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투기 추적] ① 데이터로 추적한 ‘강남 농부’...개발 발표 5개월 전 농지 산 회장님

변지민 2026. 4. 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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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 농지 관리가 너무 엉망이잖아요. 투기 대상이 돼 버렸잖아요, 어느날. 경자유전 원칙이 헌법에 써져 있죠? 헌법에 경자유전이라고 써놓고는 그걸 법률을 만들어가지고 온갖 방식으로 전부 다 위헌 행위를 하고 있는 거잖아요. 지금. 
- 2월 24일 국무회의,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은 2월 24일 부동산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이 수도권 집중이며, 그 원인 중 하나가 비싼 농지 가격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관계 기관에 농지 투기를 막기 위한 조사를 지시했다. 곧 이어 4월 1일 농림축산식품부는 5월부터 약 5천명의 인력을 투입해 농지 전수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서울, 농업인구는 적은데 농지매수는 많다?

농지투기 감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뉴스타파는 농지 투기가 얼마나 만연한지 데이터분석을 통해 추적해봤다. 뉴스타파는 2025년 법원 등기데이터 가운데 개인이 매매를 통해 농지를 취득한 10여만 건의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했다. 예외 조항이 많은 상속이나 증여는 제외했다. 매매의 경우 농사를 직접 지어야 한다는 농지법의 기준이 보다 엄격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우선 ‘농민은 적은데 농지를 많이 사는 지역’을 찾아봤다. 이를 위해 각 지역별 농민의 숫자와 농지 거래 건수를 비교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지자체 가운데 농가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경상북도로 약 32만명. 꼴찌는 예상했던 대로 서울, 1만 2천여명 남짓이다. 서울의 농가인구는 세종의 농가인구 1만 3천여명보다도 적다. (참고로 서울의 전체 인구는 세종보다 20배 이상 많다.)  

▲ 전국 17개 광역 시도별 농가인구와 농지매수건수를 비교한 그래프. 서울의 농가인구는 전국에서 가장 적지만, 농지매수 건수는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예상과 달랐던 건 농지매수 건수. 2025년 서울 주민의 농지 매수 거래는 4950건이다. 17개 광역지자체 중 9위에 해당한다. 인천을 비롯한 다른 대도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서울의 경우 세종보다 농가인구는 더 적은데 농지를 사들인 건수는 7배가 더 많다. 

‘강남 농부’가 선호하는 농지는?

이어서 서울 안에서도 구 별로 얼마나 많은 농지를 샀는지 계산해 봤다. 강남, 송파, 강동, 서초구 지역 주민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른바 강남 4구 주민들의 농지 매수가 약 1,600건, 그중에서도 강남구 주민들이 약 500건으로 가장 많았다. 

▲ 서울 25개 자치구별로 농지매수건수를 비교한 그래프. 강남구, 송파구, 강동구, 서초구 등 이른바 ‘강남 4구’의 농지매수건수가 가장 많다.

농업인구가 절대적으로 적은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권 주민들은 정말 농사를 짓기 위해 농지를 대거 사들인 걸까. 한단계 더 들어가서, 강남구 주민들이 사들인 농지가 어디인지도 알아봤다. 상위권 대부분은 여주, 남양주, 양평, 이천, 화성 등 넓은 농지 면적을 가진 경기도 지역이다. 그런데 이들 중 눈에 띄는 지역이 있었다. 바로 성남시였다.

▲ 강남구민이 농지를 많이 산 상위 10개 지역(시군)을 보여주는 그래프. 경기 성남시는 농지 면적에 비해 매매된 농지가 많은 편이다. 

분당, 판교 등 대규모 개발로 서울만큼 도시화된 성남에 남아있는 농지는 많지 않다. 성남의 농지면적은 남양주의 14%, 화성의 1.4% 수준. 그런데 남양주나 화성과 비슷한 수준으로 농지 거래가 이뤄졌다. 

개발 발표 5개월 전 농지 산 회장님

뉴스타파는 이른바 강남 농부들이 농지를 많이 사들인 성남시의 사례를 조금 더 세밀하게 살펴봤다. 특히 뉴스타파가 주목한 곳은 최근 공공주택지구 예정지로 발표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IT 기업들이 밀집한 제2판교 테크노밸리가 있는 곳이다. 

▲ 성남금토1 공공주택지구 공사장 너머로 제2판교 테크노밸리가 보이는 모습. 이곳 주변으로 최근 성남금토2 공공주택지구 개발 계획이 발표됐다.  

금토동의 동쪽에는 제2판교 테크노밸리와 성남금토1 공공주택지구가 있다. 테크노밸리는 건물이 완성됐고, 공공주택지구는 아직 공사가 한창이다. 여기서 서쪽으로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면 아직 개발되지 않은 마을이 있다.

그 가운데, 울타리가 쳐진 땅이 있다. 농지이지만 작물을 심어 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농지의 주인은 권오갑 에이치디(HD) 현대 전 회장. 작년 10월 회장직에서 물러나 현재 직함은 명예회장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주민인 그는 회장직에 있던 2025년 8월, 금토동 농지 두 필지 1,652 제곱미터를 36억원에 사들였다. 가격을 따져보면 평당 720만원꼴, 전국 평균 농지가격의 40배 수준이다. 해당 농지 일부 면적에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 권오갑 HD현대 명예회장은 2025년 8월, 고향인 성남 금토동에 농지 두 필지를 샀다.

