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밑, 공직자의 영혼을 팝니다

김대호기자 2026. 4. 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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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공천장이 곧 본선 당선으로 통하는 경북지역, 포항에서도 지난 2일 최종 후보가 발표됐다.

'보수 성지'라 불리는 이곳에서 국민의힘 공천장이 곧 당선증으로 통용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공천발표는 사실상 차기 시장을 낙점하는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에 토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중차대한 시점에 시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기대보다 우려에 가깝다.

4년 전, 전임 이강덕 시장의 컷오프 위기 속에서 유력 후보 캠프에 전화를 걸어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모든 것을 드리겠습니다"라며 충성 맹세를 했던 공무원의 이야기는 웃어넘길 수 없는 참혹스런 에피소드이다.

영혼을 팔아 도박을 걸었던 그 인사는 시장이 살아돌아오자 재빨리 태세를 바꿨고 이후 승진해 아직도 공직에 있다. 이러한 '줄서기 성공 신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인사권자의 눈치를 살피는 수많은 공무원에게 위험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3선 시장이 떠난 자리 이번 국민의힘 포항시장 후보 경선 과정은 치열했다. 경선 과정이 치열할수록 공무원들의 노골적인 개입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승진과 보직을 담보로 한 '정치적 거래'의 유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했을 터이다.

이번엔 유력 후보에게 줄서기 베팅을 한 공무원들은 없었을까. 또한 어디 포항만의 이야기겠는가.

공직자의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죄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선거 관여 금지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엄중한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또한 지방공무원법은 정치적 중립 위반을 파면이나 해임에 처할 수 있는 중징계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공무원의 선거법 위반은 공소시효가 무려 10년이다.

법은 이토록 서슬 퍼렇게 살아있건만, 행정의 현장에서는 왜 '영혼을 파는 행위'가 나타날까.

최종 공천자가 가려지고, 누군가는 환호하고 누군가는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시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특정 후보의 승리가 아니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해바라기처럼 고개를 돌리는 공직자가 아니라, 오직 시민만을 바라보는 '영혼 있는' 행정이다.

줄을 잘 서서 얻은 보직은 시민에 대한 배신이며, 그 대가는 반드시 혹독해야 한다. 6월 3일 4년을 책임질 시장 군수들이 결정된다.

하지만 말 없는 유권자들은 공무원들이 누구에게 머리를 조아리는지 조용하지만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아닌 시장과 군수만을 바라보는 공무원들에게 엄중히 고한다. "정도껏 하시라"고.

김대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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