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美, 이란 과소평가… 협상 통해 명분 있는 출구 모색할 것”
이란 전쟁은 ‘페트로 달러’ 방어 위한 트럼프의 에너지 패권 전쟁
우라늄 농축, 탄도 미사일, 호르무즈 해협 관리가 협상 핵심 쟁점
호르무즈, 항행 자유 보장 대신 일정 통행세 받는 식 타결 가능성
美 지상전 가능성 높지 않아, 전투 이기고 전쟁 진 아프간전 우려
이란 네트워크 확충 총력 일본 주목 필요, ‘한국판 중동전략’ 절실

[]에게 고견을 듣는다
유달승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중동연구소장)
“이번 이란 전쟁은 본질적으로 페트로(석유) 달러를 방어하기 위한 에너지 패권 전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리비아, 이라크, 베네수엘라에 이어 마지막 남은 (반미 성향) 이란의 정권 교체를 통해 세계적인 에너지 패권국 위상을 되찾으려 한 것입니다.”
9일 서울 이문동 한국외대 연구실에서 만난 유달승(61)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중동연구소장)는 이란 전쟁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하며, 중동의 질서를 이스라엘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목표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앞으로 진행될 미·이란 간 대면 협상의 핵심 쟁점은 우라늄 농축, 탄도 미사일, 호르무즈 해협 관리 등 세 가지”라며 “두나라 모두 명분있는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까닭에 정치적이고 상징적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최대 이슈 중 하나인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선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신 일정 통행세를 받는 식으로 타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을 과소 평가한 게 정권 교체에 실패한 이유라며 이란은 신정(神政) 체제라기 보다는 12명으로 구성된 최고국가안보회의로 권력이 분산된 ‘하이브리드 체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게 미국이 48명의 최고위직을 암살한지 3시간만에 이란이 반격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라며 국가적 위기 앞에서 뭉치는 이란의 저력을 무시했다고 했다.
유 교수는 이번 전쟁 중 국익 확보를 위해 이란 네트워크 확충에 총력을 기울인 일본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판 중동 전략’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춘천고를 나와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를 졸업하고 석사를 받은 뒤 1998년 테헤란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첫 외국인이다. 2019년 9월부터 1년간 이란 알라메 타바타바이대 정치학과에서 교환 교수를 지내기도 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이란 전문가다. 한국중동학회장을 지냈으며 아시아문화박물관 운영위원과 법무부·해양경찰청 등의 자문위원도 맡았다. ‘중동은 불타고 있다’(2011), ‘시아파의 부활과 중동정치의 지각변동’(2018), ‘이란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2020) 등의 책을 냈으며, ‘예루살렘 전기’ 등을 번역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미국과 이란이 ‘치킨 게임’을 벌인 끝에 2주 간의 휴전에 전격 합의했습니다. 이번 합의를 이끌어낸 결정적 요인과, 파키스탄의 중재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입니까?
“두 가지 측면 속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파키스탄의 중재와 중국의 개입 등 국제 사회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란이 걸프 국가들에 반격을 가하면서 많은 피해가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카타르나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이란에 문제가 생겼을 때 중재 역할을 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란이 휴전 전제로 10개항을 제안한 것 가운데 하나가 중동 지역에 있는 미군 군사기지의 철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걸프 국가들이 중재를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같은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우호 관계가 있는 파키스탄이 더 유리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미국도 파키스탄 현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또다른 측면은 시간적인 부분입니다. 미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군사작전을 실시할 수 있는 기간은 60일입니다. 그러니까 4월 29일이죠.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 이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거나 매듭을 져야 된 거죠. 이란 입장에서도 4월 8일이 지난 2월 28일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장례식의 40재였습니다. 이를 고려해 봤을 때 4월 8일이 나름대로 합리적인 날짜였던 겁니다. 막판에 미국은 45일 휴전을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이란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작년에도 공격을 했었고 이번에도 공격했으니 45일이라는 긴 시간을 주면 세 번째 공격이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막판에 2주 휴전이라는 게 양국을 만족시키는 그런 상황이었다고 봅니다.”
- 2주간의 휴전이 ‘영구적 평화 체제’로 가는 서막이 될까요, 아니면 더 큰 충돌을 앞둔 ‘잠시 숨 고르기’에 불과할까요? 미·이란 간 최종 협상의 최대 난제는 무엇입니까?
