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아르테미스 2호와 K-라드큐브

강희 2026. 4. 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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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만에 인류가 다시 달에 다가갔다. 1일 발사된 아르테미스 2호는 달 뒤편에서 촬영한 ‘지구넘이(Earthset)’ 사진을 지구로 보내왔다. 월평선(月平線) 너머로 푸른 지구가 가라앉는 장면은 경이롭고 장엄하다. 1968년 아폴로 8호가 남긴 ‘지구돋이(Earthrise)’ 사진이 연상된다. 달 주위를 돌며 관측 임무를 완수한 아르테미스 2호는 무사 귀환만을 남겨두고 있다. 10일 오후 8시 7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샌디에이고 연안 해상에 안착하게 된다.

아르테미스 2호에는 한국이 만든 K-라드큐브가 탑재됐다. 가로 36.5×세로 23.7×높이 22.2㎝, 무게 19.6㎏ 책가방 크기다. K-라드큐브는 지구 고궤도(HEO)를 돌며 우주방사선 데이터를 수집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K-반도체도 함께 실렸다. K-반도체가 극한의 우주방사선 속에서 버텨내는지도 가늠해볼 계획이었다. K-라드큐브가 고도 약 4만㎞에서 사출된 지 2시간 30분 만에 스페인 지상국에서 신호가 감지됐다. 수차례 교신을 시도했지만 아쉽게도 판독이 어려운 오류신호였다. 결과적으로는 교신 실패다. 하지만 유인 탐사선 탑재와 정지궤도 너머 운용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다.

K-라드큐브가 아르테미스 2호에 실리기까지는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NASA(미국 항공우주국)는 2023년 10월 아르테미스 2호에 한국의 큐브위성을 실어 주겠다고 제안했다. 우주개발 R&D 예산을 줄줄이 삭감했던 당시 윤석열정부는 예산 100억원을 확보하지 못해 거절했다. 취임 후 1년 7개월간 해외 순방에 579억원을 쓴 정부가 절호의 기회를 걷어찼다는 비난이 뒤따랐다. 이후 황급히 예산을 마련해 뒤늦게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결국 기술 검증 기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었다. 기술 못지않게 정책적 판단도 중요하다는 값비싼 교훈을 남긴 셈이다.

우주는 여전히 동경의 대상이지만, 경쟁의 무대이기도 하다. 지구에서 같은 달을 바라보지만, 각국의 꿈은 제각각의 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제 누가 먼저 깃발을 꽂느냐보다, 누가 먼저 데이터와 통신의 질서를 주도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K-라드큐브의 실패는 끝이 아니라 궤도 수정의 기회다. 우주과학에서 실패는 낙오가 아닌 경험의 축적이다. 인류가 달에 다시 다가선 이유는 끊임없이 도전했기 때문이다. 우주가 질문을 던진다. “다음 걸음을 내디딜 것인가.” K-라드큐브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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