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민들, 돈 빌릴데 없어 車 담보로 잡고 5조 대출
2년새 150% 증가 5조원 넘어
대출 옥죄자 '최후 보루' 찾아

국내 대형 캐피털업체의 자동차담보대출이 2년 새 150% 넘게 증가했다. 특히 전체 자산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30대와 40대의 이용률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연이은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차담보대출로 대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 KB, 하나, 우리금융, JB우리캐피탈 등 5대 캐피털사의 지난해 말 차담보대출 잔액은 2조8074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46%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치다. 2023년 말(1조1194억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2.5배로 늘었다.
지난해 전체 저축은행의 차담보대출 잔액이 2조3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차담보대출 금액이 5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지난 1일 정부가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새로 적용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금융) 대출 잔액(1조6072억원)의 세 배가 넘는 규모다.
차량대출 연체자가 늘자 자동차 경매 물량은 급증했다. 지난해 전국 법원의 차량 경매는 9327건으로 전년 대비 5.4% 늘었다. 2022년(7409건)에 비해선 25.9% 증가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 규제도 강화하면서 저신용자들이 고금리 대부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상위 30개 대부업체의 신규 대출액은 7955억원으로 2023년보다 139% 늘어났다. 같은 기간 대부업체 이용자는 4만3027명에서 8만7227명으로 103% 증가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신용카드학회장)는 “차담보대출은 주로 저신용자들이 쓰기 때문에 연체 가능성이 크다”며 “획일적 가계대출 규제를 적용하기보다 금융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용도 낮아도 대출받기 쉬워…서민 '자금조달 우회로'로 부상
車마저도 없는 금융 취약층은 대부업·불법 사금융에 내몰려
30대 자영업자 A씨는 지난해 말 카드값이 밀리자 자동차담보대출로 1300만원을 빌렸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신용대출이 막힌 상황에 ‘타던 차 그대로’ ‘당일 입금’이라는 광고 문구를 보고 곧바로 대출을 신청했다. 금리는 연 12%대였다. A씨는 “카드론, 현금서비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금융)까지 안 알아본 곳이 없다”며 “생계비와 기존 대출 원리금 부담은 커지는데 돈을 빌릴 곳이 없어 마지막 자산인 자동차까지 담보로 잡혔다”고 토로했다.
서민금융의 ‘최후 보루’로 불리는 차담보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의 연이은 가계대출 규제로 금융회사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대출 수요가 차담보대출로 쏠려서다. 금융당국이 이달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한층 강화해 중·저신용자 대출이 더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담보 잡힌 차량만 40만 대 이상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KB·하나·우리금융·JB우리캐피탈 등 5개 주요 캐피털사의 지난해 말 차담보대출 잔액은 2조8074억원으로 1년 전보다 46% 늘었다. 저축은행업권 차담보대출 잔액 약 2조3000억원을 더하면 2금융권 차담보대출 규모는 5조1000억원을 넘어선다. 가계대출 규제의 사각지대로 지목된 P2P 대출 잔액 1조6072억원의 세 배가 넘는 수준이다.
차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은 평균 80% 안팎이다. 이를 고려하면 6조4000억원 규모 차량이 담보로 잡혀 있는 셈이다. 중고차 한 대 가격을 1500만원으로 가정하면 담보 차량은 약 43만 대에 이른다. 차담보대출은 소득 요건이 까다롭지 않고 신용점수가 낮아도 비교적 대출이 쉬워 자금 사정이 어려운 이들이 찾는 마지막 급전 창구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대출 수요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차면 신용대출로 옮겨가는 흐름을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6·27 대책’ 이후 신용대출 한도마저 연 소득 이내로 묶이자 상대적으로 대출 승인율이 높은 차담보대출이 우회 통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저신용자 신용대출은 빠르게 줄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KCB 기준 신용평점 하위 20%인 저신용자 신용대출 공급액은 30조원으로 전년보다 11% 줄었다. 전체 신용대출 공급액 감소율(9.1%)보다 감소폭이 더 컸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금융사들이 총량 관리에 들어가면 저신용자 대출 비중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며 “2금융권에서 밀려난 수요가 차담보대출로 이동하면서 증가세가 가팔라진 것”이라고 했다.
◇한계상황에 몰린 취약계층
자동차가 있으면 차담보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담보가 없는 취약 차주는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이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상위 대부업체 30곳의 지난해 4분기 신규 대출 금액은 7955억원으로 2022년 2분기 이후 가장 많았다. 신규 이용자도 8만7227명으로 크게 늘었다. 등록 대부업체 문턱조차 넘지 못한 취약 차주들은 생계자금을 구하기 위해 불법 사금융으로 향할 수 있다.
중·저신용자의 ‘대출 절벽’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1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통해 올해 전 금융권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1.5%로 지난해 1.7%보다 낮췄다. 이에 따라 올해 신규 대출 공급은 지난해보다 9조원 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금융권에서는 대출 중단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생계자금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제도권 밖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는 1만7538건으로 13년 만에 최대였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차담보대출이 급증하는 것은 취약계층이 그만큼 한계 상황에 몰렸다는 신호”라며 “생계형 대출과 일반 신용대출을 구분해 관리하는 보다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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