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는 어려운 게 매력…모든 기록 직접 바꿀 것”

박민영 선임기자 2026. 4. 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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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 18세 최연소 챔피언 김영원
재능보다 노력 강조…“꾸준히 배워야”
투터치 반칙 자진 신고로 감동 선사
멘탈 관리·큐 스피드 높이는데 집중
이번 시즌 목표는 애버리지 1.7점대
김영원이 자신의 개인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프로 첫 우승 뒤 의미 있는 일에 상금을 쓰기로 아버지와 상의해 연습실을 마련했다. 성형주 기자

당구대 곁에 선 그는 아직 앳된 얼굴이다. 그러나 큐를 쥔 순간 완전히 달라진다. 침착함, 계산, 그리고 결정적인 한 방. 2007년 생으로 이미 프로당구(PBA) 무대 정상에 오른 김영원(하림)의 플레이를 보면 ‘천재’라는 말로는 부족한 느낌이 든다. 이미 결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그를 최근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개인 연습실에서 만났다. 4대의 당구 테이블이 설치된 연습실은 프로 첫 우승 때 아버지와 상의해 지난해 마련했다.

김영원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의 영향으로 당구를 시작해 중학교 때부터 전국 대회에서 우승하며 재능을 드러냈다. 중3이던 2022년 PBA 3부 챌린지 투어에 입문해 가장 어린 프로 선수(15세)가 된 이후 줄곧 ‘최연소’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2부 드림 투어를 거쳐 2024~2025시즌 당구 달인들이 모인 1부 투어 데뷔전부터 준우승을 차지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24년 11월 NH농협 챔피언십에서 17세 24일의 나이로 PBA 역대 최연소 우승을 거뒀다. 지난달 15일에는 2025~2026시즌 최종전이자 왕중왕전 격인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제주특별자치도 PBA 월드챔피언십을 최연소(18세 4개월 25일)로 제패해 또 한 번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해 휴온스 챔피언십 결승전에서는 ‘스페인의 전설’ 다니엘 산체스를 꺾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시즌 2승(통산 3승)과 상금 랭킹 2위를 기록한 그는 두 시즌 만에 누적 상금 6위(4억 6950만 원)로 최정상급 선수의 대열에 올랐다.

김영원의 연습실에는 4대의 당구 테이블과 PBA 투어 우승 트로피, 멘탈 관련 도서 등이 갖춰져 있다. 성형주 기자

“그냥 재밌어서 계속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김영원은 프로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을 묻자 담담하게 말했다. ‘이렇게 안 되는 게 있나’라는 생각에 도전을 반복하고 몰입한 것이 그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었다. 당구에서 재능과 노력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에는 노력이라고 즉답했다. “필요한 기술들이 너무 많고, 같은 기술이라도 스피드나 회전 등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꾸준히 배우고 연구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이런 노력은 치밀한 경기력으로 이어진다. 어린 나이지만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꺼낸다. 부드럽고 세밀하게 치는 플레이 스타일을 선호하지만, 최근에는 주변의 조언을 받아들여 큐 스피드를 높이는 연습도 하고 있다.

질문에 답하는 김영원. 성형주 기자

그가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기술과 전략보다 멘탈이다. 2부 투어 시절 결승에 두 번 올랐지만 모두 패한 경험이 덕분이다. 김영원은 “마음이 너무 급했다. 같은 실력이라면 결국 멘탈이 승부를 결정한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가 꼽는 가장 인상적인 경기도 패한 경기다. 베테랑 강동궁과 벌인 1부 투어 데뷔전 결승의 결과는 패배였지만 최고의 경기로 기억한다. “그때 처음 느꼈어요. ‘이렇게 잘 쳐도 질 수 있구나.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경기 운영 능력과 정신력이 더 필요하구나.’ 그럴 때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김영원은 중요한 순간이나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는 잠시 눈을 감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빙식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마이클 조던 등 최고 선수들을 전담한 멘탈 코칭 전문가 팀 그로버가 쓴 ‘멘탈리티’ 같은 책도 틈틈이 읽는다.

세대교체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 김영원은 깨끗한 매너로도 주목받았다. 조건휘와 월드챔피언십 결승전 1세트 맹추격 상황에서 대회전 샷을 성공했지만 ‘투 터치’한 사실을 자진 신고해 잔잔한 감동을 준 것. “큰 경기였고 저만 느꼈을 것 같았지만 고민하지 않았다”는 그는 “다음에 또 그런 상황이 돼도 바로 그냥 얘기할 것”이라며 웃었다.

김영원은 자신의 활동이 당구 대중화에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 그는 “젊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고 성적을 더 잘 내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안전한 스포츠이고, 두뇌 활동과 운동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니까 청소년들도 부담 없이 다가서면 좋을 것”이라고 당구를 권했다.

김영원의 장래 목표는 PBA의 모든 기록을 자신의 손으로 바꾸는 것이다. 성형주 기자

올해 5월 시작될 2026~2027시즌의 1차 목표는 기본 공의 실수를 없애 애버리지(1이닝 당 평균득점)를 올해 1.68에서 1.7점 대로 높이는 것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당차기만 하다. “그동안 PBA에서 새 기록들을 세웠는데 앞으로도 모든 기록을 제 손으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민영 선임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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