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열렸다”…포스코 직고용 결정에 떨고 있는 대기업들
불법파견 소송 중인 대기업들 비상…산업계 연쇄 파장 불가피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포스코가 협력업체 직원 7000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협력사 근로자와 불법파견 여부를 두고 소송을 이어가던 다른 대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하청 노조의 직고용 압박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직고용을 결정한 포스코 내부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존 정규직의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처우를 놓고 노노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가운데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속 직고용 전격 결단
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8일 포항·광양 제철소에서 조업을 지원하는 협력사 직원 약 7000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체 협력사 인력의 70%에 육박하는 규모다. 직고용 대상은 재직자 중 철강 생산 공정에서 조업과 직접 연관된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현장 직원들이다. 이번 직고용이 완료되면 직원 수는 40%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 직원 수는 약 1만7000여 명이다.
포스코의 이번 결정은 15년간 이어진 소송 리스크와 지난달 시행된 노란봉투법 영향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2011년부터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2022년 7월 대법원이 하청 노동자의 손을 처음으로 들어주면서 불법 파견이 인정됐다.이후 약 5000여 명에 달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줄소송에 직면하면서 막대한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이에 더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강조하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포스코의 부담이 날로 커져갔다.
변화의 조짐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확인됐다.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총에 참석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하청 노동자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단순 소송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보고 있다"며 "취임 이후 2년 넘게 고민해온 사안으로 조만간 확실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나오고 약 2주 만에 전격적인 직고용 결정을 내린 셈이다.
업계에선 이번 결단 뒤에는 장 회장의 '경영 정상화' 의지가 깔려 있다는 평가다. 사회적 갈등을 매듭지어 노사 리스크를 제거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동시에 반복되는 산업재해 사고로 인해 꾸준히 제기되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도 뿌리 뽑겠다는 의도도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내부 반발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은 갈등의 불씨로 남아있다. 지난 8일 김성호 포스코 노조위원장은 성명서를 내고 "사측이 직원 공감대 형성이라는 최소한의 절차를 무시해 조합원들이 깊은 상처를 입었다"며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한 원칙과 합리적 기준 마련, 복지 재원 인프라 희생 불가 등을 언급하며 "회사 결정이 우리 조합원의 권리침해, 역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직고용 인력 처우 문제도 관심사다. 동일한 임금과 복지를 제공할 경우 기존 정규직의 반발은 물론 연간 수천억원대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직고용된 직원 입장에선 동일 현장에서 동일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데도 임금 격차가 난다면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도미노 직고용 압박…불법파견 소송전 향방은
철강업계는 포스코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대제철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초 고용노동부로부터 당진공장 협력업체 직원 1213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소명서를 제출하는 등 이행을 미루고 있다. 관련해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지난해 현대제철 하청 근로자 1000여 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세아제강 등 다른 철강사들 역시 직고용 요구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내부 노무 리스크 점검에 나선 상태다. 반면 동국제강의 상황은 다르다. 선제적으로 직고용에 나섰기 때문이다. 동국제강그룹은 2023년 11월 노사 합의로 사내하도급 인력 약 1000명을 2024년부터 직고용으로 전환한 바 있다.
불법파견 소송이 진행 중인 다른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되고 있다. 현재 현대차·기아, 한국지엠, 현대모비스 등은 불법파견 여부를 두고 하청 노동자와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철강 산업과 같이 하청 구조가 보편화된 산업에선 하청 노동자들의 직고용 및 교섭 요구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비용 증가, 기존 정규직과의 관계 등을 놓고 사측의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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