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차익실현 다시 달릴것"vs "강달러·고금리 반등 제한적"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2026. 4. 9. 16:1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쟁국면에서 오히려 급락…안전자산의 배신?
유가 급등 인플레 우려 확산
금리 인하 기대 약화 주원인
ETF에도 자금 유입 '뚝'
변동폭 과도하게 커지면서
단기 트레이딩 자산 취급도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금이 최근 전쟁 국면에 오히려 가격이 급락하면서 시장의 통념이 흔들리고 있다. 통상 글로벌 리스크가 커지면 금 가격이 상승하며 투자 포트폴리오의 방어 역할을 해왔지만, 이번 미국과 이란 간 전쟁 국면에서는 주식시장과 함께 흔들리며 정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8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654.42달러로,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전인 2월 말(5277.9달러) 대비 약 11.8% 하락했다. 올해 초 5500달러선에 근접했던 금 가격은 이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고 5000달러대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개전 이후에는 4000달러대로 밀려났고,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진 지난달 26일에는 4300달러대까지 떨어지며 낙폭을 키웠다.

은 가격 역시 금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동반 급락했다. 지난해 금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던 은은 상승폭이 컸던 만큼 하락폭도 더 컸다. 지난 1월 말 온스당 115달러를 넘어섰던 은 가격은 2월 말 93달러 수준으로 내려온 데 이어 최근에는 7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연초 고점에서 두 달여 만에 35% 이상 급락한 것이다. 이렇듯 금과 은이 동시에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평가된다.

금과 은 가격이 하락한 배경에는 금리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자리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의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는 동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금이나 은은 이자가 붙지 않는 자산으로, 금리가 상승할수록 투자 매력이 낮아지는 구조다.

블룸버그

여기에 달러 강세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다른 통화를 기반으로 하는 투자자들에게 금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져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 달러당 원화값은 전쟁 이후 1500원 선이 무너진 상태다. 지난 달 말에는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9일(1549원) 이후 약 17년 만에 최저 수준인 1530.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536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달러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리스크 상황에서 금과 대체재 관계가 된다는 점도 금 가격 하락에 한 몫을 했다.

가격 하락폭뿐 아니라 변동폭이 과도하게 커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2월 말 개전 직후 30대 초반 수준에 머물던 'CBOE 금 변동성 지수'는 지난달 중순 20대 후반까지 낮아졌다 27일에는 45.51로 치솟았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와 비슷한 수준까지 변동성이 확대된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는 안전자산의 특성이 나타나는 대신,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전쟁 심화와 장기화 우려, 종전 기대감 등에 큰 영향을 받으며 급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금 투자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바뀌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리스크 상황에서 꾸준한 매수세가 나타나던 기존 안전자산의 흐름과 달리, 최근 금 시장은 오히려 단기 방향성에 따른 거래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전 세계 상장지수상품(ETP) 시장에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자금이 유입됐는데 이 자금의 대부분이 '금' 상품에 집중됐다"며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안전자산의 상승 재료가 현실화되자 투자자들은 이를 출구 전략의 기회로 삼았다"고 평했다. 전쟁 초기 단계에서 나타난 금값 하락은 신규 매수세의 부재와 기존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포지션 청산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금·은 가격의 동반 하락에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최근 한 달간 인버스 상품(KODEX 골드선물인버스)을 제외한 모든 금·은 ETF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국내 금현물 ETF 가운데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ACE KRX금현물과 TIGER KRX금현물의 수익률은 각각 -7%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금 선물에 투자하는 'TIGER 골드선물(H)'과 'KODEX 골드선물(H)' 역시 9%대 하락률을 나타내며 부진했다.

KODEX 은선물(H)은 최근 한 달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은 가격의 하락폭이 금보다 컸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들 상품 모두 연초 대비로는 10% 안팎 수익률을 지속하고 있다.

관련 ETF 자금 유입세 역시 연초와 비교해 크게 둔화된 모습이다. 연초 이후 대표 상품인 ACE KRX금현물과 TIGER KRX금현물에는 약 9000억원, 4000억원씩 자금이 순유입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1개월간 유입액은 각각 59억원, 134억원에 그친다. 금 테마 ETF 13종 가운데 한 달 새 자금이 유입된 상품은 5종이다. 개전 이후 오히려 절반이 넘는 상품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셈이다.

다만 최근 들어 금과 은 등 원자재 가격이 소폭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인 차익 실현 흐름 등으로 금 매수세가 일시적으로 주춤했을 뿐,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다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달러 강세와 고금리 환경이 지속된다면 금 가격의 반등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수요와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근거로 금 가격이 연내 온스당 54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동시에 에너지 공급 충격이 심화하고 금리가 상승할 경우 3800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김지희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