“전개되는 상황들이 시시각각 변해 전망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일종의 명분있는 출구 전략을 쌓아 종전을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 과정이라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예정된 양국 간 대면 협상이 커다란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일단 대면 협상이 성사되면 단계적으로 명분있는 출구 전략을 쌓기 위한 그런 다양한 논의가 공론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핵심 쟁점은 세 가지라고 봅니다. 하나는 우라늄 농축, 두 번째는 탄도 미사일, 마지막 세 번째는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된 호르무즈 해협 관리에 관련된 겁니다. 세부 내용으로 들어가면 여러 복잡한 상황이 얽혀져 있는데 저는 명분 있는 출구 전략을 쌓기 위해 정치적이고 상징적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세상에 완전 무결한 협상은 없습니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타협을 하는 것이죠. 미국의 이번 군사작전 명분은 ‘임박한 위협’이었고, 임박한 위협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란이 공식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다는 선언을 하고, 우라늄 농축 기준을 2018년도에 합의한 3.67%보다 낮은 2.0% 정도에서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장 큰 난제인 기존에 60% 농축한 우라늄 440kg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선 공식적인 합의보다는 이면 논의가 되지 않을까 봅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관련된 부분은 이란이 통제권을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공동 관리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해협 당사국인) 이란과 오만이 함께 논의하고 미국이 참여하는 공동 관리 식으로 각자에 명분을 주고, 미국도 호르무즈 통제권에 역할을 하면서 이후 우방도 여기에 참여하는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합니다.”
- 이란은 호르무즈 통행세 징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게 가능할까요? 또 휴전 조건인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실제 이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충돌 변수는 없을까요?
“일단 1차 대면 협상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이전까지는 공습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의 이슈가 계속될 겁니다. 예를 들면 아직까지는 가시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헤즈볼라를 무력화시키는 군사 작전을 벌일 것이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갖고 지속적으로 협박하거나 봉쇄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기존 해협에 통행세를 받는다는 건 국제법상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죠. 하지만이번 협상에서 이와 관련된 여러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이란은 공식적으로 전쟁 배상금 문제를 언급하고, 아랍에미리트도 배상 문제를 거론했죠. 주변 걸프 국가들에게도 배상금 문제가 이슈가 될 것 같습니다. 호르무즈 통행세의 실제 성사 여부는 차후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란 의회 내에서도 아직 비준되지 않은 사항이고. 미국이 이란 경제 제재와 동결 자산을 어느 정도 완화할 것인가 쟁점 속에서 통행세 관련된 부분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앞으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신 그 안전을 담보로 해 일정 정도 통행세를 받는 식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두 당사국인 이란과 오만 외에 미국도 함께 논의하는 구조가 될 겁니다.”
- 만약 최종 협상이 결렬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상전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높지 않다고 봅니다. 지상전을 감행하려면 현재의 군사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몇십만명 이상의 병력이 필요합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그리고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이 전투는 이겼지만 전쟁에선 승리했는지 불분명했죠. 그런 측면에서 무리하게 지상전을 감행했을 때 앞선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어 지상전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미국이 이란을 과소평가했다는 분석들이 나옵니다. 이란은 과연 어떤 나라입니까?
“많은 분들이 이란을 신정 체제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저는 신정 체제로 단순화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이번 전쟁이 이렇게 전개된 결정적인 사건은 이란 현지시각 2월 28일 9시 45분에 이뤄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군 수뇌부 48명 암살입니다. 이란 체제를 뒤흔드는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3시간 만에 이란이 반격에 나섰어요. 그리고 나서 (전쟁의 목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3월 2일부터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신정 체제면 최고지도자 한 명을 제거하게 되면 체제가 큰 위기에 봉착됩니다. 하지만 이란이 국가 위기 속에서도 체계적으로 반격을 가했다는 건 우리에게 알려진 것과 달리 복합적인 요소가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이란의 정치 체제는 단순히 신정 체제가 아니라 ‘하이브리드 (복합) 체제’라고 봅니다. 한편으로는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통령과 의회라는 공화적 제도가 존재하고 있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최고지도자라는 종교적인 공익 체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최고지도자도 국민이 선출한 고위 성직자회의를 통해 선출합니다. 종교적 정통성과 공화적 제도가 결합한 혼합 정치체제인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지도자 한 명을 제거했다고 해서 체제 붕괴나 혼란이 야기되지 않는 것입니다. 단순화된 피라미드 권력 구조가 아니라 분산적이고 다원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죠. 이는 종교 체제도 마찬가지인데요. 이란 시아파의 순교 문화에 대해 종교 지도자에 대한 충성과 복종이 강조되는 종교라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내용을 들어가면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즉 가톨릭의 교황처럼 단일화하고 위계화된 최고 권위 체계가 없어요. 한 명의 최고지도자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교 권위가 존재하고 있는 겁니다. 현재 이란에는 최고 종교 권위자가 3명 있습니다. 이는 시아파 종교 권위 체계는 중앙집권형이 아니라 분산적이고 다원화라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적 위기 속에서 각 부분과 영역이 자율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이게 군사적으로 월등히 미약한 이란이 이제까지 잘 버텨온 하나의 힘이라고 봅니다.”
