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아침] 96살 정신영 할머니, 81년 만에 일본 미쓰비시 찾아간 까닭은?

■ 프로그램명 : [출발 무등의 아침]
■ 방송 시간 : 08:30∼09:00 KBS광주 1R FM 90.5 MHz
■ 진행 : 정길훈 앵커
■ 출연 :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 구성 : 정유라 작가
■ 기술 : 신용환 감독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pikQn_4Js_M
◇ 정길훈: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인 올해 96살의 정신영 할머니가 일본을 찾아갔습니다.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중공업의 강제 동원 피해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기 위한 건데요. 구순의 정 할머니가 직접 일본을 찾아가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뭔지 궁금합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연결해서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사장님 안녕하십니까?
◆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이하 이국언): 안녕하십니까?

◇ 정길훈: 이사장님, 정 할머니 모시고 현재 일본에 같이 방문 중인 거죠?
◆ 이국언: 그렇습니다. 도쿄에 있습니다.
◇ 정길훈: 정 할머니 연세가 96살이라는데요. 건강은 괜찮으십니까?
◆ 이국언: 1930년생이니까 이제 만으로 올해 96세인데 어제 아침 6시에 나주에서 출발해서 광주, 인천 공항, 또 도쿄를 거쳐서 숙소까지 오는 데 꼬박 13시간이 걸렸는데요. 아침에 뵀는데 어제 잘 주무시고 또 아침 식사까지 잘하시는 모습을 봤습니다.
◇ 정길훈: 정신영 할머니 외에도 다른 강제 동원 피해자 유족들도 함께 방문 중이라는데요. 어떤 분들이 함께하고 있습니까?
◆ 이국언: 이번에는 정신영 할머니와 함께 2018년 우리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던 미쓰비시 중공업 (강제 동원 피해자) 고인이 된 유족 한 분과 우리 광주에서 작년 1월에 별세하셨던 일본 제철 (강제 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남 이창환 아드님도 같이 정신영 할머니와 동행하고 있습니다.
◇ 정길훈: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강제 동원 피해자라면 대개 양금덕 할머니를 많이들 알고 계시는데요. 정신영 할머니는 좀 생소해요. 정신영 할머니는 어떤 사연을 갖고 계십니까?

◆ 이국언: 정신영 할머니도 양금덕 할머니와 똑같이 1944년 5월경 그때 정신영 할머니는 고작 14살 나이였습니다만 나주 국민학교를 막 졸업한 후에 홀어머니 밑에서, 아버지는 일찍 작고하셨던 중에 학교 담임 선생님이 불러서 일본에 가면 중학교도 보내주고 돈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당시 가난하던 형편, 아버지도 없고 홀어머니 밑에 식구들은 많고 그래서 일본에 가면 중학교 공부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갔던 것이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비행기를 만드는,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가서 18개월 동안 모진 강제 노동을 했습니다. 그러는데 이제 양금덕 할머니가 광주에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해서 싸우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서 지켜보다가 뒤늦게 따님을 앞세우고 우리 사무실을 찾았어요. 그게 한 10여 년, 아니 15년 전 정도인데 그때까지도 따님은 무슨 사연인지도 모른 채 어머니가 무조건 시민단체 사무실에 나를 데려다주라고 해서 와서야 '내가 그때 양금덕 할머니랑 똑같이 그 공장에 가서 일했던 사람이다, 딸한테도 내가 지금까지 이 얘기를 못 했는데 내가 기회가 된다고 하면 내 억울함을 풀고 싶다' 이렇게 해서 뒤늦게 소송에 나서게 된 경우입니다.
◇ 정길훈: 정 할머니가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본사를 찾아간다고 하던데요. 해방 후에 귀국하고 나서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찾아가는 게 처음입니까?
◆ 이국언: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해방되고 나서 미쓰비시 회사를 직접 대면한 것은 이제 광복 81년 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고야에 함께 끌려갔던 동료들이 하필 지진으로 6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6명의 희생자를 추도하는 추모비가 있는데 작년 12월에는 80년 만에 나고야에 가서 (추모비를) 봤고, 이번에는 직접 회사를 찾아 가게 됩니다.
◇ 정길훈: 정 할머니의 일정을 보니까요. 오늘 오전 11시에 '마루노우치' 행동에 참여한다고 하는데요. 이 '마루노우치' 행동이 어떤 건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생소해서요.

