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 로켓배송 이은 승부수…물류 자율주행 실험

고은이/안정훈 2026. 4. 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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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도입 확산…물류산업 대변혁 예고
삼다수·이마트24도 시험 운행
물류 회전율 극대화·비용절감
운송인력 고령화로 도입 빨라질듯
< 텍사스 달리는 오로라 자율주행차 > 미국 자율주행 기업 오로라의 자율주행 트럭이 미국 텍사스주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오로라 제공


쿠팡이 물류센터 간 화물 운송(미들마일)과 센터 자동화 공정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테스트에 나섰다. 국내 고속도로 전 구간에서 조건부 자율주행이 허용되고 전문 기업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자 국내 최대 e커머스 업체가 기술 실증에 들어간 것이다. 쿠팡이 자율주행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면 국내 유통업계에 자율주행 기술 도입이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 자율주행 테스트 시작

9일 모빌리티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라이드플럭스 등 국내 복수의 자율주행 기술 기업과 물류 시스템에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일부 기업과는 계약을 마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하차 도킹과 물류센터 간 화물 운송 등에 기술을 도입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쿠팡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여러 기업과 협의하며 도입 방향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 물류 자율주행은 ‘표준’이 없기 때문에 외부의 여러 기술과 섞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래 물류 기술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물류망을 효율화하려는 시도다. 쿠팡과 협업 중인 자율주행 기업 관계자는 “비교적 짧은 구간부터 시작해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점진적으로 적용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물류센터와 미들 마일 등 조직마다 팀을 꾸려 자동화 기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여러 업체와 손잡고 동시에 테스트하는 것은 특정 기술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구간·용도별 최적의 솔루션을 찾겠다는 의미다.

물류센터 간 반복 운송은 주로 고정된 고속도로 노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자율주행 도입 문턱이 낮다. 해외에서도 월마트(협업 기업 가틱), DHL(오로라) 등이 이 구간에서 가장 먼저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미들마일 자율주행을 도입하면 물류 회전율을 극대화해 ‘로켓배송’ 마진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인건비 절감뿐 아니라 24시간 운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쉬지 않고 연속 운행하는 게 가능해지면 물류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유통업체가 자율주행 업체와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관계자는 “올해 들어 주요 유통사와 물류사로부터 오는 연락이 작년의 몇 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했다. 쿠팡이 새로운 모델을 도입하면 나머지 기업이 ‘쿠팡 모델’을 따라 하는 식의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주삼다수도 라이드플럭스와 협력해 제주도 본사 공장에서 회천 물류센터까지 약 16㎞ 구간에서 25t급 자율주행 운송을 시험 중이다. 차량이 특정 조건에서 스스로 주행하되 비상시 운전자가 개입하는 방식이다. 이마트24도 자율주행 기술 기업과 손잡고 일부 물류 노선에 고속도로 자율주행을 적용했다. CJ대한통운과 현대글로비스,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물류사도 고속도로 등에 조건부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대기업 도입 후 점진적 파급”

쿠팡의 자율주행 실증은 미국 월마트가 2020년 처음 시도한 물류센터 간선망 테스트 단계에 해당한다. 해외와 비교하면 5년가량 늦은 셈이다. 다만 한국은 국토가 좁고 물류 거점 간 거리가 대부분 100~200㎞ 이내로 짧아 한번 물꼬가 터지면 미국보다 상용화 속도가 빠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세대(5G) 통신망이 전국에 깔려 있어 V2X(차량·사물 간 통신) 구현에도 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3월 국내 고속도로 전 구간(44개 노선·5224㎞)이 자율주행 시범운행 지구로 지정된 것도 호재다.

자율주행 도입은 물류 운송 인력난 해소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국내 물류 운송 인력은 빠르게 고령화하는 추세다. 야간·장거리 노선은 기피 현상이 뚜렷해 운송 단가가 올랐고 일부 구간은 기사 공급 자체가 불안정하다. 현재 논의되는 택배기사 야간노동 주 46시간 제한이 현실화하면 심야 간선 운송 인력이 구조적으로 부족해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벽 배송이 핵심 경쟁력인 쿠팡에 물류 효율화는 생존의 문제”라며 “자율주행 트럭은 근로자 피로도와 근로 시간 문제가 없어 노동 규제 강화가 역설적으로 자율주행 투자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안정훈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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