- 부친 알리 하메네이의 뒤를 이어 권력을 승계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보도도 나오는데 지금 이란은 누가 이끌고 있습니까? 그리고 이란 최고 지도부 내부에서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의 전략적 이견이 존재하나요?
“말씀드린 것처럼 이중 권력 구조이고 권력이 분산돼 있어 내부에 다양한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또 강경파도 있고 온건파도 있습니다. 이란의 안보와 외교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기구는 최고국가안보회의입니다. 이 위원회는 12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대통령, 국회의장, 외무장관, 정보장관과 정부의 핵심 구성원들, 사법부 수장, 나아가 군수뇌부도 참여합니다. 이슬람 혁명 수비대 총사령관과 정규군 사령관, 그리고 최고지도자가 임명한 2명의 대리인이 들어갑니다. 의장은 대통령이고 사무총장은 최고지도자가 임명합니다. 여기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이 결정 사항을 최고지도자가 승인하는 체제입니다. 갈리바프 국회의장이나 모즈타바가 최고 실권자라고 얘기하는데 그보다는 실질적으로 이란의 모든 정책을 결정하고 전쟁을 총지휘하는 건 이 최고국가안보회의입니다. 모즈타바가 등장하고 있지 않아 여러 오해의 소지가 있고, 혁명수비대가 실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들도 나오는데 나름대로 개연성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모즈타바라는 인물이 어떻게 제3대 최고지도자가 됐을까라는 점입니다. 의식불명이다 또는 사망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저는 이란 내부에서 ‘살아있는 순교자’라는 서사를 만들고 있다고 봐요. 전쟁이 아니었다면 제3대 최고지도자로 모즈타파가 될 가능성은 희박했습니다. 기존 팔레비 왕정이라는 세습제를 반대했기 때문에 하메이니의 아들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3대 최고지도자가 되는 것은 국민들이 용납하기 힘듭니다. 이는 이슬람 공화국 체제의 정통성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또다른 부분은 이란 종교계내에 위계 질서가 복잡합니다. 모즈타바의 종교계 지위가 높지가 않아요. 따라서 종교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기 힘듭니다. 그런데도 그가 최고지도자로 선택된 것은 혁명 서사와 연동됩니다. 부모와 가족, 친척이 공습으로 사망하면서 순교자 정신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모즈타바 자신은 부상을 입었는데 살아있는 순교자라고 할 수 있는 정치적인 계산이 함축돼 있는 겁니다. 내부에 강경파도 있고 온건파도 있는데 휴전이나 종전을 합의했을 때 모즈타바가 아닌 다른 최고 지도자가 강경파의 압력을 과연 버틸 수 있을까요. 이런 측면에서 이번 전쟁에서 제3대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는 나름대로의 정통성을 갖고 있고 이 전쟁을 종식시키거나 또는 방향을 전환시킬 수 있는 최적의 적임자가 아닐까 합니다. 그가 실제 현재 어떤 상태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저는 사망하거나 의식 불명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만약에 사망한 사람을 최고 지도자로 옹립했다고 하면 전쟁 이후 엄청난 후폭풍이 일겁니다. 정보와 자료는 제한적이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인정했습니다. 부상을 당한 건 맞지만 서구 언론들이 지적했듯이 의식 불명이나 사망한 상태는 아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 ‘이슬람 혁명의 아버지 호메이니’ 등 저서를 통해 이란 사회를 깊이 분석해 오셨습니다. 이번 전쟁에 대한 이란 국민들의 실제 민심은 어떻습니까?
