혼식장 규모와 위치, 식사, 신랑 신부의 턱시도와 웨딩드레스 등 모든 것이 비교와 평가의 대상이다. 그리고 하객들은 결혼 당사자들의 ‘취향’을 통해 그들과 부모님의 사회적 위상과 자본력을 자연스럽게 읽어낸다.
게다가 결과물들이 SNS에 게시되어, 나를 잘 아는 사람들부터 전혀 모르는 사람들까지 본다고 생각하면 완벽한 장면을 연출하고자 하는 마음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거기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면 정작 주인공으로서 결혼식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
결혼식의 의미를 잃어버린 건 하객들도 마찬가지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단순히 친구를 축하한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진다. 브라이덜 샤워를 해줘야 할지, 청첩장 모임에 참석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친분의 정도와 청첩장 모임 여부에 따라 적정한 축의금 액수도 계산하고, 적당히 격식을 차리면서도 신부와 신랑보다 눈에 띄지 않을 ‘하객룩’을 준비해야 한다. 결혼 당사자들이 열심히 준비한 결혼식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하객도 소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이것저것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축하와 축복이라는 본래의 목적은 슬며시 잊힌다. 식사가 별로였다는 불만, 축의금이 적더라는 뒷담화가 나오기라도 하면 친구 사이의 우정도 사라지고 만다.

완벽한 하루를 위해 설계된 소비의 함정, 사랑에 가격을 매기는 산업. 결혼식이 위험하다. 우리는 어떤 결혼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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