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가방 대신 롤렉스"···명품 소비, 과시에서 '투자'로
가격 인상에도 수요 오히려 증가
‘투자 소비’ 확산 구조 변화 뚜렷

고금리와 고물가로 소비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국내 명품 시장은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가격 인상에도 수요가 줄지 않는 흐름을 넘어, 소비 중심이 가방·패션에서 시계와 주얼리 등 하이엔드 제품군으로 이동하는 구조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투자 성격'이 강화된 소비 트렌드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시계와 주얼리 등 하이엔드 카테고리가 성장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2조130억원, 영업이익 336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2조 클럽'에 진입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9%, 영업이익은 25% 증가했다. 패션뿐 아니라 향수·뷰티, 워치·파인주얼리 등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하이엔드 주얼리와 시계 브랜드들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불가리코리아는 매출 5740억원, 영업이익 109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7%, 69.6%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 규모는 두 배 이상 확대됐다. LVMH 계열 워치·주얼리 사업을 담당하는 엘브이엠에이치워치앤주얼리코리아 역시 매출 1707억원, 영업이익 75억원으로 각각 17%, 37% 늘었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도 강세다. 롤렉스홀딩스의 국내 법인인 한국로렉스는 매출 4268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71억원으로 전년 108억원보다 감소하며 수익성은 다소 악화됐다. 그럼에도 고가 시계를 중심으로 한 수요 확대는 뚜렷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실적은 반복되는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유지된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 1월 롤렉스와 에르메스가 가격을 인상했고, 2월 티파니앤코는 약 10% 수준의 가격 조정을 단행했다. 반클리프 아펠 역시 연초 인상 이후 추가 인상에 나섰으며, 샤넬은 일부 핸드백 가격을 1000만원 이상, 핵심 라인은 2000만원대까지 끌어올렸다. 주요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이 짧은 주기로 반복되는 'N차 인상' 흐름도 고착화되고 있다.
'베블런 효과'와 함께 가치 보존·자산화 중시
그럼에도 소비가 꺾이지 않는 배경에는 명품 소비 성격의 변화가 있다. 과거 '과시' 중심이던 소비가 최근에는 '가치 보존'과 '자산화'로 이동하면서, 가격 방어력이 높은 시계와 주얼리에 대한 선호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고가 시계와 주얼리는 희소성과 브랜드 가치에 따라 가격이 유지되거나 상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가격 구조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샤넬과 루이비통 등 패션 브랜드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며 가방 가격이 1000만원을 넘어서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금액이라면 시계나 주얼리를 선택하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희소성 역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시계와 주얼리는 생산량이 제한적이고 대기 수요가 길어 '구하기 어려운 상품'이라는 상징성이 강하다. 이는 가격 상승 기대를 높이며 구매를 앞당기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은 백화점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초 백화점 전체 매출은 1월 13.4%, 2월 25.6% 증가하며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명품 매출은 1월 31%, 2월 22.6% 늘며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고가 시계와 주얼리를 중심으로 한 소비 확대가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외국인 관광객 유입 회복과 환율 효과도 시장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명품 소비 시장에서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명품 소비가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한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유지되는 '베블런 효과'와 함께 "지금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가격 인상이 오히려 구매를 자극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국내 명품 시장은 단순한 호황을 넘어 소비 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무엇을 사느냐'보다 '어떤 가치를 보존하느냐'가 중요해지면서 시장 중심도 하이엔드 제품군으로 이동하고 있다.
☞베블런 효과=가격이 오를수록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고가 제품일수록 지위와 상징성을 드러내는 소비가 강화되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소비 심리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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