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첫 노동’ 바로잡아야”…‘청주 카페 알바 사건’에 직접 나선 이유 [헤경이 만난 사람-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경험 왜곡 우려, 청년 노동시장에 악영향
AI시대 일자리는 ‘AI 사용가능’ 인력으로
해법은 제도…산업별 임금 분포 공시 추진
“점주도, 아르바이트생도 근로기준법을 잘 모릅니다. 누가 제대로 가르쳐준 적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자 자기 기준대로 판단하고 충돌합니다.”
최근 충북 청주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남은 음료 3잔을 마셨다는 이유로 점주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화제가 됐다. 이어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기획감독을 지시하면서 “장관이 이런 일까지 챙기느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김영훈 장관은 “노사 갈등이 제도권 노동에서 아르바이트나 프리랜서 같은 비정형 노동으로 내려가고 있다”면서 이 지점을 눈여겨보고 있던 차에 청주 카페 사건이 터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충돌의 핵심 원인으로 ‘법적 무지’를 꼽았다. 실제 일부 사업장에서는 근로계약서에 ‘지각 시 임금 30% 삭감’처럼 위법 소지가 있는 조항이 포함되거나, 사업주가 근태를 이유로 임금을 임의 공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를 들어 ‘먹은 만큼 임금에서 까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인식이 있는데, 임금은 임금이고 손해 여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며 “이런 기본적인 법 원칙조차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은 노사관계가 어느 정도 제도화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이 ‘죽기 살기’로 부딪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를 ‘을(乙)들의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점주는 점주대로 생존이 걸려 있고, 알바생은 보호받지 못한 채 첫 직장에서 바로 충돌을 겪는다”며 “이게 굉장히 거칠게 나타나고, 때로는 야만적인 수준까지 간다”고 말했다.
특히 김 장관이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청년들의 ‘첫 노동 경험’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그는 “안 그래도 어려운 일자리 시장에서 청년들이 처음 겪는 사회생활이 혼나고 괴롭힘 당하는 기억으로 남는다면, 그 사회적 비용은 나중에 훨씬 크게 돌아온다”며 “출근하는 것 자체가 괴로운 경험으로 각인되면 노동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 그래서 이 사안은 빨리 개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청년 노동시장을 위협하는 또 다른 변수인 인공지능(AI)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내놨다.
김 장관은 “AI 문제는 청년들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면서도 “결국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제도”라고 단언했다. 그는 “시장의 논리에만 맡겨두면 필연적으로 디스토피아로 갈 수밖에 없다”며 “그걸 교정하는 게 정치와 행정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의 구상은 이른바 ‘모두의 AI’로 요약된다. 그는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쓸 수 있는 사람으로 대체되는 것”이라며 “핵심은 모든 청년에게 AI 활용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K-디지털 트레이닝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의 직무 역량을 높이고, 누구나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AI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누군가는 이익을 본다”며 “그 이익이 다시 교육이나 사회 시스템으로 환류돼야 지속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장관은 AI 도입 이후 오히려 과로사 문제가 불거진 한 회계기업을 예로 들며 “AI를 도입하면 일이 줄어들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기업이 AI를 단순히 인건비 절감 수단으로만 보면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향후 고용서비스의 AX(인공지능 전환)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김 장관은 “‘고용24’를 통해 일할 기회조차 찾지 못하는 청년과 구인난을 겪는 기업을 연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AI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을 가진 사람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일할 기회조차 없는 청년에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청년들의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해 ‘임금 분포 공시제’ 도입도 추진 중이다. 그는 “기업별 임금을 모두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산업별 임금 분포는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며 “이런 정보가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수십 년간 구호에 그친 이유는 객관적 기준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임금 분포 공개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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