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의 와이낫] 여전히 높고 두꺼운 유리천장...추미애가 부술까?
여성이 일하기 힘든 나라, 한국… OECD ‘유리천장 지수 28위, 성별 임금격차 1위‘

| 서울=한스경제 주진 정경부 부국장 | '6선 관록'의 추미애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결정되면서 유리천장을 깨고 '헌정사상 최초' 여성 광역자치단체장이 탄생할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경기도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아직 본선 후보를 확정짓지 못하고 인물난을 겪고 있다.
민주당 대표, 법무부장관을 지낸 추미애 경기지사 후보는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라는 별칭처럼 날카롭고 매서운 의정활동, 강한 추진력과 실행력으로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검찰 개혁, 특검 문제 등 주요 이슈를 이끌며 강경파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고, 최다선 여성의원으로서 헌정사상 최초 여성 국회의장에도 도전하기도 했다.
그동안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한명숙 전 총리, 나경원 의원 등 중량감 있는 여성 정치인들이 광역자치단체장에 도전했으나 모두 고배를 마셨다. 2022년 지방선거 때 경기지사에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 경북지사에 임미애 민주당 후보가 각각 도전했으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6.3 지방선거에도 경쟁력 있는 많은 여성 후보들이 광역자치단체장에 도전했다. 서울시장에 도전한 민주당 전현희 의원(3선, 중‧성동갑),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 국민의힘 경기 지사 경선에 일찌감치 도전장을 낸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 대구시장 선거에선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 교육감에는 강민정 전 민주당 의원, 경기도 교육감에는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도전장을 내고 표밭을 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미애 후보의 바람몰이는 6.3 지방선거에서 여성 후보들의 선전을 기대할 수 있는 '청신호'로 읽힌다.
▲"6·3 지방선거서 여성 후보 공천 30% 실현해야"
지난 3월 25일 여성신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6·3 지방선거 기초자치단체장과 시·도의회의원에 도전한 여성 예비 후보 비율은 각각 7.1%, 21.2%로 집계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당헌과 공천 기준에서 지역구 여성 공천 30%를 의무로 두고, 여성 후보에게 경선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예비후보 단계에서부터 30%에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본선 역시 여성 후보 비율은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다.
과거 사례에서도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된 여성 후보는 광역단체장 18.5%, 기초자치단체장 5.8%, 시‧도 광역의원 16.3%에 그쳤다. 본선에서 여성 기초자치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 당선자는 전국 226명 중 7명으로 3% 수준이고, 광역의회 지역구 여성 당선자는 전체 779석 중 115명으로 14.8%에 그쳤다. 광역단체장(시·도지사)은 8번의 지방선거 동안 단 한 명도 선출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선거는 어떨까. 지난 22대 총선에서 254개 지역구 후보자 총 699명 중 여성 후보자는 97명(14.2%)에 불과했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역구 여성후보자 공천 비율은 각각 16.7%(41명), 국민의힘 11.8%(30명)로 공직선거법이 규정하고 있는 지역구 여성 공천 비율(3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 결과 22대 여성국회의원 수는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60명, 20%에 불과하다. 21대 국회 때 57명에서 고작 3명이 늘어난 셈이다. 22대 여성국회의원 60명 중 지역구 의원은 36명, 비례의원은 24명이다. 지역구 여성 공천 30% 권고 조항이 생긴 2005년 이후 약 20년 동안 거대 양당은 이를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의무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제재가 어렵다는 게 현행 공직선거법의 한계다.

▲여전한 성별 임금‧고용 격차..기업 여성 이사도 20% 수준 그쳐
한국 여성 인구는 50.18%이다. 호주제 폐지 이후 성평등에 대한 인식과 제도가 크게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 차별이 존재한다. '유리천장 지수'는 2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9개국 중 28위로 꼴찌를 겨우 면했다. 채용과 승진 등에서 여전히 두터운 유리천장, 디지털성범죄 등 젠더 폭력 문제는 심각하다.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70.9%에 그치는 등, 성별 임금 격차는 OECD 회원국 중 1위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여성 고용환경 지수(WIW)는 49.1점으로 33개 국가 중 32위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주요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도 여전히 저조하다. 기업의 여성 이사 비중은 2025년 기준 19.4%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22년 8월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 구성 불가) 덕분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성평등을 더 이상 사회적 책임의 지표로만 보지 않는다. 기업의 리스크 관리 능력과 연결된 투자 변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실제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이사회 다양성, 여성 임원 비율, 임금 격차 등과 같은 지표를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평등 수준이 낮은 기업일수록 비재무 리스크가 높다고 보고, 이는 곧 리스크 프리미엄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여성의 권한 강화'는 단순히 여성 리더 숫자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의사결정권과 영향력의 확대를 위한 제도 강화도 포함된다.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성평등은 복지 정책이 아니라, 국가 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을 결정하는 구조적 변수다.
박진경 일과여가문화연구원 사무총장은 "여성 대표성은 자연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 문을 열어야 늘어나고, 제도를 바꿔야 구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을 지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성평등을 '기회 평등'이라는 민주주의 확대로 해석했다. "우리는 특별 대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발목을 밟고 있는 발만 치워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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