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영화 '휴민트'를 고액에 산 넷플릭스의 계산법
NEW는 손실 회복, 넷플릭스는 킬러 콘텐츠 확보
영화 '휴민트'가 죽다가 살아났다. '휴민트'의 기사회생은 과감한 (한편으로는 논쟁적인) 선택 때문이다. '휴민트'는 넷플릭스에 개봉 49일 만에 탑재됐다.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더 가파른 인기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휴민트'는 지난 4월 1일 세계 190여 개국(중국 북한 러시아 시리아 등 제외)에 공개돼 그중 80여 개국에서 TOP 10에 올랐으며 영화 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휴민트'는 지난 49일간의 극장 개봉 과정에서 대중 관객들로부터 다소 과도한 외면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건 한편으로 '왕과 사는 남자'에 대해 평단 일부가 다소 잘못 판단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왕과 사는 남자'와 '휴민트'는 평단과 대중 관객으로부터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후자의 경우 영화와 관련 업계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휴민트'는 순제작비가 240억 원, 총제작비(순제작비+PNA 비용)는 270억 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휴민트'의 총관객 수는 198만명이었으며, 이에 따라 총매출액은 178억 원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 통계) 극장 대 투자배급사가 5:5로 수익 지분을 나눈다고 할 때, '휴민트'를 총괄했던 투자배급사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는 약 80억 원만 확보한 셈이 됐다.
결과적으로 200억 원 가까이 손해가 났으며 회사로서는 큰 위기에 봉착한 셈이 됐다. NEW와 넷플릭스의 결합 과정에서 누가 먼저 손을 내밀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기존의 관행대로라면 NEW로서는 손실분을 해외 판매에서 보충해야 했다. 그러나 해외 세일즈도 그 자체로 돈이 들어간다. 세계 시장에서 매출이 얼마나 일어날지 예상하기도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자금의 ‘동맥경화’를 막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해외 판매로 손실분을 메우기까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
NEW로서는 이걸 일시에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해외 세일즈에 따르는 매출을 포기하고 목돈을 받되, 모든 부가 시장 판권을 넷플릭스에 넘기는 것이었다. NEW의 이번 선택은 한국 메이저급 배급사의 고육지책 생존 전략을 보여 준 극적인 사례로 꼽힌다.
'휴민트'의 손해분 거의 전부를 메워 주고 전격 글로벌 공개에 나선 넷플릭스 코리아에는 무엇이 남게 됐는가. 일단 한국 연간 매출 1조 원(전 세계 연간 매출은 60조 원, 월평균 5조 원)의 구독경제를 유지하는 데에 필수 불가결한 ‘킬러 콘텐츠’가 됐다는 것이다.
이른바 S밭, T밭과 같은 ‘넷플릭스 밭’을 더 크게 늘려 디즈니+, 쿠팡, 티빙 등과의 경쟁에서 압도적인 독점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휴민트'의 이번 글로벌 1위로 2억 명이라는 세계 가입자 수는 더욱더 증가할 것이다. 구독경제력은 한층 더 탄탄해질 것이다.

이번 거사로 넷플릭스는 국내의 이름있는 창작자들과의 휴민트‘적’ 제휴에 한 발 더 가깝게 다가선 전략적 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휴민트'의 글로벌 성공은 류승완이라는 한국의 걸출한 액션 영화 감독을 할리우드를 넘어 세계 무대로 진출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여기에서 넷플릭스가 주도권을 잡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감독 박찬욱과 손잡고 영화 '전, 란'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한 바 있다. 현재는 한국 최고의 작가주의 감독 이창동의 '가능한 사랑'을 오리지널로 제작 중이다. 전해지는 내부 반응에 따르면 올 8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의 성과가 기대되며, 그것을 발판으로 내년 3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도 넘볼 수 있다는 분위기로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넷플릭스가 모든 권리를 독점하는 작품으로 이 경우 극장 개봉은 금지된다. 반면 넷플릭스 라이선스는 다른 제작사의 작품을 방영권만 사 온 경우를 말한다. 이번 '휴민트'는 라이선스와 오리지널의 넷플릭스 방식이 혼합된 특수한 경우이다. '휴민트'는 영화 배급사 NEW가 만들었지만 모든 부가판권 권한을 넷플릭스에 넘긴, 곧 넷플릭스 준(準)오리지널이 됐다.
