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랑 감독의 입이 만든 기적, 0%에 도전하는 현대캐피탈

이정호 기자 2026. 4. 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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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이 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승리한 뒤 굳은 표정으로 코트를 나서고 있다. KOVO 제공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왼쪽)과 헤난 달 조토 대한항공 감독. KOVO 제공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지난 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4차전을 앞두고도 판정 논란의 앙금이 사라지지 않은 듯했다.

5세트 14-13에서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의 서브가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으로 선언되면서 졌다. 앞서 상대 블로킹에 맞고 떨어진 공이 비슷한 상황에서는 대한항공 득점으로 인정됐기에 현대캐피탈의 반발이 거셌다. 블랑 감독은 “승리를 강탈당했다”며 분노했다.

3차전부터는 블랑 감독의 ‘분노 시리즈’가 됐다. 블랑 감독은 3차전 시작에 앞서 “분노의 힘으로 승리하겠다”며 독한 각오를 밝혔고, 3차전 3-0 완승으로 흐름을 바꿨다. 3차전 승리에도 만족하지 않았다.

블랑 감독은 ‘입 배구’를 통한 심리전은 계속된다. 팀 사기를 끌어올리며 상대는 압박한다. 블랑 감독은 4차전을 앞두고도 “아직 내 분노는 식지 않았다. 우승해야 씻겨 내려갈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기자회견 내내 웃음을 보이지 않으며 자신의 독한 마음가짐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그동안 챔프전 1차전 승리 시 75%, 2차전까지 승리 시 100% 우승을 했다고 하는데, 난 아직 여기 있다”며 “새 역사를 쓰겠다. 오늘 상대 전적 2승 2패를 만든 뒤 5차전에서 승리하겠다”고 했다.

그의 의지는 선수단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홈팬들 앞에서 4차전까지 3-0으로 잡고, 3차전 기세를 이어갔다. 황성빈은 “(2차전)인천에서 지고 천안으로 돌아오면서 선수들끼리 의지를 다졌다. 감독님은 ‘천안에서 축포를 터트리지 않게 하자’, ‘분노를 코트에서 녹여내자’고 강조하셨다. 그런 마음을 결과로 나타낼 수 있어 기분 좋다”고 말했다.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리고도 웃음기 없이 취재진과 마주한 블랑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분노 뿐 아니라 우승 의지를 보여줬다”며 “비공식적으로 우리가 오늘 3-1로 우승했어야 한다. 하지만 인천에서 우승할 수 있게 하겠다”고 상대를 자극했다.

2년 만의 통합 챔피언 복귀를 노리는 대한항공과 디펜딩챔피언 현대캐피탈간 챔프전 왕좌에 오를 주인공은 10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릴 5차전에서 결정된다. 챔프전이 5차전까지 펼쳐지는 건 2020-2021시즌 이후 5년 만이다. 현대캐피탈은 남자부 최초의 리버스 스윕 우승을 노린다. 역대 20차례 챔프전에서 1·2차전을 지고 우승한 사례(2009~2010, 2010~2011시즌 7전4승제, 2021~2022시즌 3전2승제 포함)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여자부까지 포함해도 2022~2023 흥국생명을 꺾은 한국도로공사 사례가 유일하다.

약 2주간 7경기를 소화하는 강행군 중인 현대캐피탈은 이 기세로 역전 우승까지 이룬다는 각오다. 주장이자 토종 주포인 허수봉은 “경기를 하면서 오히려 경기력이 더 좋아진다.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경기력에 나와서 좋다. 역전 우승까지 1경기 남았다. 최선을 다해 이기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체력 문제에 대해선 “5차전까지 왔으니 대한항공도 힘든 상황이다. 우리가 2경기를 더 했지만 괜찮다”며 “대한항공이라는 강팀과 경기하니 더 이기고 싶다. 저도 컨디션이 더 오르고, 승부욕이 불타 오른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30대 후반에 접어든 팀의 에이스 레오의 체력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2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대한항공은 심리적 부담감을 극복해야 한다. 1차전 이후 활약이 위축된 새 외국인 선수 호세 마쏘 활용에도 벤치의 고민도 더해진다. 헤난 달 조토 대한항공 감독은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과 10경기를 해서 5승5패가 됐다”며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5차전에서는 선수들이 더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다른 동기부여로 코트에 설 것이다. 상대도 마찬가지”라며 밀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이야기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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