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대한민국 제조AI 중심으로!] (11) AI가 바꾸는 제조 현장- 지엠비코리아

이하은 2026. 4. 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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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부품도 가뿐… ‘자율이동 로봇’ 현장 곳곳 누빈다

창원2공장, AMR 2대로 물류 자동화 첫발
고정 경로 없이 장애물 스스로 감지해 이동
부품 소진 시점도 알아… 생산성 30% 향상
공정마다 카메라 360도 스캐닝 불량 검사
로보틱스 TF출범, 부품 개발 신사업 구상


지엠비코리아 창원2공장에는 사람 대신 바닥을 누비는 로봇이 있다. 바퀴를 단 자율이동로봇(AMR)이 15㎏짜리 스테이터 부품 트레이를 싣고 조용히 공정으로 향한다. 사람이 지나가면 멈추고, 장애물이 있으면 스스로 경로를 바꿔 돌아간다. 2022년 12월 처음 도입된 이 로봇 2대가 이 공장 물류 자동화의 출발점이다.
지엠비코리아 창원2공장에서 자율이동로봇(AMR)이 스테이터 부품 트레이를 싣고 조립 공정 사이를 오가고 있다./전강용 기자/

지엠비코리아 창원2공장에서 자율이동로봇(AMR)이 스테이터 부품 트레이를 싣고 조립 공정 사이를 오가고 있다./전강용 기자/

지엠비코리아는 창원에 본사를 둔 자동차 부품 전문 기업으로, 전기차·하이브리드 차량의 배터리와 연료전지를 냉각하는 전동식 워터펌프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내연기관 시대에는 엔진을 식히는 워터펌프를 만들었지만, 전동화 전환 흐름에 맞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에 들어가는 냉각 부품으로 사업 축을 옮겨왔다. 창원2공장에는 50W·100W·150W 용량의 전동식 워터펌프 생산 라인 5개가 운영 중이다. 이 펌프는 차량 내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며, 최대 6000RPM으로 회전하는 임펠러가 배터리와 모터의 열을 식힌다.

조재용 창원2공장장은 AMR 도입 배경으로 작업자 안전과 공정 안정성을 꼽았다. 그는 “스테이터 부품이 담긴 트레이 하나가 15㎏ 정도 된다. 사람이 허리를 숙여 반복 투입하다 보면 근골격계 질환이 생길 수 있고, 자리를 비우는 순간 투입 타이밍을 놓치는 일도 생긴다”고 했다. 기계는 피곤하지 않고, 일정하게 움직이며, 부품이 떨어지는 순간 바로 반응한다는 점이 사람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지엠비코리아 창원2공장 직원이 전동식 워터펌프 조립 라인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17개 공정으로 구성된 라인에는 산업용 로봇암이 설치돼 부품 조립부터 검사까지 자동화 공정이 이어진다.

지엠비코리아 창원2공장 직원이 전동식 워터펌프 조립 라인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17개 공정으로 구성된 라인에는 산업용 로봇암이 설치돼 부품 조립부터 검사까지 자동화 공정이 이어진다.

AMR을 이해하려면 이전 세대 물류 로봇인 AGV(무인운반차)와의 차이를 먼저 짚어야 한다. AGV는 바닥에 깔린 레일이나 자기 테이프, 유도선을 따라서만 이동한다. 정해진 경로를 벗어날 수 없어 앞에 사람이 서 있으면 그냥 멈춰 기다리는 방식이다. 반면 AMR은 별도의 고정 경로가 없다. 공장 내부를 스스로 인식하고, 라이다(LiDAR) 센서와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장애물을 피하며 최적 경로를 찾아 이동한다. 사람이 지나가면 멈추는 게 아니라 옆으로 돌아간다. 공장 레이아웃이 바뀌거나 새로운 장애물이 생겨도 별도 공사 없이 적응할 수 있어 유연성이 훨씬 높다. 조 공장장은 “AGV는 경로를 바꾸려면 바닥 공사부터 다시 해야 하지만, AMR은 설정만 바꾸면 된다”며 “공장 환경이 계속 달라지는 제조 현장에는 AMR이 훨씬 맞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AMR 2대는 5개 라인 중 2개 라인의 스테이터 어셈블리 공정에 투입돼 있다. 라인에 부품이 소진될 시점이 되면 AMR이 자동으로 감지하고 부품 보관 구역으로 이동해 트레이를 싣고 공정 앞까지 가져다준다. 조 공장장은 자동화 전환 이후 생산성이 약 30% 향상됐다고 밝혔다. 수치로 단순 집계된 수치는 아니지만, 사람의 유휴 시간과 타이밍 손실이 줄어든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조 공장장은 “로봇은 휴식 시간이 필요 없다. 교대 없이 일정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사람이 투입할 때보다 공정 흐름이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2대인 AMR은 향후 30~40대로 늘어날 예정이다. 조 공장장은 “지금은 일부 공정에만 쓰고 있지만, 창고에서 부품을 분류해 각 라인에 배분하는 전 과정을 AMR로 연결하려면 그 정도 규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구상이 실현되면 작업자가 손으로 박스를 옮기던 창고 물류 전체가 자동화된다. 공장 관제 시스템이 어떤 라인에 어떤 부품이 필요한지를 파악하면, AMR이 창고에서 해당 부품을 꺼내 자동 분류하고 공정까지 운반하는 흐름이다.
지엠비코리아 창원2공장에서 자율이동로봇(AMR)이 스테이터 부품 트레이를 싣고 조립 공정 사이를 오가고 있다./전강용 기자/

