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법정으로 간 공천, 정치는 왜 스스로 길을 잃었나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정치의 자율성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5일까지 접수된 가처분 신청 건수를 보면 김영환 충북지사만이 유일하게 법원의 인용 결정을 받아 기사회생했다. 반면, 대구시장 예비후보인 주호영 의원을 포함한 5명의 신청은 모두 기각됐다. 법원은 정당의 공천권이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지닌 자율적 영역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당헌·당규라는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를 어겼는지를 파고들었다.
김 지사의 사례에서 법원이 손을 들어준 이유는 명확했다. 재공모 과정에서 규정된 공고 기간을 지키지 않는 등 '절차적 정당성'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주 의원 등 다른 후보들의 기각 사유는 당의 판단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즉, 법원은 공천의 '내용'보다는 그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의 공정성을 심판의 잣대로 삼았다.
공천에서 배제된 후보들이 잇따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정치와 사법의 경계가 빠르게 흐려지고 있다. 과거 법원은 정당 내부 문제에 대해 '사법 소극주의'적 입장을 취해왔다. 공천이나 징계와 같은 사안은 정당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2021년 대법원 판례를 계기로 상황이 달라졌다. 정당 역시 헌법 질서 안에서 민주적 운영이 요구된다는 판단이 명확해지면서 당내 의사결정 과정이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할 경우 사법적 통제가 가능하다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후 법원은 실제로 정당 내부 분쟁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당 대표 징계,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후보 교체 논란 등 굵직한 정치적 갈등이 법정에서 판단됐고 그 결과는 곧바로 정치 지형에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라는 두 가지 흐름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내부 갈등을 스스로 조정하기보다 법원의 판단에 기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공천 결과에 승복하기보다 법적 대응을 통해 뒤집으려는 시도가 늘어나면서 정당 내부의 책임 정치와 자율적 조정 기능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 반대로 사법부는 점점 더 정치적 사안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며 그 판단이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 놓인다.
이 같은 악순환의 근본 원인은 취약한 당내 민주주의에 있다. 공천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된다면 탈락자들이 법원에 호소할 유인은 크게 줄어든다. 그러나 특정 지도부나 계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유지되고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는 결과에 대한 불복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공천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법정으로 넘어가면 후보 선출의 기준과 과정이 유권자보다 법적 판단에 의해 좌우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는 정당 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요소다. 물론 사법적 개입이 전적으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명백한 절차 위반이나 권력 남용이 존재할 경우 이를 바로잡는 역할은 필요하다. 문제는 그 경계다. 어디까지를 정당의 자율로 볼 것인지, 어디서부터 사법적 통제를 가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이 경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소송이 남발되면 사법부 역시 정치적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해법은 정치 내부에 있다. 정당이 공천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갈등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경선 규칙의 명확화, 의사결정 과정의 공개, 이의제기 절차의 내실화 등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장치가 작동할 때 비로소 법원에 의존하지 않는 정치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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