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국 ‘준비된 팀’이 이긴다”… 앙리의 냉철한 진단
"스타 많아도 하나 되지 않으면 무너져”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프랑스 축구의 ‘전설’ 티에리 앙리(48)가 화려한 전술이나 개인 기량보다, 얼마나 준비된 상태로 하나의 팀을 이루느냐가 월드컵의 승패를 가른다고 진단했다.
앙리는 9일(한국시간) 공개된 스포츠전문매체 ‘디 어슬레틱’과 인터뷰에서 “대표팀 캠프에 들어가면 직감적으로 느껴진다. 이 팀이 잘될지 아닐지는 분위기에서 드러난다”며 “월드컵은 단순한 전술 싸움이 아니라 준비 상태와 조직력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앙리는 선수와 지도자로서 월드컵을 모두 경험했다. 20세였던 1998년 1998 FIFA 월드컵에서 프랑스의 우승을 이끌었고, 2006년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경험했다. 반면 2002년과 2010년에는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실패도 겪었다. 선수로서 월드컵 무대에서 단맛과 쓴맛을 모두 맛봤다.


반면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앙리에게 최악이었다. 프랑스는 당시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앙리는 “당시 우리는 최고의 팀이었지만 부상자가 많았고, 분위기가 달랐다”며 “준비가 완벽하지 않으면 어떤 강팀도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험은 월드컵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놓았다. 앙리는 특히 선수들의 ‘과부하 상태’를 가장 큰 변수로 지목했다. 그는 “선수들은 시즌 동안 60~70경기를 치른 뒤 대표팀에 합류한다”며 “이미 지친 상태이거나 부상을 안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림픽 선수들은 몇 달간 대회를 준비하지만, 축구 선수들은 그런 시간이 없다”며 “짧은 기간 안에 몸 상태와 조직력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하는 구조 자체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도자 경험을 더하면서 그같은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앙리는 2018년 벨기에 대표팀에서 코치로 월드컵을 치렀다. 당시 선수들은 각기 다른 상황에서 대표팀에 합류했다. 어떤 선수는 시즌 내내 풀타임을 소화했고, 또 다른 선수는 부상으로 출전경기 수가 적었다.
앙리는 “70경기를 뛴 선수와 40경기를 뛴 선수, 부상에서 막 복귀한 선수를 동시에 맞춰야 했다”며 “누군가는 훈련 강도를 낮춰야 하고, 누군가는 끌어올려야 하는데 시간은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차이를 짧은 기간 안에 해결하는 것이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가장 큰 과제”라며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대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앙리는 또 하나의 핵심 요소로 ‘팀 내 균형’을 들었다. 그는 “월드컵에서는 뛰지 못하는 선수들도 반드시 존재한다”며 “이들을 포함해 모든 선수가 같은 목표를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프랑스 대표팀처럼 공격 자원이 풍부한 팀일수록 고민은 더 커진다. 앙리는 “좋은 선수가 많다는 것은 축복이지만 동시에 어려움이기도 하다”며 “누군가는 벤치에 앉아야 하고, 그 상황을 팀 전체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월드컵은 단순히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의 집합으로는 우승할 수 없는 무대”라며 “팀으로서 하나가 된 조직만이 끝까지 살아남는다”고 덧붙였다.
현대축구에서 세트피스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최근 축구에서 세트피스 전술이 강조되는 흐름에 대해 앙리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앙리는 “1998년 결승에서도 코너킥에서 골이 나왔고, 수많은 큰 경기들이 세트피스로 결정됐다”며 “요즘은 세트피스 전담 코치가 생기면서 더 체계적으로 준비할 뿐,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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