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에 '종교 예외 조항' 넣자? 해외 사례 살펴보니

엄태빈 2026. 4. 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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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빛 논문 발표회 1주 차…장예정 '차별금지법상 종교 예외에 대한 연구'
미국 '종교 기관 자율성 존중', 캐나다·유럽·호주 등 '엄격한 비례성 요구'
"미국식 특혜보다 보편적 평등 원칙 세워야"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 때마다 보수 개신교계는 '종교 예외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종교 단체가 운영하는 기관·시설에서는 교리에 반하는 행위를 규제하거나 비종교인의 고용을 제한하더라도 이를 '차별'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미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해외 국가들은 종교 예외 조항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기독여민회·믿는페미·차별과혐오없는평등세상을바라는그리스도인네트워크·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별너머·큐앤에이는 4월 8일 서울 종로구 4·16연대에서 '법, 낙인, 혐오: 우리를 설명하는 방식에 맞서'라는 주제로 무지갯빛 논문 발표회를 열었다. 첫번째 발표자로 나선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장예정 상임집행위원장(숙명여대 법학과)는 자신의 석사 논문 '차별금지법상 종교 예외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종교 예외 조항이 해외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한국에서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종교 예외 조항을 도입하는 것이 유의미한지 소개했다. 
4월 8일 기독교 내 차별금지법·페미니즘·퀴어 활동가들이 현장에서의 고민을 담은 논문을 발표하는 무지개빛 논문 발표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장 위원장은 미국의 경우 종교 기관의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라고 했다. 종교 단체가 운영하는 체육관에서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엔지니어를 해고한 아모스 사건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해당 조치를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종교와 직접 관련 없는 세속적 업무더라도 종교 단체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독교인을 고용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반면 캐나다·유럽·호주 등은 종교의자유가 '평등권'이라는 공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엄격한 비례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캐나다에서는 동성 성관계를 금지하는 서약을 입학 조건으로 내건 TWU 대학의 로스쿨 인가를 거부한 것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공익이 종교의자유보다 우선한다는 취지였다. 유럽사법재판소 역시 독일 에겐베르거 사건에서 인권 보고서 작성 업무의 고용 요건으로 기독교 신앙을 요구한 단체에 대해 "직무상 객관적이고 필수적인 요건임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장 위원장은 "미국처럼 종교라는 이름으로 무한정 예외를 인정하는 국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국가가 종교 단체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공적 영역의 서비스 제공이나 고용 평등을 해치지 않도록 세밀한 사법 심사를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예정 위원장(왼쪽)과 사회를 맡은 평등세상 정혜진 집행위원장. 뉴스앤조이 엄태빈

한국에서도 차별금지법에 종교 예외 조항을 포함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고 이상민 의원은 평등법 발의를 앞두고 '종교 예외 조항'을 삽입하려고 했다. "사회 상규에 반하지 않는 특정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집회, 단체 또는 그 단체에 소속된 기관에서 해당 종교의 교리·신조·신앙에 따른 그 종교의 본질적인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행위"를 차별의 예외로 인정해, 종교계가 활동 위축을 우려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상황을 해소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당시 인권 단체의 반발로 최종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장예정 위원장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종교 예외 조항을 추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미국의 '성직자 예외 법리'나 폭넓은 종교적 면책은 미국의 역사적·제도적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이며, 이를 한국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판례 중심 국가이고 종교의 자율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고유의 맥락이 있다"며 "미국식 경향이 반드시 정답인 양 들여오는 논리는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특정 종교계의 요구를 반영한 폭넓은 예외 조항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은 특정 종교가 과반을 점유하지 않는 '다종교 국가'이자 종교인이 인구 절반에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차별금지법 안에 포함된 '진정 직업 자격'(직무 수행에 필수적인 자격을 요건으로 두는 경우 차별로 보지 않는 조항 - 기자 주)으로도, 성직자를 임명하는 등 종교 본연의 자율성은 충분히 보장될 수 있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종교 예외 조항이 '성역'을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다원화된 사회에서 서로 다른 가치가 어떻게 공존할지를 고민하며 도출한 세밀한 '조정안'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종교계를 달래기 위한 특혜성 예외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정당한 이유 없는 차별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그 자체"라고 말했다.

무지갯빛 논문 발표회는 3주에 걸쳐 기독교 내 차별금지법·페미니즘·퀴어 운동 활동가들이 발표한 석사 논문을 소개하는 자리다. 4월 15일에는 큐앤에이 서다은 활동가의 석사 논문 '여성 퀴어 크리스천의 섹슈얼리티 경험 연구: 혼전순결' 담론을 중심으로', 4월 22일에는 믿는페미 배지은 활동가의 석사 논문 '동성결혼에 대한 언론 보도 및 댓글 분석: 언론사의 정치적·종교적 성향에 따른 주제, 프레임, 취재원, 낙인 요소를 중심으로'를 다룰 예정이다. 

엄태빈 scent00@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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