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도 인정한 '클라이맥스'와 ENA의 잘못된 만남 [이슈+]

김소연 2026. 4. 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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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NA 월화드라마 '클라이맥스' 스틸

"원래는 '19세' 대본이었는데 이게 ENA로 가면서 '15세'로 시청 등급에 맞춰 내용을 바꿨어요. 표현이나 워딩은 바꿀 수 있어도 설정 자체를 바꿀 물리적인 시간도 없었고 그러지도 못했죠. 그 부분에 대해 제작진과 많은 대화를 했고 찍으면서도 고민이 많았어요. 표현의 한계도 느끼고 그 과정이 가장 힘들었죠."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ENA 사옥에서 진행된 ENA 월화드라마 '클라이맥스' 인터뷰에서 주연 배우 주지훈은 이같이 밝혔다.

주지훈, 하지원 주연의 ENA 월화드라마 '클라이맥스'가 종영을 앞두고 짙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권력의 카르텔에 뛰어든 검사와 톱배우 아내의 치열한 생존극이라는 서사로 기대를 모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전개가 느려지며 시청률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작품의 태생적 한계와 편성 채널 사이의 뼈아픈 불협화음이 자리 잡고 있다.

치명적인 욕망과 어른들의 암투를 다루는 극의 뼈대는 그대로 둔 채 겉포장만 15세로 깎아내다 보니 극의 밀도와 개연성이 헐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극의 성격상 자유로운 표현이 보장되는 OTT 플랫폼이 어울림에도 불구하고 ENA라는 채널을 만나면서 스스로 표현의 한계에 갇힌 셈이다.

주지훈 역시 이 지점에 대해 짚었다. 그는 "OTT 채널에서 방송하느냐 지상파나 유튜브에서 하느냐에 따라 시청자가 받아들이는 수위가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화장실 키스 신의 경우에도 찍으면서 고민이 많았다. 스킨십 외에 딱 키스 장면 하나뿐이었고 밀도를 높이기 위해 특별히 더한 것이 없었음에도 막상 TV 화면으로 보니 파급력이 예상보다 더 크게 다가오더라"라고 고백했다. 대중의 시선과 작품의 수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 배우에게도 가장 힘든 과제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에 시청 등급이 바뀌었음에도 대사나 장면 등을 수정하는 것 외에 세밀한 수정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은 치밀한 심리전과 두뇌 싸움이 필수적인 정치·범죄 장르물에서 서사의 붕괴를 뜻한다. 디테일이 떨어지면 곧 몰입도가 깨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한계는 후반부의 치명적인 늘어지는 전개, 지루함으로 이어졌다. 촘촘하게 쌓아 올려야 할 인물들의 감정선과 사건의 인과관계가 헐거워지면서 극의 동력은 급격히 상실됐다. 주인공들의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며 예측 불가능한 반전으로 몰입도를 끌어올려야 할 '클라이맥스' 타이밍에 오히려 서사가 늘어지니 시청자들의 이탈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실제로 최근 방송된 8회분은 다시 2%대 시청률로 주저앉으며 작품의 씁쓸한 현주소를 보여줬다. '클라이맥스' 최고 시청률은 3회가 기록한 3.9%(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였다. 이후 반등 없이 제자리를 맴돌다가 종영을 앞두고 다시 출발점인 2%대로 돌아왔다.

'클라이맥스'의 제작사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 등을 제작한 하이브미디어코프다. 각본과 연출은 영화 '미쓰백'으로 각종 신인상을 휩쓴 이지원 감독이 맡았다. 여기에 주지훈과 하지원뿐 아니라 오정세, 차주영, 나나까지 화려한 캐스팅으로 상반기 최고 기대작이라는 찬사와 함께 검찰, 재벌, 연예계가 하나의 판 위에서 충돌하는 정치 누아르라는 장르적 설정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초반의 과감했던 전개마저 힘을 잃고, 권력 누아르에서 출발했던 작품이 속도를 잃은 채 시청자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19세 콘텐츠로서의 날카로움도, 15세 채널 드라마로서의 안정감도 아닌 그 어딘가에 걸쳐져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됐다.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영화적 감각, 이지원 감독의 섬세한 연출, 그리고 이 캐스팅이라면 분명히 가능했을 무언가를 생각할 때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이 조합이 처음 기획한 대로, 처음 상상한 그릇에 담겼더라면 어땠을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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