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 하루 통과 선박 12척 제한·통행료 부과” 중재국에 통보

김기범 기자 2026. 4. 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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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10일 항공촬영된 호르무즈 해협 내의 모습. 클라렌스해협이 이란 본토와 케슴 섬을 분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수를 하루 12척 정도로 제한하고, 통행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이란ㆍ미국 간 휴전의 중재국들에 통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아랍권 중재자들을 인용해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사전 조율을 거쳐야 한다고 전했다. 중재자들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사전에 통행료를 협의한 뒤 가상통화나 중국 위안화로 비용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은 지난 2월 28일 전쟁 개시 이후 급감한 상태다. 에너지 정보업체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휴전 선언 직후인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4척에 불과하다고 WSJ는 전했다. 전쟁 하루 전에는 100척 이상이 해협을 통과했었다.

WSJ는 이란이 통행료를 제도화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라고 전했다. 이집트와 파나마는 각각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에서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국제 해상법은 호르무즈 해협, 영국 해협, 지브롤터 해협, 말라카 해협 같은 자연 수로를 통과하는 데 특정국이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자국 또는 우호국 선박에는 통행을 허용하거나 낮은 비용을 부과하는 반면,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연계된 국가 선박은 차단하는 차등 체계를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운항 경로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통과가 허용된 선박들은 기존 항로 대신 이란 게슘섬과 라라크섬 사이, 이란 연안을 따라 오만만으로 빠져나가는 좁은 통로를 이용해야 한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통행료는 선박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되며, 초대형 유조선의 경우 최대 200만달러(약 30억원)에 이를 수 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수수료 부과와 통행 승인 등을 포함한 새로운 호르무즈 해협 관리 계획을 승인했다. 이란은 통행료 수익을 오만과 나누는 방안도 제시했지만 이란으로부터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은 오만은 이 계획에 동의하지 않은 상태라고 WSJ는 전했다. 걸프 국가들 역시 통행료 부과에 반발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SNS)에 미국과 이란 간 2주간의 휴전 기간 동안 이란 군대가 해협을 통한 교통을 감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백악관은 아바스 장관의 발언을 SNS에 공유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게 IRGC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이유 중 하나로 내세우는 것은 자국이 설치한 기뢰다. 기뢰를 피하기 위해서는 군과 조율해 안내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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