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토화" 겁주던 트럼프, 뒤에선 '휴전 요청'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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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이란 '초토화' 발언 후 물밑에서는 파키스탄에 휴전 중재를 강하게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이 휴전을 '구걸'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내심은 자신이 더 급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은 공격을 중단할 테니,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라'는 일시 휴전안을 전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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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초토화' 위협 직후부터 휴전 모색한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이란 '초토화' 발언 후 물밑에서는 파키스탄에 휴전 중재를 강하게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이 휴전을 ‘구걸’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내심은 자신이 더 급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트럼프, 이란 저항에 놀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의 끈질긴 저항에 놀랐고, 유가 급등 상황도 우려했다”며 “그는 지난달 21일 ‘이란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처음 위협했던 때부터 간절히 휴전을 원해 왔다”고 했다. FT는 미국·이란 협상에 정통한 파키스탄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란을 설득하는 역할은 파키스탄에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은 공격을 중단할 테니,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라’는 일시 휴전안을 전달하도록 했다. FT는 “이번 협상에서 파키스탄의 핵심 역할은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이란을 설득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는 것보다 '무슬림 형제국’인 파키스탄의 설득이 이란의 수용 가능성을 높인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의 아심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 등 고위인사는 이란 지도부에 트럼프 행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무니르 참모총장은 협상 ‘데드라인’인 7일 오후 8시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 JD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윗코프 대통령 특사 등과 긴밀히 의견을 교환했다. FT는 “미국과 이란의 입장차는 컸으나, 점차 이란이 우라늄 비축량 제한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태도가 바뀌었다”며 “이란 정치 지도자들은 ‘휴전·호르무즈해협 개방’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했다.
문제는 이란 강경파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였다. 혁명수비대 일부 파벌은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휴전을 강력히 반대했다. 휴전 타결 직전 혁명수비대가 드론으로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 중심지 주바일을 공격했는데, 파키스탄 한 관료는 “협상을 결렬시키기 위한 마지막 시도”라고 평했다. 이에 파키스탄은 이란 측에 격렬히 화를 내며 ‘이란을 고립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승인받았나? 파키스탄 총리의 글 실수
해프닝도 있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7일 엑스(X)에 휴전이 성사된 사실을 공개했는데, 글에 “초안, 파키스탄 총리의 X 메시지”(draft, Pakistan’s PM message on X)라는 문구가 포함됐다가 1분 만에 삭제됐다. 메시지를 누군가에게 사전 보고한 후 승인을 받은 듯한 뉘앙스다.
FT는 중국이 이란에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라고 압력을 가한 것도 휴전에 도움을 주었다고 짚었다. 파키스탄 소식통은 “이란은 중국으로부터 더 큰 (군사적) 지원을 받기를 원했으나, 중국은 경제적 관계가 얽힌 다른 중동 국가들의 상황도 고려해 휴전을 원했다”고 했다.
하노이= 정지용 특파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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