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 압박해 中 반도체 조인다…불똥 튄 ASML

박시진 기자 2026. 4. 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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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적 발의 ‘매치법’ 통과 유력
150일 내 동맹국 대중규제 의무화
DUV노광장비·극저온 식각장비 등
수출제한 대상 핵심 장비로 확대
이미 판매한 장비 보수·수리도 차단
中비중 큰 ASML 수익성 악화 불가피
中, 공급망 보복법에 불확실성 고조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미국·중국 간 반도체 견제가 법을 통한 규제로 이어지며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타격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은 동맹도 중국 규제에 참여하라는 초당적 법안을 발의해 전 세계 유일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업체인 ASML과 반도체 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의 중국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선 중국도 이달부터 공급망이 위협받을 경우 보복할 수 있는 법을 실행할 계획이어서 한국을 포함한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의회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발의한 ‘하드웨어 기술 통제 다자간 조정 법안’인 매치법(MATCH ACT)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SCMP는 중국증권의 리서치 노트를 인용해 “이 법안은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고 상원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며 “통과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클 바움가트너 하원의원이 2일(현지 시간) 발의한 매치법은 네덜란드·일본 등 동맹국들이 150일 이내에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동조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동맹국들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상무부가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 규칙에 따르면 제3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미국산 기술이나 소프트웨어가 포함돼 있으면 미국의 수출통제를 적용할 수 있다.

법안이 시행되면 핵심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 수출이 금지된다. 제재 대상은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시스템과 첨단·범용 칩 생산에 사용되는 극저온 식각장비다. 지금까지 미국은 주로 EUV 장비와 일부 DUV 시스템의 중국 접근을 제한해왔다. 이번 법안으로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셈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주요 장비 업체들이다. 네덜란드 리소그래피 기업 ASML은 EUV 노광장비를 만드는 유일한 업체다. ASML은 2019년부터 대중 판매가 금지된 데 이어 2023년에는 일부 DUV 장비까지 규제가 확대되며 실적이 악화됐다.

ASML의 글로벌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41%에서 지난해 33%까지 하락했다. 회사는 올해 20%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일렉트론 역시 중국의 매출 비중이 기존 42% 수준에서 지난해 30%, 올해에는 25%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익성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증권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미국은 과거에도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을 엄격히 통제해왔다”며 “노광장비는 중국이 자급자족해야 할 핵심 분야로 남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매치법은 동맹국들이 중국에 이미 판매한 장비에 대해 유지·보수 및 수리(AS)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까지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도 매치법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 바이든 행정부 내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재지정해 반도체 제조 시설에 대한 미국산 장비 수출통제를 무기한 유예해줬다”면서도 “EUV 노광장비와 같은 핵심 장비에 대해서는 중국 수출통제가 지속적으로 적용된 데 이어 매치법으로 강화될 경우 D램 분야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도 미국 의회의 법안 발의 직후 다른 국가의 일방적 차별 조치로 반도체 공급망이 위험에 빠지면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망·공급망 안전에 관한 규정’을 이달부터 본격 시행했다.

규정은 국가가 위험 모니터링 및 비상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필요시 긴급 물자 동원과 조정 조치를 통해 공급망을 안정시키도록 했다. 기업 역시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필요하면 정부와 함께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도록 했다.

또 시장 규칙을 위반하면서 중국과의 정상적인 거래를 중단한 외국 조직과 개인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수출입 및 기술·서비스 거래 제한 △특정 국가·기업의 투자 및 사업 활동 제한 △중국 내 기업과의 거래 금지 등의 보복 조치가 가능하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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