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울 붉힌 우들런드 아버지…“특별한 날, 한국 팬 응원에 감사”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2026. 4. 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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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파3콘테스트 이모저모
뇌종양 딛고 7년여만 PGA 우승
셰플러 아들은 러프로 ‘홈런 샷’
배우 송중기, 임성재 캐디로 참가
2019년 US 오픈 챔피언인 게리 우들런드의 아버지 댄 우들런드가 8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 옆 코스에서 열린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 중 아들 가족을 응원하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한국에도 아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요?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아들에게 꼭 전해주겠습니다.”

8일(현지 시간)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오거스타 내셔널GC 옆 파3 콘테스트 현장에서 만난 게리 우들런드(미국)의 아버지 댄 우들런드는 “이렇게 다같이 평온한 순간을 맞이할 줄은 정말 몰랐다. 아들과 우리 가족이 특별한 날을 함께할 수 있게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2019년 메이저 대회 US 오픈 챔피언인 우들런드는 2023년 뇌종양 진단을 받고 뇌 수술을 받았다. 이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어야 했다. 경기 중 누군가 뒤에 있기만 해도 자신을 죽일 것 같다는 두려움이 들어 화장실마다 들어가 우는 게 일상이었다.

2019년 US 오픈 챔피언인 게리 우들런드의 어머니 린다 우들런드(오른쪽)가 8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 옆 코스에서 열린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 중 아들 가족을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담고 있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그랬던 우들런드는 지난달 말 휴스턴 오픈 우승으로 거의 7년 만에 우승한 뒤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이날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아내, 세 아이와 함께한 파3 콘테스트 이벤트 참가가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농구 코치 출신으로 아들을 골퍼의 길로 안내한 아버지 댄은 9홀 내내 아들 부부와 손주들을 따라 다니며 응원했고 댄의 아내인 린다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아들 가족의 단란한 한때를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들이 얼마나 힘든 일들을 견뎌냈고 또 지금도 겪고 있는지 잘 알기에 오늘이 더 특별하다”며 감격해한 댄은 ‘한국에도 아들의 극복 스토리를 주목한 골프 팬들이 있다’는 기자의 말에 “아들에게 꼭 전해주겠다. 정말 감사한 이야기”라며 악수를 청했다.

2019년 US 오픈 챔피언인 게리 우들런드가 8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 옆 코스에서 열린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에서 세 아이와 함께 경기를 즐기고 있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2019년 US 오픈 챔피언인 게리 우들런드(오른쪽 두 번째)가 8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 옆 코스에서 열린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 중 아내, 세 아이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파3 콘테스트는 마스터스 본대회 하루 전날 열리는 행사로 1960년부터 시작됐다. 골프가 가장 이상적인 가족 스포츠일 수 있음을 알려주는 의미 있는 이벤트다. 마스터스 참가 선수 중 희망자와 역대 챔피언들은 대회 개막 전날 오거스타 내셔널GC 1번 홀 뒤편에 딸린 9홀짜리 파3 코스를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돈다.

아내나 애인, 자녀, 손주, 조카 등을 캐디로 대동하고 샷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아기들이 흰색 보일러 수트를 입고 자기 키의 두 배가 넘는 깃대와 씨름하는 모습은 관람객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선사한다. 관람객들은 아주 짧은 퍼트 성공에도 아이에게 우레 같은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다.

스코티 셰플러의 장남 베넷(맨 앞)이 8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 옆 코스에서 열린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 중 부모에 앞서 서둘러 그린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스코티 셰플러가 아내, 그리고 두 아이와 함께 8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 옆 코스에서 열린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를 함께하고 있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스코티 셰플러의 장남 베넷(오른쪽)이 8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 옆 코스에서 열린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 중 플라스틱 채를 팔에 끼고 바쁘게 다음 홀 티잉 구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스코티 셰플러의 아내 메러디스(오른쪽)는 얼마 전 낳은 둘째 아이 레미를 안고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에 참가했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가장 눈길을 끈 아이는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의 아들 베넷이었다. 1년 전 엄마 품에 안겨만 있던 아이가 이제는 커서 플라스틱 채와 공으로 코스를 안방처럼 누볐다. 틈만 나면 공을 놓고 벙커로, 러프로 냅다 ‘홈런 샷’을 날렸다. 보다 못한 셰플러는 “이제 좀 그만해”라며 장난스럽게 야단을 치기도 했다. 태어난 지 이제 열흘이 좀 지난 둘째 레미는 엄마 품에서 잠든 채로 착하게 9홀을 돌았다.

PGA 투어 6승의 맥스 호마(미국)는 유독 기분이 좋았다. 모처럼 대가족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캐디 임무를 마친 호마의 아내는 기자에게 카메라를 건네며 가족사진 촬영을 부탁하기도 했다.

아빠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나온 듯한 아이도 물론 있었다. 샬 슈워츨(남아공)은 괜히 나왔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린 옆에 한동안 주저앉은 딸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빼 또 다른 웃음을 줬다.

맥스 호마(네 번째)와 가족들. 기자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한 호마의 아내는 “어렵겠지만 프레임에 모두 다 담겨야 한다”며 웃어 보였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91세의 ‘전설’ 게리 플레이어가 8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 옆 코스에서 열린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 중 관람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역대 우승자 자격으로 나온 91세 게리 플레이어(남아공)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로프 밖 관람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고 기분을 묻는 것은 기본이고 지치지도 않는지 끝없이 농담을 던졌다. 임성재는 영화배우 송중기가 캐디를 맡아 함께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파3 콘테스트에서는 잉글랜드의 에런 라이가 6언더파로 우승했다. 파3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선수가 본 대회를 우승한 사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 라이는 “이 우승이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면서도 “그래도 가족들과 좋은 경험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웃어 보였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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