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퍼붓던 미국-이란, '통행료' 동업하나…전쟁비용 불똥 세계로 튄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리스크가 '물리적 봉쇄'에서 '상시적 비용'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2주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란은 선박에 통행료를 요구하며 해협 통제권을 놓지 않을 태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통행료 공동 징수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이란 전쟁이 세계 에너지 시장에 새로운 비용 부담을 안길 거란 우려가 커진다.

이란은 휴전 합의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를 하루 12척 정도로 제한하고 통행료를 부과하겠단 계획을 중재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란은 벌어들인 통행료를 재건 비용으로 활용하겠단 입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미 이란은 선박 규모에 따라 통행료를 차등 부과하고 있다. 약 200만배럴의 원유를 운반할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의 경우 통행료가 약 200만달러에 달한다. 해운업계에선 '테헤란 톨게이트'로 통한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기뢰를 피할 수 있는 2개의 대체 항로도 발표했다. 이란 케슘섬과 라라크섬 사이를 빠져나가는 방법으로, 기존 항로와 비교하면 이란 본토 쪽으로 한참 치우쳐 있다. 사전 조율을 거쳐 통행료 등을 지급한 선박에 한해 기존 항로 대신 대체 항로를 이용해 운항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전쟁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 가진 영향력을 확인한 만큼 통제권을 내려놓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스라엘 국방정보국에서 이란을 담당했던 대니 시트리노비츠는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에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만큼 중요한 자산이 됐다"면서 "이제 그들에게 해협 통제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합작사업'이라는 언급은 이란의 제안을 수용하는 것을 넘어 미국이 통행료 징수에 관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통행료 징수에 일정 부분 참여해 '관리비' 성격의 수익을 확보하려는 구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뒤에도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을 통제하면서 관련 이권에 관여했다.
미국과 이란이 이해관계는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이란은 제재와 전쟁으로 악화된 재정을 보완할 새로운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고, 미국은 해협 안정화를 명분으로 핵심 원유 수송로에서 일정한 몫을 챙길 여지를 갖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중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중동 원유를 필요로 하는 국가들이 해결해야 한단 취지의 발언을 거듭하며 '필요한 쪽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내던 터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역시 이란의 통행료 징수 방침에 대해 "불법적이고 수용 불가능한 조건'이라면서도 실제 부과 땐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큰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도 대응할 수 있지만 주도할 필요는 없단 의미다.

해협 통행료가 국제 규범과 충돌할 소지도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자연 해협으로 유엔해양법 협약(UNCLOS)상 선박이 멈추지 않고 통과할 권리인 '통과통항권'이 인정되는 구간이다. 인공 수로인 수에즈운하처럼 시설 유지 및 관리 비용을 근거로 통행료를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선 이 통행료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데이터 분석업체 케플러는 8일 보고서를 통해 "걸프 지역 수출 물량을 대체할 경로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보다 해운사와 보험사들이 비용을 먼저 수용하며 시스템이 굳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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