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과 호르무즈 통행료 합작사업 생각 중”…전문가들 “비현실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미국과 이란이 공동으로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호르무즈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는 이란의 강경한 태도와 해협 개방의 시급성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사업적 성향이 결합한 아이디어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현실적이고 실현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ABC방송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란의 통행료 부과를 용인할 수 있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를 합작 사업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면서 “다른 많은 세력으로부터 해협을 보호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건 정말 훌륭한 일”이라고 말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제안한 아이디어”라며 “향후 2주 동안 (이란과의 협상에서) 계속 논의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 같은 구상을 여러 차례 내비쳐왔다. 그는 지난 3월 유럽·아시아 동맹이 군함 파견 요구를 모두 거부하자 “해협은 나와 차기 아야톨라가 공동으로 통제할 것”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도 “우리가 통행료를 받는 건 어떤가”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정체 해소를 도울 것”이라며 “큰 수익이 만들어질 것이고, 이란은 재건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합작 사업’ 발언은 이란의 통행료 징수를 허용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들도 그 이권 사업에 숟가락을 얹고 싶다는 뜻이다. 합작사업의 구체적 방식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미국이 통행료 징수에 일정 부분 참여해 ‘관리비’ 성격의 수익을 확보하려는 구상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멜라니 시슨 연구원은 “공동 관리는 향후 미국의 공격을 억지하는 데 있어 이란의 협상력을 사실상 제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데, 이란이 가장 강력한 협상 지렛대를 스스로 포기하는 선택을 왜 하겠는가”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마크 캔시언 연구원도 “이는 법적 근거가 아니라 군사력을 바탕으로 원유 수송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인데, 걸프 산유국이나 전 세계 원유 수입국들이 이 같은 구상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란이 호르무즈 통제력을 유지하고 우라늄 농축 권리 등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통행료 일부를 미국에 떼주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통행료를 용인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석유 업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석유 업계 컨설턴트는 “석유 회사 경영진들이 호르무즈 통행료에 항의하기 위해 백악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J D 밴스 부통령 등에게 연락하고 있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에도 국무부 고위 관계자들을 따로 만나 “이란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통행료와 보험료 인상으로 각 선적 건당 250만달러(약 37억원)의 비용이 추가될 것이며,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이들은 “또한 싱가포르와 튀르키예 같은 국가들이 믈라카 해협과 보스포루스 해협의 주요 무역로에 통행료 부과를 검토하게 만드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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