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현수막 가격 급등…"지선 특수 실종"
1장당 5만원→10만원 안팎 ↑
인쇄물·홍보물 등도 줄인상
"이참에 공해 줄여야" 반응도

중동 전쟁발(發) 원자재 수급난의 불똥이 6·3 지방선거를 앞둔 광주·전남 정치권으로도 튀고 있다. 국제 유가 불안으로 선거 현수막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은 군소정당과 영세 후보들의 홍보 부담을 키우고 있어서다.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에 극적 합의했지만, 중동에서 출발한 원유 등이 실제 국내에 들어오기까지는 물리적 시간이 걸리기에 업계에선 당장 선거철 수요가 몰리는 시기를 잇몸으로 버텨내야 하는 실정이다.
9일 지역 정치권과 광고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일부 현수막 원단 제작업체들은 유통업체들에 원자재 가격 인상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수막 재료인 파나플렉스, 원단, 잉크 등의 가격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 현수막 제작 단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옥외광고물 업체들은 가장 흔히 제작되는 가로 5m, 세로 90㎝ 크기 현수막을 기존 1장당 5만 원 정도에 제작해 왔는데, 최근에는 7만 원 선으로 올려 받고 있다. 일부 업체에선 10만원 안팎까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원자재인 나프타 수급 불안 장기화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거 운동에 쓰이는 각종 인쇄물과 홍보물 가격도 함께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국고보조금을 받지 못하거나 선거비용 보전 가능성이 낮은 군소정당 후보들은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 현장의 토로다. 대형 정당보다 미디어 노출 기회가 적은 이들에겐 현수막이 사실상 가장 손쉬운 홍보 수단이기 때문이다.
광주지역 A 군소정당 관계자는 "중앙당이 공동 현수막 예산을 내려보내긴 하지만 원래도 넉넉하지 않았다"며 "없는 살림에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선거를 두 달 앞두고 홍보 효과를 포기할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B 정당 관계자도 "현수막도 현수막이지만, 집마다 발송돼야 하는 공보물 값도 20~30% 가량 너무 크게 올라서 선거 운동 자체가 비상"이라고 푸념했다.
업체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후보자 개인이 선거비용 초과 지출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업체들도 보전 기준에 맞춘 단가를 유지할 수밖에 없어서다. 광주의 한 광고업체 대표는 "원단값이 올라도 선관위 보전 기준 단가를 넘기면 초과분을 후보자가 직접 부담해야 해 높은 단가를 제시하는 업체를 꺼릴 수밖에 없다"며 "원가는 오르는데 판매 가격은 마음대로 못 올리는 구조여서 업체들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들 사이에선 "의외의 순기능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선거 때마다 도심 곳곳을 뒤덮는 현수막 공해를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선거철이 지나면 대량의 폐현수막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짧게 쓰고 버리는 구조 탓에 환경 오염이나 자원 낭비 등의 문제를 키운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일을 친환경 선거 운동 전환의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수막 의존도를 낮추고 온라인 홍보나 정책 중심 선거운동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다. 기본소득당 관계자는 "선거비용 폭등은 소수정당과 약소후보의 정치 진입 장벽이 된다"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라도 현수막 중심 선거 문화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