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뛰고, 국민의힘은 멈췄다…국힘 TK 후보들 ‘폭발 직전’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 선거에 뛰어들며 이른바 '김부겸 바람'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대구·경북(TK) 기초단체장 공천이 지연되면서 현장 후보자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당 안팎에서는 "선거를 코앞에 두고 판도 못 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이 맡은 달서구청장과 포항시장 공천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단 한 곳도 후보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경선 일정과 방식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9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군위를 제외한 8곳의 공천을 마무리했고, 경북도당 역시 22개 기초단체장 중 10곳의 공천을 확정했다. 후보 신청이 없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 지역에서 후보 정리를 끝낸 셈이다.
양당 간의 속도 격차가 벌어지면서 국민의힘 내부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한 기초단체장 출마예정자는 "결정은 다 된 것 같은데,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돈은 돈대로 쓰고, 몸은 몸대로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들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민주당은 체계적으로 움직이는데, 우리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출마예정자는 "대구시장 공천 갈등으로 대구·경북지역 분위기 자체가 좋지 않다"며 "기초단체장 공천이라도 빨리 확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후보가 난립해 혼란스럽고 서로 싸우는 모습으로 비쳐 마이너스 효과만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문자메시지 발송비용 등 선거비용만 계속 나가는 바람에 후보들이 지쳐가고 있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견제'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한 후보는 "후보가 난립한 상황이면 공천룰에 따라 정리하고, 문제가 있는 후보는 이미 검증이 끝났어야 한다"며 "공천 일정이 지체되면서 금전적·시간적 부담만 커지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후보는 "이대로 가다가는 선거 분위기 자체를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며 "대구시장 선거와 당 전체 선거를 위해서라도 조속한 공천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천 지연의 배경으로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협의 난항이 꼽힌다. TK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현역 의원들과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공천 기준과 대상이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핵심 쟁점은 현역 단체장에 대한 '컷오프' 여부다.
일부 현역 단체장들은 사법 리스크도 안고 있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산하기관 간부의 당원 모집 및 입당 종용 의혹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현 시장의 경선 참여 여부가 공천 판도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여기에 3선 도전에 나서는 현역 단체장들의 거취도 관심사다. 대구의 류규하 중구청장과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물론, 경북의 강영석 상주시장, 김학동 예천군수, 윤경희 청송군수, 오도창 영양군수, 이병환 성주군수 등은 경선 참여 여부와 공천 결과에 따라 지역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후보들 사이에서는 컷오프를 둘러싼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한 후보는 "컷오프가 현실화될 경우 무소속 출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공천 탈락자의 이탈이 현실화될 경우 보수 텃밭인 TK에서도 표 분산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의 공천 지연과 내홍이 장기화될 경우, 조직력 약화와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김부겸 후보를 앞세운 민주당이 일찌감치 진용을 갖춘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불공정 공천' 논란까지 겹칠 경우 선거 구도에 예상 밖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구시장 경선에 나선 예비후보들의 캠프도 마찬가지 분위기다. 한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는 "경북도지사 후보는 오는 14일 결정되지만, 대구시장 후보는 4월 말이나 돼야 결정될 정도로 대구시장 공천 일정이 느슨하다"며 "당 지도부에서 국민의힘 경선이 본선이나 다름 없었던 옛날 생각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힘 주자는 예비경선을 마치고 나면 진이 빠져서 본선에서 뛸 힘도 없을 지경"이라며 "컷오프된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입만 쳐다보면서 아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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