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거버넌스 늪]③은행서 간 농지비, 중앙회 결산공고엔 단 '한줄'

김미리내 2026. 4. 9. 14:3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호동 중앙회장 선거 답례품 등 비위…은행 돈줄 전락
중앙회 결산공고 '단 3페이지'…농지비 세부내역 없어
"돈줄, 중앙회장 권력 핵심…중앙회-금융 연결 끊어야"
농협금융지주 핵심인 NH농협은행이 외형 성장을 이루고 있음에도 자본 내실은 쌓지 못하고 있다. 신경분리 14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농협중앙회 중심의 권력 구조가 여전해서다. 은행 수익의 절반이 넘는 1조원대 자금이 매년 중앙회로 유출, 기초체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최근 각종 비리가 불거진 중앙회 거버넌스 문제와도 맞물린다. 농협의 재무 취약성과 지배구조 문제점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금융당국이 NH농협은행, NH농협금융지주, 농협중앙회로 이어지는 과도한 자본 유출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한다 해도 지배구조 정점인 중앙회까지 감독 규제가 닿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무용하다."

농협 안팎은 물론 심지어 금융감독당국 내부에서도 나오는 지적이다. 농협은행을 비롯한 농협금융지주의 자본건전성과 자립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지만 중앙회 중심의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개선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기사 :[농협 거버넌스 늪]①중앙회 '돈줄' 농협은행, 매년 1조원대 유출, [농협 거버넌스 늪]②당국 "농협은행 이익 부풀리기냐 충당금 더 쌓아라" 했던 배경

NH농협 지배구조/그래픽=비즈워치

신경분리 14년 지났지만

농협은행은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한 특수한 지배구조에서 태동했다. 신경분리 전까지 농협중앙회는 농산물유통(경제)과 은행업무(신용)를 한 몸에서 수행하는 거대 공룡이었다. 

2012년 3월 농협의 금융(신용)과 유통(경제)을 분리하는 신경분리가 이뤄졌다. 당초 '금융은 금융답게, 경제는 경제답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하지만 중앙회가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를 100% 소유하는 구조인 만큼 '분리'가 이뤄진 후에도 '독립'은 하지 못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른 농업 지원이라는 특수한 설립 목적과 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구조를 감안하면,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 부분이 중앙회로 귀속되는 점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농협은행 역시 태동 취지에 맞게 수익이 늘어날수록 농지비 등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적 성격을 지니고 있고, 자본과 권력이 중앙회라는 단일 주체에 집중되는 구조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높은 수준의 투명한 관리 역시 요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 집중되는 권한에 대한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견제 없는 '중앙회장'… 은행 돈줄 전락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중앙회 특별감사를 통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선거 관련 뇌물수수를 비롯해 중앙회와 농협재단 임직원의 횡령, 공금 유용, 특혜성 대출과 같은 각종 비위와 운영상 문제를 적발했다.▷관련기사 :강호동 농협회장, 황금열쇠 받고 선거답례품까지…처분은?(3월9일)

농협재단 사업비를 회장 선거에 도움을 준 이들의 선물을 사는데 활용하는가 하면, 명품지갑 등 재단 임원 개인 사치품 구매와 자녀 결혼식 비용으로까지 쓴 정황이 나왔다. 중앙회 일부 부서에서는 수억원 상당의 건강식품, 화장품 등을 구매해 회장실과 부회장실에 전달하기도 했다. 

농협중앙회 2025년 결산공고/자료=NH농협

농지비는 농협법상 교육지원사업, 유통지원사업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이 사업비가 사실상 중앙회장과 임원들의 각종 비위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었다는 얘기다. 앞서 중앙회 지도·감독 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년 '농지비운영 부적정'을 지적하기도 했다. 농지비의 절반가량을 교육지원사업 등이 아닌 인건비, 특별퇴직급여, 경비 등 사업외 지출로 운용했기 때문이다.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농협은행에서만 매년 수천억원 넘는 농지비가 지급되지만 중앙회는 농지비 사용에 대한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공개 요구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앙회가 공시하는 연간 결산공고 내용은 표지 포함 단 3페이지다. 한 장 분량의 손익계산서에 '사업관리사업영업수익' 항목으로 농지비 수익만 적혀있고 세부 사용 내역은 없다. 불투명한 자금 집행이 결국 비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은행이 돈을 대는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금융당국 안팎에서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전 고위관계자는 "은행에서 나오는 돈이 결국 선거 비리로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이를 통해 중앙회장이 자기 사람을 요직에 앉히고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들을 이행하는 구조가 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중앙회장의 힘이 거기서 나오는 것이고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핵심이어서 이 연결을 끊어버리면 힘이 빠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