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못 죽는다, 일본은 사죄하라”···도쿄 한복판서 울린 96세 할머니의 외침

강현석 기자 2026. 4. 9. 14: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 정신영 할머니 일본 직접 찾아
일본 단체와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항의 방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정신영 할머니가 9일 일본 도쿄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 제철 본사를 찾아 사죄와 배상을 촉구했다. 미쓰비스종공업 본사를 항의 방문한 정 할머니.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 제공.

“이대로는 못 죽겠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 정부는 하루빨리 사죄하십시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정신영 할머니(96)가 9일 일본 도쿄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본사를 직접 찾아 사죄와 배상을 촉구했다. 일본제철에 강제동원 됐다가 숨진 피해자의 유가족 2명도 함께 했다.

정 할머니 일행과 일본 시민단체는 이날 전범 기업을 찾아 배상과 사죄를 촉구하는 ‘마루노우치 행동’을 함께했다. 일본의 양심 있는 시민단체는 지난해부터 도쿄 마루노우치 인근에 있는 일본제철 앞에서 ‘배상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매월 이어오고 있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탄 할머니와 일본 시민단체는 이날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본사를 잇달아 항의 방문했다. 할머니가 자신이 강제동원됐던 미쓰비시중공업 본사를 직접 찾은 것은 처음이다.

할머니는 1944년 5월 전남 나주국민학교(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일본에 가면 공부도 시켜주고 중학교도 갈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 제작 공장에 강제 동원됐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정신영 할머니와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9일 일본 도쿄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본사를 직접 찾아 사죄와 배상을 촉구했다.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 제공.

배고픔과 강제 노동에 시달렸던 할머니는 그해 12월 도난카이 대지진도 겪었다. 지진으로 함께 강제 동원됐던 친구 6명이 숨지기도 했다.

광복 이후 강제 동원 사실을 가슴 속에 묻어뒀던 할머니는 2020년, 죽기 전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겠다며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광주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할머니가 피해 사실 입증을 위해 일본의 후생연금 기록을 확인하려 하자 일본 정부는 2022년 ‘탈퇴 수당’이라며 통장에 931원(99엔)을 입금하기도 했다. 할머니는 2024년 1심에서 승소했지만 미쓰비시중공업 측의 항소로 현재 광주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할머니는 이날 오후 일본 국회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사죄를 촉구하는 편지 형식의 입장문도 공개했다. 할머니는 “낮에는 요양시설에 생활하고 지팡이가 없으면 움직이기 어렵다”면서 “남들은 ‘무슨 일본에 가려고 하느냐’고 하지만 죽은 친구들을 생각하면 그냥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정 할머니는 “돈이 탐나서가 아니라 죄인처럼 평생 숨죽이며 살아야 했던 지난 세월이 너무 억울하다”면서 “이대로는 못 죽겠다.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 정부는 하루빨리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