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도 좋고 팔 데도 많은데” 경남 굴 업계 눈물의 시즌 조기 종료
경남 굴 양식장 30% 밀집한
거제 북동 해역 패류독소 확산
채취 금지 해역 지정돼 공급난
일본 양식장 작년 고수온 피해
원물 부족에 한국 수입량 늘려
껑충 뛴 몸값도 ‘그림의 떡’ 한숨

“지금 가격도 좋고 달라는 곳도 많은데 정작 작업할 물량이 없어요.”
9일 오전 경남 통영시 용남면의 한 굴 박신장(껍데기를 제거해 알맹이 굴을 생산하는 시설). 흥겨운 트로트 메들리로 시끌벅적해야 할 작업장이 쥐 죽은 듯 고요하다. 굴 더미로 그득했던 작업대는 말끔히 치워졌다. 바닷물로 흥건해야 할 바닥도 바짝 말랐다.
업주는 “패독(패류독소) 때문에 지난주부터 작업을 중단했다. (패독) 확산 추세나 수온을 볼 때 채취 금지 풀리려면 넉넉잡아 한 달 정도 걸릴 듯하다”면서 “아쉽지만 올 시즌은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 듯하다”고 푸념했다.
시즌 막바지에 접어든 경남 남해안 굴 양식업계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역대급 풍작에도 내수 시장 부진에다 김장철 특수마저 기대에 못 미쳐 울상인 상황에 최근 일본 수출 시장이 살아나며 겨우 숨통을 틔우나 했는데, 이번엔 패류독소가 말썽이다. 경남권 굴 양식장 3분의 1가량이 밀집한 거제 앞바다가 채취 금지 해역으로 묶여 원물 공급이 중단되면서 상당수 작업장이 출하 작업 조기 종료를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이 시기가 남해안 굴 생산 시기와 겹친다는 점이다. 굴 양식업계는 통상 찬 바람 불기 시작하는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6월까지 출하 시즌을 이어간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 1월 29일 거제 정점에서 채취한 담치류에서 기준치 이하 마비성패류독소가 검출된 데 이어 2월 2일 거제시 시방리 해역이 기준치를 넘어섰다. 검출 시기와 기준치 초과 시점 모두 한 달 이상 빨랐다. 9일 현재 거제 북·동부 연안 전체에 패류채취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거제는 통영에 이어 경남에서 두 번째로 굴 양식장이 많은 곳이다. 도내 전체 3300ha 중 930ha가 밀집해 있다. 채취 금지가 해제되려면 2주 동안 독소가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거제 연안 수온이 15도 남짓인 점을 고려하면 해제까지 최소 한 달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공급난에다 대일 수출 호재까지 겹치면서 가격은 껑충 뛰었다. 굴수하식수협에 따르면 이달 들어 공판장 거래량이 하루 40t 남짓으로 줄었다. 이는 지난해 대비 15% 이상 감소한 물량이다. 굴수협은 주 3일이던 공판장 경매를 주 5일로 늘리며 물량 수급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가격은 10kg들이 1상자 평균 7만 6000원으로, 작년 이맘때 평균 6만 원보다 25% 이상 올랐다. 일본 수출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반면, 치솟는 몸값에도 이를 지켜만 봐야 하는 어민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 패류 발생 이후 조업을 중단한 한 어민은 “그냥 그림의 떡이다. 재작년엔 고수온, 작년엔 청수(빈산소수괴)에 초토화 됐다. 올해는 작황이 좋아 숨 좀 쉴까 했더니 패독에 또 골병 들판”이라고 하소연 했다.
시즌 단축이 현실화하면서 지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경남 지역 굴 산업 직·간접 종사자는 줄잡아 2만여 명. 대부분 일한 만큼 품삯을 받는다. 굴수협 한해 위판매출이 1000억 원 이상인 데다, 생산 원가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500억 원 이상이 지역 사회에 풀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