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열렸다"는데…호르무즈해협 통과 선박 '3척' 왜?(종합)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때문에 다시 폐쇄" 주장도…해협 공유 오만은 "징수 없다"

(서울=뉴스1) 장용석 김경민 기자 =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을 발표한지 하루가 지났지만 휴전의 핵심 조건이었던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개방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이란 내에서조차 해협 통항 문제를 놓고 상반된 보도가 나오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어 페르시아만 내에 묶여 있는 2000여 척의 선박들이 언제 해협을 빠져나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휴전 발표 후 해협을 빠져나간 선박은 단 3척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쟁 발발 전 하루 평균 약 135척이 통과했던 데 비하면 극히 제한적인 수준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발표와 함께 밝혔던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한 개방"과는 거리가 먼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 개방을 조건으로 이란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에 동의했다'고 밝힌 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SNS를 통해 자국 군과 조율 하에 호르무즈 해협을 2주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고 전했었지만, 선박 통항의 가시적인 진전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란 측이 주장하는 해협 통행료 징수나 항로 지정 등 절차적 문제 때문에 해협 개방에 시간이 걸리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란 당국이 '2주 휴전' 기간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 수를 하루 약 12척 정도로 제한하고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아랍권 중재자들에게 밝혔다"며 "이란은 해협 통과 선박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사전 조율을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해협 통과 선박은 이란 측과 사전에 통행료를 협의한 뒤 암호화폐나 중국 위안화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이란 석유·가스·석유화학 제품 수출업자 협회의 하미드 호세이니 대변인 또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해협을 지나는 모든 유조선으로부터 1배럴당 1달러의 통행료를 암호화폐로 징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만 배럴의 석유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의 경우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까지 지불해야 한다고 운영사와 선주들은 말했다.
호세이니는 "이란은 앞으로 2주간 무기 수송에 이용되지 않도록 해협을 드나드는 선박을 감시해야 한다"며 "모든 선박이 통과할 수 있지만, 각 선박에 대한 (검사) 절차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이란은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란 국영 SNN 통신은 "호르무즈 해협에 안전 항로가 지정됐다"며 "선박들은 IRGC와 협력해 해당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SNN은 "안전 진입 항로는 오만해에서 라라크섬 북쪽 방향이며, 안전 출구 항로는 페르시안만에서 라라크 섬 남쪽을 지나 오만해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반관영 메흐르 통신도 이날 IRGC 해군 발표라며 "해상 기뢰와의 잠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라라크섬 남쪽(출구)과 북쪽(입구) 해역을 이용하는 대체항로가 지정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폐쇄됐으며 통과를 시도한 모든 유조선은 회항했다"며 상반된 소식을 전했다. 이에 대해 IRGC와 연계된 파르스통신은 "이란이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폐쇄하고 유조선의 통행을 막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 해상 추적 데이터를 보면 유조선 '오로라'호가 해협 출구로 향하던 중 무산담 연안 인근에서 180도로 방향을 틀어 페르시아만 쪽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를 둘러싼 혼선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 백악관은 '이란이 레바논 문제로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했다'는 보도를 일단 부인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비공식 채널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오늘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량은 오히려 증가했다"며 "실제로 해협이 개방돼 있다는 내용이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말했다.
JD 밴스 미 부통령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이미 해협을 오가는 선박 통행량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내일(9일)도 통행량이 계속 늘어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공유하는 오만 정부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등 국제 해양운송 협정에 따라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그 어떤 통행료도 부과할 수 없다"(사이드 알마왈리 오만 교통부 장관)는 입장을 밝혔다고 아나둘루통신이 전했다.
유엔해양법협약은 '국제적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 모든 선박의 무해통항권(통과 통행권)을 보장하며, 연안국이 단순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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