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소년은 왜 말하지 않을까

상담 현장에서 청소년을 만나면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다. "그냥 혼자 버텼어요.", "말해도 달라질 것 같지 않았어요."라는 이야기다. 보호자나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도, 청소년은 끝까지 혼자 견디는 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힘든 문제를 견디고 있는 청소년 또한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어른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표면적으로 요즘 청소년들은 자신의 감정을 비교적 솔직하게 표현하는 세대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이야기, 특히 자신의 약함이나 어려움이나 누군가와 갈등이 있는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해야 하는 순간에는 말을 아끼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히 표현력이 부족한 문제가 아닌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민이나 힘든 순간을 말했을 때 돌아올 반응에 대한 경험과 기대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청소년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모든 어른에게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말할지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과정에 가까우며, 어른에게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괜히 더 걱정할까 봐", "혼날 것 같아서", "별일 아닌 것처럼 넘길 것 같아서"와 같은 이유들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미 한 번 이야기해 본 경험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특히 어렵게 꺼낸 이야기가 충분히 이해받지 못하거나, 빠르게 해결하려는 조언으로 돌아온 경험 이후에는 더욱 말을 꺼내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떤 반응을 경험했느냐'이다. 많은 경우 어른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반응하지만, 청소년은 해결보다 먼저 자신의 상태가 이해되기를 기대하는데, 청소년에게 도움이나 이해의 요청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는 일종의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이나 대단히 용기 있는 행동으로 여겨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말했을 때 경험은 이후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며, 충분히 들어주지 않는 경험이 반복되면, 청소년은 점점 더 말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반대로, 특별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이야기가 존중받고 이해받았다는 경험은 또 다른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상담 현장에서는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온전히 해본 경험만으로도 긴장이 완화되거나, 이후 도움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청소년의 도움 요청을 단순히 개인의 성향이나 특정 문제로 보는 것은 지양 해야한다. 청소년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결코 의지의 부족이 아니라, 말해도 괜찮다고 느끼는 환경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결국 소년이 얼마나 쉽게 말을 시작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청소년기는 다양한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시기이다. 이 과정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을 경험하는데, 이 때 필요한 것은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어른이 아니라,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청소년이 말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묻기보다, 우리는 그들이 말해도 괜찮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변화는 그 질문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국가 정책의 일환으로 청소년 상담과 관련된 기관이나 인력과 같은 인프라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양적인 증가 속에서 청소년 상담의 기본인 경청과 공감, 이해가 바탕이 되는 현장이 되기를 바란다.
-본 칼럼은 개인의 의견이며 기관을 대표한 주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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