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도 영향받나···“트럼프, 이란 전쟁에 협조 안 한 나토 회원국 병력 철수 검토”
WSJ “미국·나토 전쟁 후 갈등 심화”
트럼프 SNS에 “그린란드 기억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에 비협조적인 국가에서 미군 병력을 빼내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보복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협조하지 않은 국가로 거론한 만큼 주한미군 재배치나 통상 현안을 지렛대 삼아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나토 회원국에서 미군을 철수시켜 우호적인 국가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백악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계획은 백악관이 준비하고 있는 나토 제재 방안 가운데 하나로, 최근 몇 주 동안 고위 관계자들이 검토하며 정부 내 지지 여론을 형성해 왔다.
WSJ는 이 계획에 유럽국가 최소 한 곳에서 미군 기지를 폐쇄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개시를 결정한 후 미국과 유럽 동맹국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병력 재배치와 기지 축소는 나토 완전 탈퇴와 달리 의회 승인이 필요 없으며, 동맹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
스페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비협조적’ 국가로 거론된다. 스페인은 전쟁 발발 후 대이란 작전에 투입된 미군 항공기의 영공 진입을 차단했으며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백만명을 걸고 러시안룰렛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은 미국의 작전 수행에 협조했지만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미·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습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이란 작전에 참여하는 미 공군에 자국 내 기지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들 국가에서 빼낸 미군 병력은 폴란드,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그리스 등으로 재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국가는 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 지출 비율이 높고 호르무즈 해협 감시를 위한 국제 연합군 창설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루마니아는 전쟁 발발 후 미 공군의 기지 사용 요청을 신속하게 승인했다. WSJ는 미군 병력을 동유럽으로 재배치하면 러시아 국경과 더 가까워진다며 이는 러시아의 반감을 살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은 약 8만4000명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이 끝난 이후 나토를 탈퇴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나토에 대한 불만을 터뜨려 왔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이날 백악관을 찾았지만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뤼터 사무총장과 만난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가 그들이 필요할 때 나토는 없었고, 우리가 다시 그들이 필요할 때도 그들은 없을 것”이라면서 “그린란드를 기억하라”고 적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뤼터 사무총장의 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내에서) 나토 탈퇴를 논의했다”고 인정했으며 “나토가 미국인의 세금으로 국방비를 지원받았는데 지난 6주 동안 미국인을 외면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회담 후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실망감을 이해한다”면서도 “유럽 대다수 국가는 도움이 돼 왔다는 사실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나토의 핵심은 회원국 간 집단 방위 의무를 담은 조약 5조인데, 역사상 이 조약이 발동된 적은 2001년 9·11 테러 때가 유일하다. 이 조약에 따라 유럽의 나토 회원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도 주한미군 재배치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가 각국이 거부하거나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소셜미디어 등에서 나토 회원국과 한국, 일본, 호주 등을 거론하며 전쟁에 비협조적이라고 비판해 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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