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영양제] ② 건강식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다
[비즈한국] 명절이나 가정의 달이 다가오면 안방극장 홈쇼핑 채널은 기력 회복을 약속하는 건강기능식품들의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된다. 하지만 대형 제약사의 간판과 화려한 마케팅을 앞세워 수십만 원에 팔리는 프리미엄 건강식품 상당수가 실상은 값싼 원료로 만든 일반 가공식품에 불과하다. 비즈한국은 의학적 효능 논란이 불거진 ‘먹는 알부민’ 사태를 시작으로 제약업계의 건기식 꼼수와 기형적인 가격 거품을 낳은 유통 구조의 실체를 살펴봤다.

#식약처 인증 마크의 무게…‘건기식’과 ‘건강식품’은 아예 다르다
이러한 상술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건강기능식품(건기식)과 건강식품의 차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은 흔히 몸에 좋다고 광고하는 제품을 건강식품으로 통칭하지만 법적으로 건기식과 건강식품의 간극은 꽤 크다.
먼저 법률상 건강식품이라는 명칭은 없다. 건강식품은 웰빙, 친환경, 천연 등의 이미지와 맞물려 유통업계가 만들어낸 마케팅 용어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과자나 음료수와 동일선상에 있는 일반 가공식품으로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홍삼은 합격, 침향·흑염소는 미달
건기식과 일반 가공식품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홍삼이다. 홍삼은 식약처가 면역력 증진, 피로 개선, 혈소판 응집 억제를 통한 혈액 흐름, 기억력 개선, 항산화, 피부건강, 혈당조절, 갱년기 여성 건강, 혈압조절, 전립선 건강 유지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공식 인정한 대표적인 기능성 원료다. 식약처가 지난해 말 발간한 2025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홍삼은 연간 매출 8600억 원이 넘는 국내 건기식 1위 품목이다.
핵심 유효 성분인 진세노사이드(Rg1, Rb1, Rg3의 합)를 2.5mg/g 이상 함유하고 있으면 기능성 원료로 인정돼 건기식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홍삼이 쓰였다 해도 건기식이 아니라 홍삼음료나 액상차가 된다. 홍삼 성분이 들어있는 일반 가공식품 시장도 건기식 못지않게 크다. 2024년 인삼·홍삼음료 생산액은 2125억 원에 이른다.

#법망 피하는 모호한 마케팅이 문제
제약사에게 건강식품은 대규모 R&D(연구개발)를 하지 않고도 진입해 높은 마진율을 남길 수 있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다. 성공확률이 낮은 신약은 차치하고 그보다 허들이 낮은 건기식조차 효능 입증을 위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건강식품은 안전성만 갖추면 돼 제약사들에게 손쉬운 우회로로 인식되고 있다. 제약사 타이틀에 가려진 의료후광 효과에 인지도 높은 쇼닥터를 앞세우면 소비자들이 언제든지 지갑을 여는 것이다.
현행 식품 등의 표시광고법은 일반 가공식품에 질병의 예방 및 치료 효능을 명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가령 ‘간 기능 개선’, ‘불면증 치료’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쓰면 적발된다. 법 위반 시 단 1회 적발만으로도 영업정지 2개월이라는 강력한 행정처분과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단순 허위·과장 광고나 의약품 오인 광고가 영업정지 15일에 처해지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무거운 처분이다.
하지만 ‘지친 일상에 활력을’, ‘아침이 달라집니다’, ‘힘찬 하루의 시작’ 등 솔깃하면서도 모호한 수사를 사용해 법망을 벗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직접적인 효능을 언급하지 않고도 소비자가 치료제나 고효능 영양제로 착각하게 만드는 기만술이다. 의약품 오인 마케팅에 대한 보건당국의 처벌을 한층 강화하고 제약사들의 기업 윤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최영찬 기자(chan111@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