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87 블랙홀 제트의 '떨림' 첫 규명…0.94년마다 2.5광년 길이 파동 발생

한일 공동연구팀이 은하 중심부 거대 블랙홀에서 방출되는 물질의 흐름인 제트가 일정 주기로 떨리는 현상을 처음으로 정밀 분석했다. 제트를 따라 발생하는 파동의 주기는 0.94년으로 길이는 약 2.5광년(1광년은 빛의 속도로 1년간 이동한 거리)에 달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손봉원 관측인프라운영본부 책임연구원팀이 박종호 경희대 교수팀, 일본 연구팀과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M87 블랙홀에서 방출되는 제트 내부에서 파동이 전파되는 현상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3월 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에 공개됐다.

M87 블랙홀은 메시에 87(M87) 은하 중심부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로 태양 질량의 약 65억배에 달한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촬영돼 모습을 드러낸 블랙홀이기도 하다. M87 블랙홀이 있는 M87 은하는 지구에서 약 5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에 있는 거대한 타원 은하다.
제트는 기체와 액체 등 물질의 빠른 흐름을 말한다. 블랙홀은 강력한 자기장 등의 영향으로 강력한 제트를 방출한다. M87 블랙홀은 블랙홀 제트 구조를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는 연구대상으로 꼽힌다.

2023년 선행 연구에 따르면 M87 블랙홀 제트 가장자리를 따라 0.94년 주기로 미세한 수직 방향 흔들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공동연구팀은 천문연의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일본국립천문대(NAOJ) 일본우주전파관측망(VERA Array)을 결합한 한일 공동 우주전파관측망(KaVA)을 활용해 M87 블랙홀 제트의 떨림을 정밀 관측했다. 한국과 일본의 전파망원경들을 연결하면 직경 약 2000km의 망원경 구경과 같은 높은 감도와 공간 분해능을 얻을 수 있다.
2013년 1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2년 6개월간 22기가헤르츠(GHz, 주파수의 단위) 대역에서 총 24회에 걸쳐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블랙홀 반경의 1000배가 넘는 12밀리아크초(mas) 이내 영역의 제트 구조 변화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전파망원경은 주파수 대역이 높을수록 분해능이 좋아지지만 수신 신호가 약해져 기술적 난도가 높다. 밀리아크초는 천구상의 각도를 측정하는 단위로 1초의 1000분의 1이다. 1밀리아크초는 M87 제트를 관측하는 거리에서 약 0.27광년 길이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제트 가장자리를 따라 관측되는 수직 방향 흔들림이 국소적인 진동이 아니라 제트 하류 방향으로 이동하며 전파되는 '횡방향 파동'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파동은 선행 연구에서 밝혀진 것처럼 0.94년 주기로 전파됐고 파장의 길이는 2.4~2.6광년에 달했다.
파동의 겉보기 전파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약 2.7~2.9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파동의 실제 전파 속도가 빛보다 빠른 것이 아니라 제트가 지구의 관측자 시선 방향과 매우 좁은 각도에서 비스듬히 운동하며 나타나는 '초광속 운동'이라는 착시 현상 때문이다.
파동의 기원에 대한 해석은 열려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알페인파(Alfven wave)'가 꼽힌다. 알페인파는 전도성이 있는 유체 내에 강한 자기장이 형성되면 자기장의 장력으로 발생하는 파동을 말한다. M87 제트는 강력한 자기장이 지배하는데 자기장이 팽팽하게 당겨진 줄처럼 진동하며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설명이다.

알페인파 시나리오에 따르면 파동은 블랙홀 주변의 가스 소용돌이와 뒤틀린 자기장이 상호작용하며 에너지를 주기적으로 방출할 때 생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빠르게 흐르는 강물 표면에 잔물결이 일어나는 것처럼 제트의 전파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왜곡이 증폭돼 파동 형태로 관측됐을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연구팀은 추가 관측과 수치 시뮬레이션 등 이론 연구를 병행해 제트의 떨림 현상을 주도하는 정확한 메커니즘을 밝혀낼 계획이다.

연구를 이끈 노현욱 천문연 관측인프라운영본부 박사후연구원은 "블랙홀에서 분출되는 제트 내부에서 약 1년 주기의 파동이 실제로 전파되고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한 성과"라며 "블랙홀 근처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현상이 제트를 따라 하류로 어떻게 전달되는지 설명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공동 연구자인 카즈히로 하다 일본 나고야시립대 교수는 "동아시아 전파망원경 네트워크에서는 훨씬 높은 해상도를 제공하는 86GHz 대역 관측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제트의 근원부를 더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블랙홀 인근에서 파동 전파가 시작되는 기원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3847/1538-4357/ae355b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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