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지도에 ‘위험 지대’···이란 혁명수비대, 기뢰 설치 시사하며 미국 압박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폐쇄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가한 데 따른 조치로, 이란은 이를 휴전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해협에 기뢰를 설치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군 병력이 중동에 그대로 주둔할 것이며, 이란이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더 강력하고 격렬한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불안정한 휴전이 파기될 위험에 처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휴전 발효 후 일시적으로 열렸던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폐쇄됐다”며 해협을 통과하려던 유조선들이 통행을 포기하고 페르시아만으로 회항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9일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 설치를 시사하며 선박들이 이용해야 할 해협 내 대체 항로를 발표했다. 이란 언론은 혁명수비대가 전쟁 중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지도를 공개했다.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타스님통신이 공개한 지도에는 ‘위험 지대’라고 표시된 커다란 원이 호르무즈 해협 위에 그려져 있다. 지도는 전쟁 발발 이후부터 지난 9일까지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이후 이란이 기뢰를 제거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혁명수비대가 기뢰 설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미국과의 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해상 항적 추적 데이터로도 확인됐다. 항적 추적 업체 케이플러(Kpler) 데이터에 따르면 파나마 선적 유조선 오로라호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중 항로를 변경해 180도 회전한 후 페르시아만 깊숙한 곳을 향해 회항했다. 회항이 이뤄진 곳은 이란의 라라크섬과 무산담 반도 사이로, 이란은 라라크섬을 호르무즈 검문과 통행료 징수소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경고 이후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케이플러는 전했다. 케이플러는 휴전 발효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이나 가스 운반선은 없었으며, 화물 운반용 벌크선 4척이 해협을 통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 윈드워드는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1척에 불과했으며, 이는 휴전 전과 거의 같은 수치라고 전했다.
케이플러 홍보 담당자 니코스 포티타키스는 “교통량으로 미뤄보아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폐쇄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백악관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거짓”이라며 “비공개적으로, 오늘 해협을 오가는 선박 통항량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날 ‘2주 휴전’ 합의를 발표하며 미국의 공격 중단을 조건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항행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던 이란이 입장을 바꿔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걸어 잠근 것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대대적 폭격을 퍼부은 데 따른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날 레바논의 100여곳을 공격해 최소 254명이 사망하자 이란은 휴전 협정 위반이라며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레바논은 휴전 합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PBS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휴전 합의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모든 미군 함선, 항공기, 병력은 진정한 합의가 이행될 때까지 이란과 그 주변 지역에 주둔할 것”이라며 합의가 이행되지 않을 시 “더 크고, 더 강력하고, 더 격렬한 ‘총격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전면 개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놓을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정보국에서 이란을 담당했던 대니 시트리노비츠는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에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만큼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란에 해협 통제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미국의 상당한 양보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할 가능성이 낮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측 요구에 응할 가능성도 희박한 상황에서 위태로운 휴전이 깨지고 전투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409080601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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