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64년 '디자인 헤리티지'…시대의 미학과 취향을 관통하다

2026. 4. 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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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가구 박람회
살로네 델 모빌레.밀라노
32개국 1900여개 업체 참가
도시 전체가 거대 전시장으로
장인정신 깃든 살로네 라리타스
하이엔드 주거 공간 오브제로
리야드·마이애미로 무한 확장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 압둘라 금융지구에서 열린 로드쇼 ‘레드 인 프로그레스’ (위). 아래는 살로네 델 모빌레 밀라노가 지난해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 2025에 마련한 컬렉터스 라운지. /ⓒ Socialrise, 살로네 델 모빌레.밀라노 제공


4월의 밀라노는 세계의 디자인 수도로 변신한다. 세계 거물급 브랜드들이 이탈리아 밀라노 한복판의 옛 궁전과 대저택, 갤러리와 스튜디오 등을 임차해 쇼케이스를 열고, 도시 전체는 거대한 전시장이 된다. 변화무쌍한 현장 속에서 이탈리아 가구산업의 허브이자 글로벌 디자인 지형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가구 박람회 ‘살로네 델 모빌레.밀라노’가 그 중심에 있다. 올해는 4월 21일 개막해 6일간 이어진다. 디자인 관련 브랜드들이 총출동해 존재감을 부각하는 행사로, 이 기간 밀라노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디자이너와 비즈니스 관계자로 뒤덮인다.

박람회는 1961년 시작됐다. 내수 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고 가구 제조의 탁월함을 세계에 각인시키기 위해 이탈리아 목재 가구 산업연합회인 ‘페데를레뇨 아레도(Federlegno Arredo)’ 내 선구적인 기업들이 힘을 모았다. 이들은 박람회 전담 기구인 코스미트(COSMIT)를 발족했다. 이런 결단은 지금 밀라노를 세계 디자인 지형의 흔들리지 않는 중심지로 만든 동력이 됐다.

21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행사지만 밀라노 도시 전체가 이 시기를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 밀라노가 벌어들이는 경제적 이익과 문화적인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디자인 이코노미 시스템과 밀라노 폴리테크니코가 공동 발표한 2024년 연구에 따르면 이 박람회는 2억7500만유로(약 4500억원) 규모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 박람회 자체뿐 아니라 도시 전역에서 펼쳐지는 부대 행사까지 포함한 수치다. 하루 750억원 넘게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행사다.

 살로네 델 모빌레.밀라노 2026 하이라이트

이탈리아의 내로라하는 가구와 목재 기업들이 힘을 모아 닻을 올린 가구 박람회는 1974년 주방 가구 및 시스템을 망라하는 ‘유로쿠치나’와 1976년 조명 전문관 ‘유로루체’를 격년제로 도입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1998년에는 ‘살로네 사텔리테(Salone Satellite)’를 론칭해 신진 인재들의 등용문을 자처하며 지금까지 1만4000명 이상의 인재를 배출했다.

64회째를 맞이하는 올해 행사는 피에라 밀라노 로(Fiera Milano Rho)에서 열린다. 이미 전 구역이 매진된 16만9000㎡ 규모의 전시장에는 32개국 1900여 개 업체가 참가한다. 약 30만 명의 관람객과 5000여 명의 다국적 기자가 모일 예정. 이처럼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배경에는 무역 박람회의 틀을 넘어 국가적 문화 자산으로 진화해 온 그만의 미래지향적인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에디션에서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살로네 라리타스(Salone Raritas)’의 등장이다. 라틴어로 ‘희소성’을 뜻하는 이 특별한 섹션은 한정판 디자인, 장인 정신이 깃든 수공예품과 앤티크를 두루 소개한다. 이곳에 참여하는 갤러리들은 럭셔리 호스피탈리티와 하이엔드 주거 공간의 품격을 결정짓는 오브제를 선보이며, 결국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란 ‘오래도록 간직될 가치’에 있음을 시사한다.

 밀라노 밖, 리야드에서 마이애미까지

살로네 델 모빌레.밀라노는 글로벌 디자인 커뮤니티와 더욱 밀도 있게 교류하며 확장하고 있다.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12월), 아트 바젤 홍콩(3월)과 맺은 3년간의 파트너십은 디자인과 예술, 나아가 하이엔드 자산 시장 사이의 새로운 접점을 구축하려는 영리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세계 주요 컬렉터와 큐레이터, 투자자가 모이는 아트 바젤 내 ‘컬렉터스 라운지(Collectors Lounge)’를 이탈리아 대표 브랜드로 채움으로써 문화적 담론 형성과 실질적인 경제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철저히 시장 지표에 근거한다. 페데를레뇨 아레도 연구센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이탈리아 목재 가구의 대미 수출액은 21억유로(약 3조6500억원)를 웃돌며 비유럽권 최대 전략 요충지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2030년까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4%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마이애미는 최근 몇 년간 최고급 주거 및 호스피탈리티산업의 메카로 부상하며 이탈리아산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를 견인한다.

살로네 델 모빌레.밀라노의 시선은 이제 중동으로 향한다. 핵심 거점으로 낙점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압둘라 금융지구에서는 올 11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살로네 델 모빌레가 처음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본행사에 앞서 로드쇼인 ‘레드 인 프로그레스’ 등 사전 프로그램도 열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탈리아 가구 수입액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2억6400만달러(약 3900억원)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밀라노=유승주 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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