“체제를 반대하는 이란 민심과 이번 전쟁 와중의 민심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란의 대표적인 반체제 영화 감독인 자파르 파나이가 아카데미상 수상 관련해 해외에서 영화 홍보를 하다가 4월 1일에 이란으로 귀국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곳은 나의 땅이고 내가 죽어야 할 곳은 바로 이곳이라는 귀국 연설을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체제를 반대하는 것과 외세의 위협에서 함께 사회적 연대와 결속을 취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 측면에서 이란의 역사와 전통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이민족과 외세의 침입이 있었는데, 이란은 다양한 다민족 사회라 하더라도 그때마다 이란이라는 국가적 정체성 아래 하나로 단결을 했습니다. 전쟁 이후 보여진 이란의 모습은 체제를 찬성하기 때문에 외세의 위협에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외세의 위협과 내부적인 반대와 불만은 다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최고 지도부를 제거하면 시민 봉기에 의해 체제가 붕괴되지 않았을까라는 시나리오를 짰는데 이란의 살아있는 역사 속에서는 그것이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을 지금 보여주고 있다고 봅니다.”
- 헤즈볼라, 후티 등 이란의 ‘저항의 축’ 세력들이 이번 휴전 결정에 순응할 것으로 보십니까, 아니면 독자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까?
“헤즈볼라나 후티는 미국과 이란이 휴전 협정에 동의하고 종전으로 가게 되면 더 이상 위협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군사력이 월등히 차이가 있기도 하구요. 문제는 이스라엘이 과연 어떤 입장을 보일까라는 겁니다. 이스라엘은 테러 단체의 제거라며 여러 차례 레바논을 공격했습니다. 1978년도에도 그랬고 1982년도에도 공격을 했어요. 헤즈볼라가 1982년도에 탄생한 민병대였습니다. 이스라엘의 전쟁 테러 조직의 제거였지만 실제 목적은 물 확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레바논 남부와 이스라엘 북부 쪽에 리타니라는 강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헤지볼라가 군사적으로 크게 약화된 이번 기회에 일부 지역을 차지하려는 그런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어요. 이스라엘이 군사 목표의 일부인 영역을 확장하는 정책을 과연 어떻게 펼칠지가 향후 향배의 주요 관건입니다.”
- 미국과 이스라엘이 노리는 전략적 목표는 무엇이고, 이번 전쟁에서 달성했다고 보십니까?
“이번 전쟁은 흔히 이스라엘을 위한 전쟁이라고 얘기하는데 그렇다면 미국이 많은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 전쟁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이번 전쟁의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네타냐후 총리 모두 다 국내 정치적 위기가 있고 이를 대외 안보 이슈로 전환시켜 나름대로의 국내 정치 지도권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중동 지역을 이스라엘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측면이 있습니다. 지난 2020년 체결된 아브라함 협정에서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추진했는데 이것을 확대하는 식으로 해서 중동 지역을 이스라엘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보다 근본적으로 이번 전쟁은 단순한 안보 충돌보다는 국제 에너지 질서 및 국제 통화 체계와 관련된 구조적인 이해관계가 결합돼 있다고 봅니다. 저는 페트로 달러를 방어하기 위한 에너지 패권 전쟁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이란 정권을 교체시켜야 됩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 2월 28일 3시간 만에 이란이 반격에 나서면서 정권 교체가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는 엄청난 공습을 통해 이란의 군 시설을 파괴하고 또 사회 기반을 무너뜨리면서 정권 교체에서 정권 약화로 목표가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전쟁이 상당히 확대되고 국제 사회가 우려하는 쪽으로 전개됐지만 미국과 이란이 명분 있는 출구 전략을 짜기 위한 수순에 돌입한 것이라면 협상의 내용과 결과가 앞으로 중동뿐만 아니라 국제 질서를 흔들 가능성이 큽니다.”
-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걸프 국가들은 이란의 공격에 적극 대응하지 않았는데 왜 그런가요?
“걸프 국가들은 대부분 왕정 국가입니다. 그래서 국민들 지지 기반이 매우 취약합니다. 또한 팔레스타인 문제도 큽니다. 아랍 지도자들은 이란 문제를 외면하거나 축소시키길 원하는데 아랍 국민들은 팔레스타인의 미래와 운명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이번 전쟁에 참전하게 되면 내부로부터 엄청난 역풍이 불 겁니다. 그래서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는다 하더라도 역풍을 우려해 불만은 많지만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입니다.”
