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동안 지방 연소 스위치 ON"… 야간 12시간 공복, 중성지방 수치 '뚝'
건강검진 후 '중성지방 수치가 높다'는 결과를 받고도 콜레스테롤만 신경 쓰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체내 잉여 에너지가 변환된 중성지방을 방치할 경우 지방간은 물론, 급성 췌장염의 원인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일상 속에서 중성지방을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과 전문의 정윤 원장(라이프내과의원)에게 수면 시간을 활용한 내장지방을 태우는 '12시간 야간 공복'의 원리와, 올바른 실천법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고지혈증 검사 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은 어떻게 다른가요?
두 가지 모두 혈액 내 지질의 일종이지만 역할이 다릅니다. 중성지방은 우리가 섭취하고 남은 에너지가 피하지방이나 내장지방 형태로 변환된 '저장용 에너지'입니다. 자동차로 치면 기름통에 든 가솔린인 셈입니다. 반면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을 형성하고 호르몬을 만드는 등 엔진의 구조를 이루는 성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몸에 필수적이지만 과도하게 쌓이면 혈관과 장기에 염증을 유발하는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됩니다.
중성지방이 높으면 간이나 췌장 같은 소화기 질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나요?
중성지방도 적절한 수치를 유지하면 좋지만, 간에 중성지방이 누적되면 염증성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분비되어 간세포가 파괴되는 만성 지방간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췌장에도 치명적입니다. 중성지방 수치가 500 이상으로 지나치게 높아지면 췌장을 먹여 살리는 모세 혈관들이 막히면서 췌장 조직이 괴사할 수 있습니다.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급성 췌장염 원인의 약 9%가 바로 이 고중성지방혈증 때문입니다.
'12시간 야간 공복'이 지방을 태우는 핵심 스위치라고 하는데, 공복 시간이 길어지면 우리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
공복 상태가 되면 우리 몸은 일차적으로 혈액 속 '포도당'을 사용합니다. 포도당이 고갈되면 간이나 근육에 비축해 둔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바꿔 씁니다. 이 과정이 다 끝나고 약 12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저장해 둔 '지방'을 태워 에너지로 쓰기 시작합니다. 즉, 12시간을 기점으로 우리 몸이 본격적인 '지방 연소 모드'에 돌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 vs 전날 저녁을 일찍 먹고 야간 공복을 유지하는 것, 의학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아침을 거르게 되면 오전 활동 시 뇌에 필요한 포도당 공급이 부족해져 집중력이 떨어지고 치매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극심한 허기로 점심에 단 음식을 찾게 되어 혈당 스파이크와 내장지방 축적을 유발합니다. 저녁 늦게 식사하면 장이 야간에 활동하느라 수면의 질도 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저녁을 일찍 먹고 수면 시간을 포함해 12시간을 비워두는 '야간 공복'이 부작용 없이 내장지방을 줄이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입니다.
당뇨 환자나 혈압, 고지혈증 약을 복용 중인 분들도 이 루틴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당뇨 환자의 경우 주의가 필요합니다. 평소 혈당 조절이 잘 되던 분이 갑자기 야식을 끊으면 기존 약 용량 때문에 야간 저혈당이 올 수 있으니, 주치의와 상의해 약 용량을 조절하며 서서히 야식을 줄여야 합니다. 반면 아침 공복 혈당 수치가 높았던 분들에게는 야간 공복이 혈당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약 복용 시간의 경우 고혈압 약은 공복과 무관하게 아침에 드시는 것이 좋고, 대부분의 고지혈증 약도 시간 상관없이 복용 가능합니다. 단, 중성지방을 낮추는 피브레이트 성분이나 오메가-3는 지용성이므로 식후에 드시는 것이 흡수율이 높습니다.

회식이나 야근이 잦아 12시간 공복이 어려운 분들을 위한 차선책이 있다면요?
규칙적인 공복이 어렵다면 주 2일 정도만 저녁을 가볍게 먹거나 금식하여 공복 시간 자체를 16시간 정도로 길게 가져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야간 근무를 하신다면 식단을 탄수화물 대신 샐러드, 구운 계란, 견과류, 두부 등 단백질 위주로 바꾸시면 좋습니다. 다음 날 아침을 가볍게 먹어 포도당 섭취를 줄이면, 지방 연소 모드와 유사한 환경을 몸에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공복을 유지할 때 물이나 차를 마셔도 되나요? 또한, 공복을 깨트리는 복병이 있을까요?
칼로리가 없고 수면을 방해하지 않는 물이나 카페인 없는 차는 드셔도 좋습니다. 특히 물은 당분에 대한 충동을 줄여주어 매우 권장합니다. 하지만 방탄 커피, 꿀물, 두유, 믹스 커피, 당분이 든 껌은 절대 안 됩니다. 특히 칼로리가 없는 '제로(Zero) 식품'도 주의해야 합니다. 뇌가 단맛을 인지하면 혈당이 들어왔다고 착각해 지방 연소와 반대되는 인슐린 모드를 작동시켜 공복 효과를 깨뜨릴 수 있습니다.
12시간 공복이 습관화됐을 때 환자들이 직접 느낄 수 있는 몸의 변화는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굉장히 개운해집니다. 야간에 장이 쉬는 동안 에너지가 몸의 손상 복구에 쓰여 숙면을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포도당과 지방을 모두 에너지원으로 쓰는 '하이브리드 모드'가 몸에 장착되어 피로를 덜 느끼게 됩니다. 내장지방이 분해되며 몸의 만성 염증 신호가 줄어들고, 위장이 휴식하며 속 쓰림이나 역류 증상도 크게 개선됩니다.
오늘 당장 야간 공복을 시작하려는 분들을 위해 저녁 식단을 추천해 주신다면요?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하면 금단 현상이 올 수 있습니다. 닭가슴살, 계란 흰자, 생선, 두부 샐러드 등 든든한 단백질 위주의 식단에 소량의 탄수화물을 섞어 본인이 좋아하는 맛있는 조합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단백질 비중을 높이면 밤늦게 찾아오는 허기를 훨씬 수월하게 견딜 수 있습니다. 일단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직접 경험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 긍정적인 신체 변화를 맛보시면 자연스럽게 당 중독에서 '공복 중독'으로, 즉 건강한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김수연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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