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회의론자’ 밴스 나선다지만···시작부터 삐걱대는 휴전, 미·이란은 서로 딴말

정유진 기자 2026. 4. 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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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농축·호르무즈 통행료 등 핵심 사안 평행선
이스라엘 레바논 공격 ‘휴전 협정 위반’ 놓고도 충돌
J D 밴스 미국 부통령. AP연합뉴스

이란이 미국의 협정 위반을 주장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재봉쇄하는 등 휴전이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다만 양측은 오는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첫 대면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이란이 협상 상대로 선호해 온 ‘전쟁 회의론자’ J D 밴스 부통령을 보내기로 하는 등 이번 협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우라늄 농축,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등 핵심 사안에 대해 전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데다, 휴전 조건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어 종전은커녕 휴전마저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윗코프 특사,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이끄는 협상단을 이슬라마바드로 파견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밴스는 미국의 부통령이자 대통령의 오른팔로 처음부터 이 문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협상단을 이끌게 된 밴스 부통령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서로 견해가 다른 것보다 더 많은 부분에서 의견 일치가 있다”며 “그들이 우리에게 주고 싶은 것들이 많을수록 그들은 이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란이 합의를 깬다면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신화연합뉴스

하지만 휴전 합의 다음날부터 미국과 이란은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데다, 협상의 출발점이 되는 종전 요구안이 무엇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으로부터 10개 항의 제안을 받았으며, 이는 협상을 위한 실행 가능한 토대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레빗 대변인은 이날 “이란이 애초 제시했던 10개 항은 수용 불가능해 말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려졌다”면서 “그들은 최후통첩 시한이 임박하자 더 합리적이고 완전히 다르며 간결한 안을 제시했고, 우리는 새 수정안이 실행 가능한 협상의 기반이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란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이란 측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성명을 통해 “미국은 10개 항 중 3개를 위반했다”면서 레바논 공격 지속, 이란 영공 드론 진입,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 부인을 지목했다. 앞서 이란은 휴전에 합의하면서 미국이 이란 공격 중단, 호르무즈 해협 통제 허용, 우라늄 농축 권리 수용, 1·2차 제재 해제, 배상금 지급, 레바논 전투 중단 등 10개 항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 AP통신은 전날 걸프 지역 소식통을 인용해 휴전 협상안에는 이란과 오만이 휴전 기간에도 통행료를 징수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레바논에 대한 공격 중단이 휴전 조건에 포함돼 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밴스 부통령은 이날 “휴전안에 레바논 공격 중단이 포함됐다는 것은 이란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영어를 잘 이해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한 개방’을 조건으로 휴전이 성사됐다고 밝혔고, 이는 명확한 표현이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휴전 조건에 통행료 허용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AFP연합뉴스

우라늄 농축에 대해서도 양측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레드라인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종식”이라면서 “우리는 농축을 금지할 뿐 아니라 (이란이 비축하고 있는) 440㎏의 고농축 우라늄도 모두 넘겨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도 넘겨줄 의향을 보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은 더 이상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B-2 폭격기가 깊숙이 파묻은 핵도 먼지를 파내고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외교협회의 스티븐 A. 쿡 중동·아프리카 선임연구원은 “이란의 정권 교체는 없었고, 현재 지도부는 이전보다 덜 급진적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이란은 여전히 주변국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전쟁 이전에는 없던 호르무즈 지렛대까지 확보했다”면서 “이러한 현실이 협상을 통해 바뀔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불발되면 즉각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핵무기 금지는 이미 오래 전에 합의됐고, 호르무즈는 앞으로도 안전하게 개방될 것”이라면서, “그럴 가능성은 작지만 어떤 이유로든 합의가 이행되지 않으면, 그 즉시 누구도 본 적 없는 더 크고 강력한 방식으로 ‘사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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