그런데 올해 1월, 성남시는 이곳을 ‘성남금토2 공공주택지구’ 예정지로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권 전 회장이 농지를 산 지 5개월 만에 대규모 지역 개발이 결정된 것이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그는 몇해 전에도 이 지역에서 토지 보상을 받은 바 있다. 성남 금토동이 고향인 권 전 회장은 부모로부터 금토동 농지 1만 제곱미터를 물려 받았는데, 이 땅이 2020년경 제2판교 개발지역으로 수용된 것이다. 당시 공시지가를 고려하면 보상 규모는 최소 수십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권 전 회장이 과거 보상 받은 적이 있는 지역에 거액을 들여 농지를 다시 취득했는데 공교롭게도 또 개발 호재가 나온 상황. 뉴스타파는 HD 현대 측을 통해 질의서를 보내 금토동 농지를 구매한 경위 등을 물었다. 권 전 회장은 HD 현대를 통해 장문의 답변을 보내왔다. 투기나 시세 차익을 얻으려고 농지를 취득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수용 보상금을 재원으로 하여, 고향 인근에서 농업 활동과 거주가 가능한 토지를 물색하던 중 인접 농지를 매수 하게 된 것입니다. 농업 목적으로 매수했으며, 직접 농업 활동을 전제로 토지를 관리해 왔습니다.

해당 농지를 매수할 당시, 해당 토지가 이후 ‘성남 금토2 공공주택지구’ 예정지에 포함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였으며, 이를 인지했다면 매입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해당 농지를 투기나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취득한 사실이 없으며, 고향에서 거주 하면서 은퇴 이후 직접 농업 활동을 이어가고자 하는 개인적·생활적 목적에 따라 해당 농지를 취득한 것입니다.
- 권오갑 HD현대 명예회장 답변

두 번 연속 보상받게 된 서초구민, 발표 한 달 전 매수한 강남구민

한편, 성남시 금토동 농지로 두 차례나 토지 보상을 받게 된 서초구 주민도 있다. 서초구 내곡동에 사는 전직 보험사 대표인 김모씨는 다른 2명과 함께 2024년 11월 성남시 금토동 농지 3,240 제곱미터의 지분 절반을 4억 9천만원에 산 것으로 확인된다.

성남시 개발 발표가 있기 1년 2개월 전에 농지를 구입한 것으로, 적지 않은 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 서초구 내곡동에 사는 전직 보험사 대표인 김모씨는, 과거 매수한 금토동 농지가 성남금토1 지구에 포함돼 토지보상을 받은 적 있다. 그런데 추가로 매수한 농지가 최근 성남금토2 예정지에 포함됐다.

그런데, 김씨가 사들인 농지가 대규모 개발 예정지로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씨는 지난 2015년에도 금토동 농지를 구입했는데 이 땅은 2017년 성남금토1 공공주택지구에 포함됐고, 그 대가로 농지를 내 놓는 대신 투자가치가 훨씬 높은 택지를 받았다. 김씨가 농지 매매로 수익을 노린 게 아니라면, 본인 농지에서 두번 씩이나 우연히 개발 호재가 터진 것이다. 

하지만 김씨 역시 “인근에 집을 짓고 있고, 곧 금토동 근처에 살 예정이라 텃밭이 필요해서 샀다”고 말했다. 개발이 된다고 해서 좋지도 않으며, 투기는 결코 아니라고 밝혔다. 

개발 발표 불과 한달 전에 금토동 농지를 매입한 강남 주민들도 확인됐다. 강남구 개포동과 삼성동, 용산구 한남동에 각각 거주하는 최 모 씨 가족 3명은 2025년 12월 성남시 금토동 일대 농지 1,403 제곱미터를 21억 2000만원에 사들였다. 그리고 한 달 후인 2026년 1월 성남시가 해당 지역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다.

▲ 성남시는 2026년 1월 29일, 성남금토2 공공주택지구 예정지를 발표했다. 현재 주민 의견 청취 단계이며, 지구 지정은 되지 않은 상태다(4월 9일 기준).

식품제조기업 대표의 가족인 최 씨는 뉴스타파와의 전화 통화에서 “개발 정보는 몰랐고,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씨는 투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다가, 사업목적도 있다는 점을 말했다. 일단은 농사를 짓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업 용도로 쓸 생각으로 농지에 21억 원을 투자했다는 이야기다.

“농지 매수자에 대한 사후 감독 강화해야”

이른바 강남 농부들이 거금을 들여 구입한 농지가 개발 예정지로 선정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벌어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농지 구매자들의 주장처럼 하나 같이 우연이라고 보기엔 여전히 석연찮은 대목이 있지만, 관할 지자체는 확인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성남시 수정구청 관계자는 뉴스타파와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법에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신청을 하면서 서류를 허위로 작성했다거나 투기 목적으로 (허위로) 작성한 경우는 처분 명령을 나갈 수 있다곤 하는데 사실 그런게 객관적으로 증빙자료를 만들기가 쉽지가 않으니까요. 저희가 투기목적이라고 의심은 하더라도 그걸 객관적으로 증빙을 할 수가 없잖아요. 사실. 그런 규정이 있지만 그렇게 업무를 처리하기는 어려움이 있죠.
- 성남시 수정구청 관계자

농업법을 전공한 사동천 홍익대 법과대 교수는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농지 매수자에 대한 사후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짜 농업인을 어떻게 구별할 것이냐, 농지 취득 시점에는 (농민인지 투자자인지) 알 수가 없다. 취득 이후에 이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농사를 짓는지 파악하는, 사후적인 감독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수십 억원을 들여 농지매수를 한 사람이 단순히 ‘먹기 위한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이거는 투기다’라고 할 수 있는, 사후적인 기준을 좀 정해서 단죄하지 않으면 현실에서 (진짜 농업인과 가짜 농업인을) 구별하기가 불가능하다라고 봅니다.
- 사동천 홍익대 법과대 교수

뉴스타파 변지민 plut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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