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땜질식 개헌' 추진에 반대한다

인천일보 2026. 4. 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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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개정은 국가의 근본 질서를 다시 세우는 중대한 과제다. 그만큼 국민적 합의와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임시방편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 제출된 헌법 개정안은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서둘러 국민투표를 성사시키려는 의도가 짙게 드러나고 있다. 이는 헌법 개정의 본질을 훼손하는 '땜질식 개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개헌안은 헌법 전문에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명시하고,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헌법에 새기고 권력 집중을 견제하는 장치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와 분권 강화라는 시대적 과제는 '균형발전 의무'라는 선언적 수준에 머무른 정도다. 자치 입법권·재정권·조직권 강화, 지방정부 대표형 상원 도입 등 실질적 분권 과제는 아예 빠져 있다. 이는 지방분권을 요구해온 사회적 목소리를 외면한 것이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치르려는 일정 역시 문제다. 헌법 개정은 선거 전략의 일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충분한 논의 없이 선거 일정에 맞춰 추진한다면 개헌은 '곁다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개헌선거가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다. '87년 헌법' 개정 논의가 번번이 무산된 전례를 상기하면, 이번에 부분적으로라도 개헌을 하자는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헌이 특정 정당의 정치적 성과를 위한 이벤트로 오해받아서는 곤란하다.

시민사회는 권력 구조 개편과 지방자치 완성이라는 미완의 과제를 반드시 담아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중앙집권적 구조를 분권형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땜질식 개헌'이라는 비판을 불식하려면, 정부와 여당은 권력 구조 개편과 지방분권 강화라는 핵심 과제를 포함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전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숙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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