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투기 추적]누더기가 된 헌법정신... 누가 농지 투기로 돈을 벌었나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경자, 즉 농사를 짓는 농민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으로 더욱 유명해진 이 조문에서 주목할 부분은 “노력하여야 한다”는 말의 의미다. 헌법은 국가에게 경자유전이라는 ‘원칙’과 ‘목표’를 제시했다. 뒤집어 보면, 현실에서 경자유전을 달성하기가 그만큼 어려웠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의문이 남는다. 국가는 경자유전을 실현하기 위해 그동안 어떤 노력을 하였는가.
투기 대상이 된 농지… 소유 제한 완화되고 정부는 방치
농지는 국민 식량 공급의 기반이며, 국토 보호·환경의 관점에서 보전해야 할 자원이다.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관리되어야 하고,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이용되어야 하며,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농지법 제3조) 헌법 정신을 구체화한 농지법을 보더라도 국가는 공공복리의 관점에서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를 제한하거나 규율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농지는 손쉬운 투기 대상이 됐다.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농지 소유 기준은 수차례 법률 개정을 거쳐 완화됐다. 통작거리, 즉 농지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조항은 삭제됐고, 도시민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으면 농지를 가질 수 있게 문턱을 낮췄다. 농업법인을 통한 농지 소유가 허용됨은 물론 법인 대표가 농민이 아니어도 된다는 규정까지 만들었다. 나아가 다른 법령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도시지역에 있는 농지를 누구나 취득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만들었다. 헌법이 규정한 경자유전의 원칙과는 배치되는 흐름으로 소유 제한이 풀려온 것이다.
소유 규제는 다 풀었다고 봐요. 소유 규제는 잘 모르시니까 모르는 분들이 농지 소유 규제가 강하다고 그러시는데 영농 목적으로 취득한다면, 통작거리 다 없앴잖아요. 소유 상한도 없거든요. 그리고 취득해가지고 자경을 못하게 되면은 농어촌공사, 농지은행에 임대 수탁으로 맡길 수 있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농지의 소유 규제는 제가 볼 때 거의 다 풀리지 않았나 싶은데요
- 윤석환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 / 농업경제학 박사
농지 소유 기준만 완화된 게 아니다. 이 대통령이 지적했듯 정부와 지자체는 투기성 농지 거래를 사실상 방치했다. 물론 그 배경엔 행정인력의 부족 등 무시하기 어려운 요인이 자리한다. 투기 세력은 그 틈을 파고 든다. 지난 2021년 일명 ‘LH 사태’로 알려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이 개발 이익을 노리고 농지를 매입할 동안 관할 지자체는 제동을 걸기는커녕 형식적 검토를 거쳐 취득을 승인했다. 취득 심사 서류인 농업경영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해도, 본인이 농사를 짓지 않아도 지자체는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지자체의 장(시장·군수·구청장)은 농지를 농업 경영에 이용하지 않는 지주에게 처분 의무를 통지하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나도록 위법행위가 계속될 경우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처분은 6개월 안에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농지가격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2023년 농지처분명령을 받은 지주는 총 7,222명이다. 연평균 1,000명 이상의 지주가 농지를 농경에 이용하지 않아 적발돼 온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지이용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과 2018년에도 각각 1,860명, 1,310명이 처분명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자자체로부터 처분 의무를 통지받은 지주가 이의제기를 하고 농사를 짓겠다고 하면 처분이 3년간 유예된다는 규정이다. (농지법 12조) 투기는 쉽지만, 제재는 어려운 현행 농지 제도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농지 투기가 시장 왜곡… 농사 짓는 농민·농가 피해
농경과 무관한 농지 투기의 피해를 입는 당사자는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이다. 예컨대 땅이 없는 농민은 지주로부터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짓게 되는데, 투기로 땅값이 상승하면 그만큼 임차료가 높아져 실질소득이 감소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이 시행 중인 주택 시장과 달리 땅을 빌려 쓰는 농민, 즉 임차농은 마땅한 보호 규정도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2~24년) 임차농가 비율은 44.5%~50%로 10년 전(2016년에는 57.6%)과 비교해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사업 확장을 위해 농지를 추가 매입하려는 농민들도 비싼 땅값은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지가 상승은 농지 거래를 축소시켜 농지 공급에 영향을 주고 그 피해는 다시 농지를 얻으려는 신규 농가에 전가된다.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땅을 싼값에 내놓을 지주는 없기 때문이다.
