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상자산 과세 ‘디파이 사각지대’ 우려… 스테이킹·렌딩 등 기준 부재 [크립토360]

유동현 2026. 4. 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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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과세 앞두고 국세청 국회 답변
국세청 “중앙화·탈중앙 별도 구분 안해”
해외거래소 수익도 56개국 이외는 어려워
투자자 간 형평성·자금 이탈 우려 여전
[123rf]

[헤럴드경제=유동현·경예은 기자] 내년 1월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국세청이 스테이킹(예치 보상)·렌딩(대여) 등 다양한 수익 유형을 둘러싼 과세 기준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거래소를 통해 올린 수익 역시 암호화자산 정보교환 규정(CARF)에 참여한 56개국 이외 지역에선 사실상 불가능해 과세 형평성 및 자금 이탈 우려를 키우고 있다.

9일 국세청이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 따르면 스테이킹, 렌딩, 에어드롭(무상 배포), 하드포크(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등 가상자산 수익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은 부재한 실정이다.

국세청은 해당 수익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 범위, 취득 가액 및 취득원가 산정 방식’을 묻는 질의에 “과세 대상 가상자산 소득 여부 및 취득원가 산정 방식에 대해서는 해외 입법 사례와 전문가 의견을 수집 중”이라고 답했다.

국세청은 업비트·빗썸·바이낸스 등 거래소를 통한 중앙화금융(CeFi)과 달리 거래소를 거치지 않는 탈중앙화금융(DeFi)에 대한 과세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의 관점에서는 중앙화금융(CeFi·씨파이)과 탈중앙금융(DeFi·디파이)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디파이는 사실상 과세 사각지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디파이란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중앙 중개 기관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규칙)와 유동성 풀을 통해 금융 기능을 수행하는 구조다. 가령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디지털자산을 활용해 예금, 대출, 파생상품 거래 등을 개인 간 직접 이용할 수 있다. 중앙화 거래소(CEX)인 업비트·빗썸 등을 통하지 않고 유니스왑, 팬케이크스왑 등 탈중앙거래소(DEX)를 통하거나 직접 이용도 가능하다. 고수익을 거둘 수 있어 많은 투자자들은 디파이를 활용하는 추세다.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이날 전 세계 디파이 예치자산규모(TVL)는 949억3200만달러(약 141조원)에 달한다.

디파이를 통한 대표적인 수익 유형은 스테이킹과 렌딩이다. 스테이킹이란 자신의 가상자산을 블록체인상 기록 검증에 기여하도록 예치한 뒤 이에 따른 보상을 받는 개념이다. 중앙 거래소를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디파이를 통해 접근하면 중앙 거래소에서 다루지 않은 더 많은 종류의 가상자산을 스테이킹할 수 있다.

가령 업비트를 통한 스테이킹 가능 코인은 ▷이더리움 ▷코스모스 ▷에이다 ▷솔라나 ▷폴리곤에코시스템 ▷크로노스 등 6가지다. 연간 수익률(APY)은 변동되지만 전날 기준 2.12%~20.29%로 분포됐다. 반면 디파이를 통한 스테이킹 수익률은 통상 이보다 높은 수준으로 형성되고, 가능한 프로젝트(코인) 역시 만여 가지가 넘는다.

가상자산을 예치하거나 담보로 맡기고 다른 자산을 빌리거나, 예치한 자산에 대해 이자를 받는 렌딩도 디파이에서 널리 활용된다. 이용자는 프로토콜에 자산을 공급해 차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그 대가로 이자 수익을 거둔다. 이밖에도 국세청이 과세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에어드롭, 하드포크, NFT 역시 대표적인 가상자산 수익 유형이다.

당초 2022년부터 과세를 시행하려다 내년으로 밀렸지만 ‘과세 체계 미비’는 예년과 다르지 않은 실정이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과세가 시작되면 빠져나갈 방법을 찾게 될 텐데 국세청의 세부적인 기준이 없다면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와 DEX나 디파이로 이탈한 투자자 간 형평성이 어긋난다”며 “가상자산에서 흔하게 이용되는 여러 유형에 대한 기준이 없이 시행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내 거래소가 아닌 과세를 회피할 수 있는 해외 거래소로 자금 이탈 우려도 있다. 국세청이 송언석 의원실에 제출한 암호화자산 정보교환(CARF) 협정국은 현재 일본, 독일, 스위스, 아랍에미리트 등 56개국이다. CARF는 가상자산 시장 내 조세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국제 공조 체계다. 국가별 과세 주무 부처가 자국 거주자의 가상자산 거래 정보를 매년 자동으로 교환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미국과 아시아 주요 시장인 인도는 CARF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서명국에 아직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2029년부터 정보교환이 가능하도록 CARF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인도는 아직 이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CARF가 사실상 ‘반쪽짜리 체계’에 머물거란 평가가 나온다. 한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활발한 미국이 빠지면 제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아직 CARF는 제도 성숙도가 높지 않고, 국가별 정보 제공 시점에도 차이가 있어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현행 과세 시스템에 따르면 사실상 국내 5대 거래소만 가능하다”며 “과세가 시작되면 CARF에 없는 해외 거래소로 자금이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었음에도 과세 기준조차 마련되지 못했다는 것은, 애초에 제도의 실현 가능성 자체가 낮았다는 점을 방증한다”며 “가상자산소득세를 무리하게 시행하는 것은 시장 혼란과 조세 형평성 문제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금융투자소득세가 이미 폐지된 상황에서 가상자산에만 과세를 유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정부가 제도의 근본적 한계를 인정하고, 1300만 투자자와 국내 가상자산 시장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소득세를 전면 재검토하고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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