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지만, 함께 못 간다]<중>“허용됐다지만 더 까다롭다”…현장 되레 ‘노펫존’ 늘어나나

지난 3월1일 '반려동물 동반 출입 음식점 제도' 시행 이후 정부는 잇따라 보완책을 내놓으며 제도 안착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행 초기 혼선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19일 예방접종 확인 방식을 기존 증명서 확인에서 QR코드 제출이나 수기 기재 방식까지 확대했다. 또 케이지나 전용 의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식탁 간격 규제도 일부 완화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현장의 부담을 덜기 위해 규제를 풀었다는 설명이다.
◆ "규제 풀었다지만 체감은 그대로"…책임은 여전히 업주 몫
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다르다. 대구 달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확인 방식이 다양해졌다고 하지만 결국 확인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형식만 바뀌었지 부담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주는 "손님이 많을 때 일일이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며 "서류든 QR이든 결국 직원이 확인해야 하는 건 똑같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제도가 요구하는 기준은 적지 않다. △출입 가능 안내문 부착 △조리 공간 분리 △반려동물 이동 제한 △위생 관리 △예방접종 여부 확인 등 운영 전반에 걸쳐 관리 책임이 요구된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의 출발점이 업주에게 있다는 점이다. 노권율 대구시 위생정책과장은 "별도의 신고 없이 운영이 가능하지만 기준을 준수하면서 운영하도록 돼 있다"며 "현장 지도와 홍보를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자율이라는 이름 아래 책임이 집중돼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달서구의 한 업주는 "등록은 자율인데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전부 업주가 지는 구조"라며 "이런 상황에서 굳이 감수하면서까지 운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는 결국 업주들에게 '리스크'로 작용한다. 특히 음식점처럼 회전율이 높은 업소일수록 현실적인 부담은 더 크다.

◆ "결국 선택은 포기"…노펫존으로 돌아서는 이유
이 같은 문제는 정책 논의 자리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3월30일 국무조정실 산하 반려동물 정책위원회 1차 회의에서는 제도 시행 이후 오히려 현장 혼란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설채현 수의사는 "규제 샌드박스 시범사업과 동반 카페 운영 경험을 보면 제도 시행 이전에도 현장은 일정 부분 자율적으로 작동해왔다"며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에는 행정처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오히려 노펫존으로 돌아서는 업주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도 예방접종 여부를 영업주가 확인하도록 한 구조가 과도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반면 식약처는 "비반려인의 불안을 낮추기 위한 최소한의 신뢰 장치"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정부는 회의 이후 외국 사례 등을 참고해 보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근본적인 의문이 남는다. "서류를 확인했는데도 문제가 생기면 업주는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 모든 절차를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와 같은 질문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핵심을 건드린다.
정책이 현장으로 내려오는 순간 '기준'은 '업무'가 되고, 업무는 곧 '비용'이 된다. 그리고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업주가 선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포기'다. 실제 현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구지역에서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5개 업소 중 2곳은 폐업했고, 현재 3곳만 운영 중이다. 또 4월1일 기준 식품안전나라에 등록된 반려동물 동반 출입 음식점은 42곳에 불과하다. 자율 등록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제도 확산 속도는 기대보다 더딘 수준이다.
업주들의 반응은 보다 직설적이다. 성서의 한 카페 업주는 "분변 처리 용기 준비부터 위생 관리, 안내문 부착, 손님 응대까지 전부 신경 써야 한다"며 "이걸 다 지키면서 운영할 수 있는 업장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려인들 역시 불편을 호소한다. 직장인 김모(33)씨는 "예방접종 카드를 보여달라는 절차가 번거롭고 상황에 따라 눈치를 보게 된다"며 "차라리 갈 수 있는 곳만 찾아다니게 된다"고 말했다.

◆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현장 실험은 진행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를 활용해 운영을 이어가는 업소도 있다. 대구 중구 공평로 대형카페인 인더매스를 운영하는 이은재(46) 대표는 "그동안 하고 싶어도 못 했던 부분인데 제도 시행 이후 반려견 출입 매장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매장은 하루 평균 3팀 이상의 반려견 동반 손님이 방문하고 있으며, 관련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전화로 반려견 출입 가능 여부를 묻는 경우가 많아 지역에서도 수요가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그는 "대형견은 사실상 출입이 어려운 구조이고, 기준이 애매한 부분도 있어 준비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며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부담을 느끼는 업주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점점 나아질 것"이라며 "이런 시도들이 쌓이면 인식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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