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휴전 첫날 레바논 대공습 250명 사망…국제사회 분노

천호성 기자 2026. 4. 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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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구역 겨냥…베이루트 아비규환
매몰자 많아 사상자 계속 늘어날 듯
레바논 총리 ‘국가 애도의 날’ 선포
무도한 살상에 국제사회 비난 쏟아져
8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무너진 레바논 남부 시돈의 건물 잔해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를 찾고 있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8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폭격하며 숨진 사람이 250여명으로 늘었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의 휴전 선포 첫날 벌어진 무차별 공습에 국제사회의 분노와 규탄이 이어진다.

르몽드에 따르면,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이 이날 베이루트 등 레바논 전역에 가한 공습으로 최소 182명이 숨지고 890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무너진 건물 등에 매몰된 이들이 많아 사상자는 계속 늘어날 수 있다. 레바논 민방위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망자가 254명, 부상자 1165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베이루트에서만 91명이 숨졌다.

이는 지난달 2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시작된 이후 하루 기준 가장 많은 인명피해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사망자 수가 늘고 있다. 파괴가 광범위하다”고 전했다.

공습 대부분은 민간인이 거주하는 구역을 겨냥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공격 몇 시간 전 레바논 남부 지역과 베이루트 남쪽 등에만 공습 경고를 내리고, 베이루트 중심부엔 경고 없이 폭격을 퍼부은 점도 피해를 키웠다.

도시를 떠나려는 피란민과 구급차가 뒤섞이며 베이루트 시내는 아비규환이 됐다. 보건부는 “전례 없는 규모·강도의 공습에 따른 교통 체증이 구조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구급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차선을 양보해달라고 알렸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공습 직후 아메리칸대병원 등 베이루트 주요 종합병원 앞에 구급차들이 줄지어 도착했다고 전했다. 아메리칸대병원은 수혈용 혈액이 부족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헌혈을 호소하고 있다.

나와프 살람 레바논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어 9일을 “무방비 상태의 무고한 민간인 수백명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발생한 순교자(사망자)·부상자들을 위한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살육 기계를 멈추기 위해 레바논의 모든 정치적·외교적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점령하겠다고 공언한 레바논 남부에도 집중 폭격을 가했다.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30㎞ 떨어진 리타니강에 남은 마지막 다리를 끊었고, 주변 병원·발전소도 때렸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지금까지 리타니강 다리 6곳을 부숴, 이 강 이남이 “레바논으로부터 단절됐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리타니강 이남을 ‘안보 구역’으로 설정하겠다며 지상군도 투입해 공격하고 있다. 향후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 지역을 점령하겠다는 뜻이다.

8일 미국 뉴욕에서 시민들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규탄하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국제사회에선 이스라엘의 무도한 살상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다. 볼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이날 레바논에서 벌어진 살상·파괴의 규모는 끔찍하다”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과의 휴전 체결 불과 몇 시간 뒤에 이런 대학살이 일어난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분노했다.

휴전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을 향해 “휴전안을 존중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집트 외무부는 “레바논을 공격하는 것은 지역을 혼돈으로 몰아넣으려는 시도”라며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튀르키예 외무부도 성명을 내어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격을 격화해 막대한 인명 피해를 만들고, 인도주의적 여건을 더욱 악화시킨 것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했다.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레바논을 휴전 범위에 포함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페니 웡 오스트레일리아 외무부 장관은 2주간의 휴전은 레바논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며 “레바논에서 전투가 계속되면 지역 전체의 휴전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성명을 내어 “이스라엘의 공격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 브라질,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요르단, 시에라리온 외무장관은 공동 성명을 내어 레바논에서의 적대 행위를 “조속히 종식하라”고 촉구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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