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헬기에 섬광탄도 투척… 해경, 서해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막는다
성능 강화 장비 투입해 강력한 제압 나서

“한국 해경이다! 불법 조업으로 배를 나포한다!” “선외기(선박 모터) 정지! 조타기에서 떨어져!”
지난 6일 오후 인천 옹진군 소청도 남방 23해리(43㎞) ‘서해 특정해역’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어선 조타실에 진입한 해경 대원들이 외쳤다.
해경 대원들은 전동 톱로 철제 문으로 막혀있던 조타실 진입로를 뚫고 섬광폭음탄을 던지며 들어가 조타실에 있던 선원들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안전헬멧과 방검부력조끼를 착용하고 6연발 고무탄총과 삼단봉 등으로 무장한 해경 해상 특수기동대 20여명은 최대 속도 40노트(시속 74㎞)에 달하는 고속정 3척에 나눠타고 빠르게 접근해 이 배에 올라탔다. 조타실을 장악한 해경 대원들은 “중국 선원 5명이 서해 특정해역에서 잡어 50㎏을 잡아 어창에 보관 중”이라고 상부에 보고했다.
나포 작전은 순찰 중이던 해경 항공기가 불법 조업 중인 어선 2척이 포착됐다고 서해 특정해역을 순찰 중이던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 소속 함정 3019함에 보고하면서 시작됐다. 3019함은 길이 122.3m, 폭 15m 규모로, 고속단정 2대와 반도체소자방식(SSPA) 레이더 2대, 소화포 3기, 무인 헬기 1기, 헬기 격납고 등을 갖춘 최신예 함정이다.
3019함은 보고 즉시 인근에 있던 해경 1002함, 해군 함정 등과 상황을 공유하고, 작전을 지휘했다.
무인 헬기를 띄워 광학·열화상카메라 등으로 불법 조업 상황을 확인한 3019함은 해당 어선에 “배를 멈추고 검문 검색에 응하라”고 명령했으나 반응이 없자, 고속단정 등에서 대기하던 대원들을 즉시 투입시켰다. 또 최대 150m까지 거센 물줄기를 내뿜는 소화포를 쏴 초기 진압에 나섰다.
어선 나포에 성공했다는 보고가 이뤄진 비슷한 시점에 해경 항공기가 확인한 또다른 불법 조업 어선도 나포했다는 보고가 3019함에 들어왔다.
이날 실전을 방불케 한 나포 작전은 중국 어선들의 서해 특정해역 불법 조업에 대비하기 위한 훈련이었다.
훈련엔 함정 13척과 항공기, 무인 헬기 등을 비롯해 180여 명의 인원이 투입됐다. 김재성 3019함 함장은 “이번 훈련은 조업철을 앞두고 안전한 단속 임무 수행을 위한 사전 준비 성격이 크다”며 “무인 헬기와 고속정, 소화포 등 신형 장비를 활용해 더욱 효과적이고 입체적으로 불법 조업을 단속할 방침”이라고 했다.

서해 특정해역은 백령도, 대청도 등 서해5도 남쪽 약 1만1730여 ㎢ 면적에 해당한다. 꽃게, 홍어 등 조업이 본격화되는 3월 말부터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도 함께 증가하기 시작한다.
이날 오후 기준 서해 특정해역 인근에 중국 어선은 20여 척이 서해 특정해역과 가까운 북방한계선(NLL) 인근엔 100척 정도로 파악됐다. 이들 어선 모두 우리 해역에서 언제든지 불법 조업이 가능한 어선들이라는 게 해경 설명이다.
중국 어선들은 기상 악화와 야간 시간대를 틈타 몰래 서해 특정해역으로 들어와 조업한다고 한다. 어린 치어와 바닥에 사는 어종까지 모조리 잡아가 어장 황폐화의 주범으로 손꼽힌다.
대청도 어민 주모씨는 “해마다 서해 특정해역으로 중국 어선들이 넘어와 몰래 조업을 하면서 어장을 망가트리는 등 어민 피해가 크다”며 “어업용 면세유 가격이 크게 올라 매일 나가던 조업을 2~3일 간격으로 나가는 실정인데, 올해도 이런 문제가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해경 단속을 피하기 위한 중국 어선들의 대응은 점점 지능화 되고 있다. 배 둘레에 쇠창살이나 철조망을 설치하거나 배에 오른 해경 대원들의 조타실 진입을 막기 위한 잠금장치나 장애물 등도 설치하고 있다. 시간을 벌어 서해 특정해역 밖으로 도주하려는 속셈이다. 도주 과정에서 통신 여건이 안 좋아지거나 안전 위협 요인이 증가해 해경이 단속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중국 어선들은 또 GPS(위성항법장치)를 활용해 해경이 가까이 있을 땐 특정해역 밖에 있다가 멀리 떨어지면 들어가 조업하는 이른바 ‘치고 빠지기식’ 조업을 하기도 한다. 단속에 나선 해경의 눈을 속이려고 비밀 어창을 만드는가 하면, 엔진 고장으로 표류하고 있었다는 거짓말도 한다. 해경은 신속한 나포 작전을 위해 전동 톱 등 장비를 강화하고 더욱 빠른 함정을 투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해경 김인수 검색팀장은 “단속이 고도화되는 만큼, 중국 어선들의 대응도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며 “대원들의 안전에 항상 신경 쓰며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앞서 불법 조업 단속 중 중국 선원들이 던진 철제 창을 맞아 다리를 다치기도 했다.
해경은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불법 조업 외국 어선 집중 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중부해경청은 9일 오전 7시 현재 중국 어선 2척에 대해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8차례에 걸쳐 26척의 중국 어선을 퇴거 조치했다고 밝혔다.
작전이나 순찰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함정을 경량화하고, 입출항 시 경제 속도를 준수하는 등 유류 절감 대책도 함께 추진 중이다. 해경 경비 함정은 총 370여 척으로 연간 함정 유류 사용량은 8만5613kL에 달한다.
해경 관계자는 “우리 수역 내 불법행위를 일삼는 외국 어선에 대해선 한 치도 예외 없는 강력한 대응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며 “흔들림 없는 해양 주권 수호와 공정한 어업 질서 확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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