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효능감이 필요한 당신, 종이팩 분리배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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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행동은 작아 보여도 여럿이 모이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전국 공동주택 분리수거장에 종이팩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고, 제도적으로 안착되도록 분리수거 지침을 개정해 종이팩을 별도 배출 항목으로 지정한다고 한다.
종이팩 분리배출과 같은 수십, 수백 개의 '기후행동 루틴'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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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대신 편리함" 응답 시민 증가해도
시민 80% "장바구니 쓰고 분리배출해"
종이팩 씻고 모아 전달하며 도덕적 만족
'기후행동 루틴' 모여 탈플라스틱 사회로
편집자주
한 사람의 행동은 작아 보여도 여럿이 모이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기후대응을 실천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이 4주에 한 번씩 목요일에 연재합니다.

3년 전, 기후변화·환경 시민 활동을 지원하는 공익재단에서 종이팩 자원순환 프로젝트를 같이 해보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플라스틱 아니냐는 질문에 담당자의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도 처음엔 플라스틱으로 하려고 했죠. 그런데 공고를 낼 때마다 종이팩 자원순환 제안서가 끊이질 않는 거예요. 그것도 전국 곳곳에서."
종이팩에 진심인 시민들이 그렇게 많은지 나 역시 몰랐다. 별도 수거함이 없다면 우리가 장소를 빌려주겠다고 나선 제로웨이스트숍, 동네 카페를 돌며 종이팩을 모아달라 부탁하고 수거하러 다니는 마을활동가들, 별도 수거함이 점점 줄자 시민들은 직접 종이팩 수거함 지도까지 그렸다. 그나마 공공에서 지원하는 종이팩-휴지 교환 사업도 종이팩을 가져오는 주민이 없어 문제가 되기보다 오히려 모아도 가져갈 곳이 없어 안타까워하는 시민이 더 많았다.
한국환경연구원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국민환경의식조사의 최근 자료를 보면 충격적인 결과가 포함돼 있다. "환경친화적 행동을 우선한다"고 답한 시민이 2018년 70.5%에서 2024년 58.4%로 12%포인트나 감소한 것이다. 대신 "생활의 편리함을 우선한다"는 답변이 12%에서 20%로 8%포인트가량 증가했다. 그럼에도 80%에 가까운 시민들이 지속하는 행동으로 꼽은 상위 두 가지는 '장바구니 이용(79.8%)' '종이, 플라스틱, 병, 캔 등의 쓰레기를 깨끗이 씻어 분리배출(79.3%)'로, 모두 자원순환에 관한 것이다. 종이팩에 진심인 시민이 많은 이유가 이 설문조사 내용에 담겨 있다.

사실 종이팩을 제대로 분리배출하려면 비우고, 씻고, 따로 모은 뒤 주민센터·생협·제로웨이스트숍 등 받아주는 곳도 알아서 찾아가야 한다. 기후행동의 최대 장벽인 '불편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1995년 시작해 세계 최고 수준이라 평가받을 정도로 분리배출에 잔뼈가 굵은 우리나라 시민들 아닌가. 과장을 살짝 보태면 종이팩은 시민들에게 나도 기후행동을 하고 있다는 도덕적 만족감과 기후효능감(perceived climate efficacy, 내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행동을 해낼 수 있고 그 행동이 실제로 의미가 있다는 믿음)을 주는 대상인 것이다.

게다가 올해 종이팩을 통한 기후효능감을 더 높일 수 있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전국 공동주택 분리수거장에 종이팩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고, 제도적으로 안착되도록 분리수거 지침을 개정해 종이팩을 별도 배출 항목으로 지정한다고 한다.
한편 텀블러와 종이팩 등을 이야기할 때 기후변화 전문가와 활동가 사이에서도 '에너지 전환이 시급한 때에 언제까지 종이팩, 텀블러 이야기만 할 거냐'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탄소발자국만 계산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잠깐 여기서 질문을 바꿔보자. 종이팩 분리배출조차 제대로 못 하는 사회가 탈플라스틱을 이루고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국민환경의식조사에서도 그동안 기후변화의 위험과 심각성을 인식하는 수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기후행동의 장벽을 없애 시민들이 일상에서 기후행동을 실천하고 효능감을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종이팩 분리배출과 같은 수십, 수백 개의 '기후행동 루틴'이 필요한 때다.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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