- 교수님께서는 “‘이란 전쟁’은 내일 끝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언급하셨습니다. 이 발언이 함축하고 있는 이번 중동 전쟁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이번 전쟁은 사실 불가피한 전쟁이 아니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임박한 위협, 그러니까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라고 했는데 실질적으로는 이란의 정권 교체였습니다. 하지만 정권 교체에 실패했기 때문에 출구 전략을 짤 수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란의 입장에서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선제 공격한 것도 아니고, 또 전쟁 직전에는 미국과 핵 협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여론이 전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거예요. 이란은 이 전쟁을 강요된 전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강요를 받았고 버텼으면 내일 끝나도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전쟁은 명분과 실리라는 측면 속에서 당장 끝내도 상관없는 전쟁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애매모호하게 전쟁을 종식시키게 되면 미국 내의 여론 또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이미지와 신뢰도가 실추될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부도 정권 위기에 봉착할 것이고요. 이란도 군사력과 경제력이 심각하게 훼손됐기 때문에 전후 복구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해관계를 고려했을 때 명분있는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표면적으로 극적으로 타결됐는데 나름대로 이런 타임 테이블에 의한 타결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합니다.”
- 이번 중동 사태를 ‘신냉전의 진앙’으로 규정하셨습니다. 이 분쟁이 미·중 패권 경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번 전쟁엔 여러 배경이 있지만 핵심적인 건 페트로 달러를 방어하기 위한 에너지 패권 전쟁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페트로 달러는 미국의 기축 통화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인데 2000년대 들어와 계속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라크 사담 후세인 체제가 페트로 유로를 주장했었고 또 2006년 이란은 독자적인 국제 석유거래소를 설치하면서 탈달러를 표방했어요. 2007년에는 베네수엘라가 석유 국유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에는 리비아의 카다피 체제가 금 기반의 새로운 통화를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2003년 이라크 전쟁으로 후세인 체제가 무너졌고, 2011년에는 카다피 체제가 붕괴됐어요. 그리고 올초에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이 물러났죠. 이제 마지막 남은 나라가 이란입니다. 그래서 제가 페트로 달러 체계를 방어하기 위한 에너지 패권 전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페트로 달러 체제가 약화되면 미국의 패권이 위기에 봉착하고,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지금 중동 지역에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게 된다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산유국들이 중국과 거래나 관계에서 일정 정도 거리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전쟁은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제어하기 위한 수단과 목적을 동반하고 있죠.”
- 우크라이나와 4년여 째 전쟁 중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이란 전쟁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란 전쟁이 러시아에 미친 영향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우크라이나 전쟁은 4년 동안 벌어졌는데 지금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이란 전쟁에 모든 관심이 쏠리면서 유가가 폭등하고 대표적 산유국인 러시아가 최대 수혜 국가가 됐습니다.”
- 교수님께서는 “한국판 중동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한국이 취해야 할 ‘실리 외교’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전쟁은 언젠가는 끝나는데 중요한 것은 전쟁 이후에 벌어질 국제질서 재편과 지역질서 재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일본의 행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 총리가 어제 이란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어요. 그리고 이번 전쟁 기간 동안 일본 외무상은 세 차례에 걸쳐 이란 외무장관하고 통화를 가졌습니다. 위기 속에서 이란을 관리한거죠. 또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중재 외교까지 제안하면서 여러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행보는 과연 어땠나요? 이번에 중재 외교를 통해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여러 역할을 할 수가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 신냉전 시대는 과거의 냉전 시대와 다른 구조입니다. 어떻게 보면 사안별로 협력하고 사안별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전쟁을 외부의 입장과 시각으로 보기보다는 우리의 입장과 국익을 기반으로 바라보고 평가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판 중동 전략이 필요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전후 복구도 많이 제기되고 있는데 정부와 국가 간 패키지 외교에 주목해야 합니다.국가 차원에서 정상 외교도 심각하게 고려해보고 또 대외원조(ODA) 사업을 통해 관계를 강화할 수 있을 겁니다. 이란뿐만 아니라 걸프 산유국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재건 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해야 합니다.”
- 중동 분쟁으로 인한 공급망 위기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이란 및 중동 시장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교두보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전쟁이 종식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전후 복구에 참여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흔히 중동 장사는 안면 장사다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중동에선 아무리 좋은 조건으로 거래 하려고 하더라도 외부인을 경계하는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측면 속에서 인적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는 인적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 매우 중요한 계기입니다. 관 차원에서의 여러 다각적인 채널 예를 들면 장관이 어려우면 차관 쪽의 라인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후 복구에 필요한 생필품을 지원하는 등 기업들이민간 외교도 펼칠 수도 있을 겁니다. 어수선한 상황속에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안면 장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또한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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