'휴민트'를 사이에 두고 NEW와 넷플릭스 모두 행복해졌지만 이게 꼭 모두를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무엇보다 홀드백 6개월을 골자로 하는 입법 발의안이 국회에 계류되어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극장 체인들은 이번 사안을 예의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홀드백(Hold-Back)은 애초 극장 수익을 극대화할 필요로 영화 플랫폼이 극장에서 IPTV나 VOD 같은 유료 서비스, OTT 같은 구독 서비스 업체로 넘어가는 기간을 정해 놓는 시스템을 말한다. 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단서 조항이 있긴 하지만 이 기간을 6개월로 못 박는 의원 입법 발의를 내놓은 상태이다.
이를 두고 영화 업계는 극장 대 비극장(투자, 제작, 배급사)으로 의견이 나뉜 상태다. 한동안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으나 시장 상황이 워낙 고사 직전에 이르자 현재는 그 틈이 많이 좁혀진 상태이다. 홀드백 제도와 원칙은 인정하되 기간의 적용은 법률적으로 명시하지 않는 것이 현실적인 조치라는 데에 대체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IPTV이다. 영화가 극장에서 OTT로 직행하면 그 중간 단계의 유료 서비스 시스템(서비스 비용이 개봉 시기에는 극장 티켓값에 상응하는 수준이었다가 극장에서 종영하면 상당 수준 떨어진다)이 붕괴한다.
'휴민트'의 넷플릭스 공개로 가장 예민한 곳은 통신 3사가 소유하고 있는 GENIE TV(KT), B tv(SK브로드밴드), U+TV(LG유플러스) 등이다. 이들은 <휴민트> 사례가 일반화될 경우 자신들에겐 치명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IPTV 업계로서는 위기 국면이다.
그러나 시장은 결국 타협점과 타결책을 찾을 것이다. 예상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은 통신 3사가 한국 영화에 대한 직접 투자를 늘림으로써 IP(저작권)에 대한 독점 권한을 늘려나가리라는 것이다. IPTV와 넷플릭스 간 경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극장은 극장대로 '왕과 사는 남자' 같은 메가 히트작의 상영을 최대한 늘려나가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1600만을 넘어선 '왕과 사는 남자'의 매출액은 734억 원이고 극장 매출은 367억 원이다. 할리우드 영화를 포함해 대형 작품의 스크린 수를 늘리고 다양한 이벤트(월드컵 축구 중계, 트로트 공연 실황 중계나 팬 사인회)로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다. 극장 역시 변화를 추구해 나가야 할 상황인 것이다.
넷플릭스는 넷플릭스대로 한국 영화에 대한 제작 지원을 반대급부로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의 경우가 이를 위한 롤모델이 될 수 있다. 넷플릭스는 프랑스 내 연간 매출의 25%를 프랑스 영화 및 콘텐츠의 창작 생태계에 투자하고 있다. 홀드백 기간을 36개월에서 15개월로 대폭 줄인 결과의 상호 이해에 따른 것이다.

'휴민트'는 특수한 사례에 불과한 것으로 남을 것인가. 그보다는 어쩌면 시장 구조의 전환이라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상생의 구조가 될 것인가 공멸의 구조로 갈 것인가. '휴민트'의 주인공 조 과장(조인성)과 박건(박정민)은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총영사 황치성(박해준)에 맞서 자신들의 휴민트이자 연인인 채선화(신세경)를 구하려고 힘을 합친다. 둘이 손을 잡는 것은 마지막, 극적인 순간이다. 시장의 상생은 그렇게 극적으로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영화 '휴민트'처럼 업계의 주체 각자가 창작 생태계를 활성 상태로 유지할 만한 방안으로 연합해야 한다. 그 중간 고리는 자금, 곧 제작 펀드이다. 최근 정부는 818억 원 규모의 영화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490억을 내고 민간 자본 328억 원을 붙이겠다는 것이다. 6:4의 구조이다.
넷플릭스가 이 328억 원의 일부로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생은 돈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만고의 진리이자 그것이 바로 '휴민트'가 남긴 사례일 것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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