농지 투기는 저는 개인적으로 만연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기에는 전매 차익을 목적으로 농지가 상대적으로 아직 저렴하기 때문에 뛰어들었다라고 하면은 요즘은 전매 차익보다도 농지를 보유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그것만으로도 다른 투자보다도 더 이익이 남는다, 이런 문제가 생긴 거예요. 투기가 예상되는 지역이 아니더라도 농지 가격이 저렴하다면은 그러면은 그야말로 농지 투기가 들어오게 되고 그리고 임대료 수익으로 버티는, 농지가 부족하다 보니까 서울 근교에서는 이제 60%까지 임차료로 받는 이런 곳까지 생깁니다.
- 사동천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오는 5월 이재명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를 예고한 가운데, 뉴스타파는 지난 3월부터 농지 투자로 수익을 올린 사람이 누구였는지 추적했다. 법원 등기 데이터 10여만 건을 확보해 지난해 이뤄진 농지 매매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상속이나 증여가 원인인 농지 거래는 제외했다.
뉴스타파, 법원 등기데이터 10만건 분석… ‘강남 농부’들의 수상한 농지 매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서울시민이 전체 농가 인구 대비 농지 매수 건수가 가장 많았고, 거래 면적도 가장 컸다. 그 중에서도 이른바 ‘강남 3구’로 불리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 사는 사람들의 농지 거래가 다른 구에 비해 확연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농지 거래 현황은 농지 소유주가 통작거리 바깥에 거주하는 ‘부재지주’ 문제를 드러냄과 동시에 농지를 이용한 투기 가능성을 의심케 한다. 지난 LH사태 이후, 농지 취득 자격 심사 강화 등 여러 후속 대책이 나왔지만 여전히 시장에선 시세차익이나 개발 호재를 노린 투기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실제 전체 농지면적 대비 농지매매 면적, 즉 농지 거래가 가장 빈번히 이뤄진 지역은 성남시, 남양주시, 하남시 순이었다.

전국에서 ‘손바뀜’이 가장 잦은 편인 성남시의 경우, 투기가 의심되는 사례도 발견됐다. 대기업 회장, 중소기업 대표 등이 택지개발을 앞두고 개발 예정 지역의 농지를 취득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개발 정보를 알지 못했다”며 투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 농지 소유·거래 현황 전수조사… 경자유전 원칙 훼손
이와 함께, 뉴스타파는 공직자 재산 공개 자료를 토대로 현역 국회의원, 정부 부처 장·차관,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가운데 농지를 소유했거나 소유한 적 있는 공직자 106명(국회의원 82명,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 24명)의 농지 소유·거래 현황을 전수조사했다.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공직자가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농지 소유로 이익을 봤다면 경자유전의 원칙을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조사 기준은 본인 또는 가족이 농지를 매매로 취득했는지, 매매 거래가 2번 이상이었는지, 해당 거래로 차익을 실현하거나 실현할 예정인지, 농지를 농업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106명 가운데 투기성 거래가 의심되는 공직자들을 취재 대상으로 선별해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농지를 매입해 골프장으로 전용한 사례, 매입한 농지가 공동주택과 산업단지로 개발된 사례, 농지 매입 후 시세차익을 얻은 사례 등이 발견됐다.
저희도 이제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들의 농지 소유 현황을 조사해서 발표한 바 있는데요. 저희가 느끼기에는 합리적 의심이라고 할까요? 고위 공직자들에게는 개발 정보라든가 정책적 정보 같은 것들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인이 있고 어떻게 보면 투기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게 농지니 그러한 것들이 접목되면서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적 수요가 강한 그러한 공직자들의 투기 행태가 아닌가…
- 오세형 경실련 경제정책팀 부장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비농업인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각종 예외조항이 생기면서 경자유전 원칙은 사실상 사문화되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인구 고령화와 농촌 인구의 감소 추세와 맞물려 농민이 소유한 농지는 점차 줄고 있다. 하지만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한 ‘농민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할 수 없다. 농지의 공적 가치를 보존하고, 국민 경제의 기반인 농업을 보호하며,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주의 투기성 이익 실현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농지로부터 이익이 생기는 부분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는 자에게 그 이익이 돌아가도록 그렇게 해서 우리 경제 발전과 그들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이런 방향으로 농지법이 개정되고 가야 되지 않나
- 사동천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농지 전수조사를 전제로 현재의 농지 현황을 제대로 파악한 다음에 경자유전의 원칙이 좀 더 정확하게 관철될 수 있도록 하는 전반적인 농지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겠다.
- 오세형 경실련 경제정책팀 부장
정부가 예고한 농지 전수조사 규모는 195만4천㏊(헥타르·1㏊는 1만㎡)다. 이중에선 투기성 매매가 의심되는 농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뉴스타파는 농지를 이용해 돈을 번 사람들을 추적하는 한편, 현행 농지 제도의 문제를 보도할 예정이다.
뉴스타파 강현석 khs@newstapa.org
뉴스타파 변지민 plut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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