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방은 카페 같지 않을까…공간 바꾸는 세 가지 법칙 [전하민의 리빙 아카이브]
천장에서 내리쬐는 형광등의 차갑고 건조한 느낌을 예전부터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원룸에서 자취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구매한 것도 조명이었다. 이케아에서 작은 테이블 램프 세 개를 사서 방 안 곳곳에 두었다. 확실히 하얀 형광등 대신 노란 불을 켜두니 이전보다 낫긴 했지만, 근사한 카페나 호텔에서 느껴지던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특유의 아늑함은 내 방에 없었다. 나는 빛과 어둠이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공간에 입체감을 만들어주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건 테이블 램프 몇 개로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루이스폴센 - 폴 헤닝센 = 0

흥미롭게도 비슷한 고민을 무려 100년 전에 먼저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덴마크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폴 헤닝센(Poul Henningsen)이다. 1920년대, 에디슨의 백열전구가 보급되며 사람들은 촛불보다 밝고 안전한 이 새로운 빛에 환호했지만, 헤닝센은 공간을 납작하게 만드는 전구의 강렬함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그 후 몇 년에 걸친 실험 끝에 광원이 직접 눈에 닿지 않으면서 빛을 부드럽게 분산시키는 '3-셰이드 시스템'을 완성했다. 원칙은 세 가지였다. 눈부시지 않을 것, 빛이 필요한 곳을 정확히 비출 것,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들 것. 그렇게 탄생한 조명은 평범한 기계 설비 회사였던 루이스폴센을 지금의 세계적인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조명 애호가들 사이에서 "루이스폴센-폴 헤닝센=0"이라는 밈이 소비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조명을 오브제로 바라본 시도들
헤닝센이 '어떻게 비출 것인가'에 대한 거의 완벽한 해답을 내놓자, 다음 세대의 디자이너들은 조명이 빛을 내는 도구를 넘어 그 자체로 오브제가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1962년 카스틸리오니 형제가 선보인 아르코(Arco) 조명은 천장에 구멍을 뚫지 않고 식탁 위로 빛을 비추겠다는 실용적인 목표에서 출발했다. 2미터가 넘는 강철 아치를 허공에 띄우고 65킬로그램의 대리석으로 그 하중을 버텨냄으로써, 이 거대한 조명은 그 자체로 방 안의 작은 건축물이 되었다.

비슷한 시기 이사무 노구치는 얇은 종이로 전구의 인공적인 빛을 부드럽게 투과시킨 아카리(Akari)를 통해 조명을 불이 꺼져 있을 때도 공간에 고요히 놓이는 한 점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반세기가 흘러 등장한 톰 딕슨의 멜트(Melt)는 꺼져 있을 땐 차가운 금속 구체로 주변을 반사하다가, 불이 켜지면 반투명하게 녹아내리는 일그러짐을 구현하여 낮과 밤의 표정을 다르게 했다.


빛을 디자인하고 형태를 부여하려는 이런 시도들은 현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 왔다. 오늘날 수많은 조명 브랜드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에 어울리는 다양한 빛의 오브제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하지만 아무리 명작이라 불리는 근사한 조명을 방 안에 들여놓는다고 해도, 진정한 아늑함은 단 하나의 빛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공간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서는, 용도와 형태가 다른 빛들을 적절히 겹쳐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제 다양한 조명들을 활용해 공간의 밀도를 높여줄 '조명 레이어링의 세 가지 원칙'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첫 번째 원칙: 빛에는 세 개의 층이 있다

인테리어 조명 설계의 이론은 비교적 단순하다. 조명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전체를 밝히는 기초 조명(ambient), 특정 작업 영역을 비추는 작업 조명(task), 그리고 오브제나 실내의 건축적 디테일을 부각하는 포인트 조명(accent)이다. 이 세 기능이 작동할 때 공간은 균형과 깊이를 동시에 가진다.
대부분의 집에는 천장 조명 하나만 있다. 기초 조명이다. 하지만 이에 더해 소파 옆으로 플로어 램프를 놓고, 벽에 걸린 그림을 향하는 스팟 조명을 추가하는 순간, 공간에 층위가 생긴다. 우리 눈은 자연스럽게 가장 밝은 곳으로 향한다. 빛을 이용해 시선을 유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하고 싶다면 가장 먼 지점을 밝히고, 아늑하게 만들고 싶다면 낮은 위치의 조명으로 그 영역을 감싸면 된다.
두 번째 원칙: 조명에 디머(dimmer)를 달아라

조명을 아무리 잘 골라도 밝기를 조절할 수 없다면 그건 절반짜리다. 전문가들은 아침에 손님을 맞을 때, 저녁 식사 자리를 차릴 때, 혼자 영화를 볼 때 각각 다른 밝기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방 아일랜드 위 조명은 밝게, 나머지 공간은 따뜻하고 낮게, 그림이 걸린 벽면은 집중해서 빛을 배치한다. 빛의 밝기와 온도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을 때 공간은 비로소 완성된다.
디머는 단순히 밝기만 낮추는 게 아니다. Dim to Warm 기술이 적용된 LED는 밝기를 낮출수록 색온도가 함께 내려간다. 100% 밝기에서 2700K였던 빛이 최저로 내리면 1800K에 가까운 호박빛으로 변한다. 전기가 보급되기 전, 밤이 어둑해질수록 따뜻해지던 그 느낌을 LED로 재현하는 것이다. 때로는 조명 하나를 더 사는 것보다 디머 하나를 다는 게 더 큰 변화를 만든다. 이러한 디머는 온라인으로도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세 번째 원칙: 색 온도를 통일하되, 공간의 팔레트에 맞춰라
조명을 디머와 함께 여러 개 두었는데도 어딘가 어색하다면, 십중팔구 색온도 충돌이 원인이다. 색온도는 낮을수록 노랗고 따뜻하며, 높을수록 파랗고 차갑다. 하나의 공간 안에서 따뜻한 빛과 창백한 빛이 뒤섞이면 공간은 중심을 잃고 산만해진다. 그래서 한 공간 안의 조명은 되도록 비슷한 온도의 빛으로 통일해 주는 것이 좋다.
여기에 놓치기 쉬운 한 가지가 더 있다면, 바로 '빛이 사물의 진짜 색을 얼마나 잘 살려내는가'이다. 아무리 은은하고 분위기 있는 빛이라도 그 아래 놓인 가구의 나뭇결이나 소파의 질감, 책의 표지가 칙칙하게 보인다면 좋은 조명 배치가 아니다. 자연스러운 햇빛 아래서 보는 것처럼 사물을 생기 있게 비춰주는 것, 그것이 방 안의 아늑함을 완성하는 숨은 비결이다.
이 세 가지 원칙을 기억하며 오늘 밤 천장의 형광등을 한번 꺼보자. 당신을 부드럽게 감싸줄 빛이 거기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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