◆ 이국언: 예. 일본의 지원 단체, 그러니까 할머니들이 일본과 싸우더라도 일본의 누구, 손잡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이 싸움이 가능할 텐데, 오래전부터 우리 광주·전남 피해자들의 사연을 알고 40년 가까이 피해자들의 진상 규명이나 소송을 도와왔던 '나고야 소송지원회'가 2007년부터 미쓰비시 중공업 본사가 있는 도쿄까지 원정 투쟁을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에 진행하는데 이번은 사정이 있어서 오늘 진행하게 됩니다만, 이제 미쓰비시 중공업 본사가 있는 그 주변 거리가 우리로 보면 서울 광화문이랄지 정동이랄지, 이 거리가 마루노우치 거리인데요. 그래서 금요 행동, 또는 마루노우치 행동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 지원단체와 함께 오늘 미쓰비시 항의 행동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 정길훈: 강제동원시민모임이 이번에 정신영 할머니를 모시고 마루노우치 행동에 함께해야 하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어떤 겁니까?
◆ 이국언: 사실 일본 지원 단체가 자기 나라 기업 또는 일본 자국의 전쟁 범죄를 고발하고 지금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에 나선다는 게 쉬운 일이 절대 아니죠. 그리고 2007년부터면 세월도 적지 않은 세월인데 그래서 그분들한테는 무엇보다도 피해자가 동행했을 때 훨씬 일본 사회에 좀 더 호소할 수 있겠다는 바람도 있고 그래서 저희가 매번 시간을 내지는 못하지만, 이번에 기회를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 정길훈: 정신영 할머니 관련해서요. 일본에서 배상받기 위해서 90살이던 지난 2020년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참여했다고 하던데요. 1심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 이국언: 2년 전인 2024년 1월에 광주지방법원에서 1심 승소하고, 현재는 광주고등법원에서 2심 사건을 다투는 중입니다.
◇ 정길훈: 항소심이 진행 중이군요.
◆ 이국언: 그렇습니다.
◇ 정길훈: 소송 과정에서 정신영 할머니가 일본 정부로부터 모욕도 당했다는데요. 어떤 사연을 갖고 있습니까?

◆ 이국언: 뒤늦게 소송에 나서면서 무엇보다도 할머니가 그 당시 미쓰비시에서 근무했다는 그 피해 입증이 매우 중요했는데요. 그러기 위해서 이제 일본 후생노동성에 당시 연금을 강제로 들어야 했던 기록이 있을지 그 기록을 확인해 달라고 했는데요. 처음에 일본 정부는 그 기록이 없다고 발뺌했는데 뒤늦게 그게 발각돼서 마지못해 후생연금 탈퇴 수당이라는 것을 지급하는데요. 할머니 통장으로 고작 931원, 일본 돈으로는 99엔, 우리로 보면 100원짜리 동전 하나 값을 통장에 지급해서 할머니가 그냥 순간 말을 잃을 정도로 깜짝 놀랐던, 이런 물의를 빚은 적이 있습니다.
◇ 정길훈: 이사장님 말씀을 들으니까 기억나네요. 그때 국민들의 공분을 좀 샀었는데요. 어떻습니까?
지금 항소심 재판이 계속 진행 중이라는데 미쓰비시 중공업이나 일본 정부의 태도는 달라진 게 없습니까?
◆ 이국언: 전혀 달라진 게 없습니다. 최근에도 올해 고등학교에서 사용하는 사회과 교과서에 대한 감정 승인이 있었는데 여기에 보면 지리 교과서, 역사 교과서를 보면 아직도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하고, 강제 연행이나 강제 노동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하고, 이것이 마치 자발적으로 돈 벌기 위해서 온 것인 양 이렇게 왜곡하는 것을 보면 일본 정부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 정길훈: 알겠습니다. 시간이 다 돼서요. 일정 잘 소화하시고 정 할머니와 건강하게 귀국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국언: 감사합니다.
◇ 정길훈: 지금까지 이국언 일제 강제 동원 시민 모임 이사장이었습니다.
정길훈 기자 (skynsky@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중동전쟁 종식’ 기대감에…이 대통령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뉴스]
- 반세기만에 간첩누명 벗나 했더니…또 늑장 송달 “전수조사 시급”
- [단독] 검찰, 경찰청 압수수색…‘수사 기밀 유출’ 수사 확대
- 이란, 호르무즈 해협 내 대체 항로 제시…“기뢰 충돌 방지 목적”
- 미 “11일 파키스탄서 첫 협상…농축우라늄 안 넘기면 가져올 것”
- “장난이었다?”…이주노동자에 에어건 발사 사업주 출국금지
- 차들 사이서 질주…태국 고속도로에서 ‘탈출 타조’ 소동 [잇슈 SNS]
- 중국 고층 아파트서 실외기 난간타고 탈출 시도 할머니…무슨 일? [잇슈 SNS]
- ‘탈세 의혹’ 차은우, “세금 완납…국세청 판단 존중” [잇슈 컬처]
- “기록 평생 남는다”…‘집단 성폭행’ 15살 한인 학생 재판에 [잇슈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