지엠비코리아 창원2공장에서 자율이동로봇(AMR)이 스테이터 부품 트레이를 싣고 조립 공정 사이를 오가고 있다./전강용 기자/

도입 초기 대당 2억 원에 달했던 AMR 가격은 최근 7000만 원 수준까지 내려왔고, 중국산 제품은 2000만~3000만 원대에도 공급되고 있다. 기능과 가격 모두 빠르게 변하는 만큼 조 공장장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지금 당장 대량으로 사들이는 것보다 시범 운영하면서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개념을 잡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며 “2~3년 주기로 기술과 가격 추이를 보면서 단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물류 자동화 외에도 공정 곳곳에 AI 기술이 녹아 있다. 17개 공정으로 구성된 조립 라인에서 제품은 컨베이어를 타고 다음 공정으로 이동하면서 단계마다 카메라 앞에 선다. 카메라는 제품 측면을 360도 스캐닝해 하나의 평면 이미지로 펼쳐낸다. 이 이미지를 사전에 학습된 양품 이미지와 비교해 불량 여부를 판정하는 비전 검사 방식이다. 딥러닝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며 오링 조립 상태, 볼트 체결 높이, 표면 형상 이상까지 비접촉으로 확인한다. 예전에는 작업자가 육안으로 하나하나 들여다봐야 했던 검사가 100% 자동화된 것이다. 검사를 통과한 제품은 에어를 주입해 수로부 누수 여부까지 확인한 뒤 포장 공정으로 넘어간다.

데이터 추적 체계도 갖춰져 있다. 공정에 투입되는 제품 하나하나에 고유 바코드를 새기고, 17개 공정 각각에서 스캐닝해 조립 조건, 토크값, 불량 발생 여부 등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저장한다. 조 공장장은 “제품이 납품된 뒤 현장에서 문제가 생겨도 여기에 쌓인 데이터로 어떤 공정에서 무슨 조건이 어긋났는지 역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년간 쌓인 이 데이터는 이제 AI 분석의 원료가 되고 있다.

지엠비코리아는 지난해 추진된 초거대 제조AI 시범사업(PoC)에 수요기업으로 참여한 바 있다. 현장 데이터를 AI 모델에 제공하면, AI가 어떤 공정 조건의 변화가 불량으로 이어졌는지를 분석해 알려주는 구조다.

조 공장장은 “자동화는 잘 돼 있고 데이터도 잘 쌓고 있는데, 그걸 해석할 머리가 없었던 것”이라며 “AI가 그 판단 역할을 해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전체 라인 가동 효율은 약 80% 수준이다. 나머지 20%는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크고 작은 리스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구간이다. AI가 이 손실 원인을 분석해 제거하면, 5개 라인을 돌리면서 사실상 여섯 번째 라인을 얻는 효과가 생긴다는 게 회사의 계산이다. 현재는 현장 데이터를 USB로 옮겨 PC에서 AI로 분석해보고, 결과가 맞지 않으면 라인에 센서를 추가하거나 수집 항목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단계를 밟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엠비코리아는 4월 1일자로 로보틱스 사업 TF를 공식 출범했다. 제조 라인에 AI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로봇 자체에 들어가는 부품 개발을 새로운 사업으로 열겠다는 구상이다.

조 공장장은 “초거대 제조AI 시범사업(PoC) 이후, 경남도 차원의 후속 사업을 통해AI와 제조의 융합이 현장에서 결실을 맺고, 머지않은 시간에 로봇과AI를 하나로 잇는 스마트 제조 로드맵을 실현하고 싶어, 그 흐름에 맞춰 부품 개발 역량을 키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화로 생긴 여유를 새로운 사업으로 연결하고, 그 사업이 다시 일자리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경쟁사가 로봇을 넣어 생산하는데 우리는 사람이 다 한다면 이미 경쟁력에서 뒤처진다. 자동화와 사람은 같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엠비코리아 창원2공장 조립 라인에서 생산된 전동식 워터펌프 스테이터 부품이 파란 트레이에 가득 담겨 있다. 뒤편으로 산업용 로봇암이 쉼 없이 가동되고 있다.

지엠비코리아 창원2공장 조립 라인에서 생산된 전동식 워터펌프 스테이터 부품이 파란 트레이에 가득 담겨 있다. 뒤편으로 산업용 로봇암이 쉼 없이 가동되고 있다.

실제로 연구소 인력은 2020년 50명 미만에서 현재 약 160명으로 대폭 늘었고, TF 출범에 맞춰 20명 추가 채용도 계획 중이다. 이 같은 변화의 저변에는 통신 인프라가 깔려 있다. 지엠비코리아 공장에는 2020년 경남 5G 활용 차세대 스마트공장 규제자유특구 지정 당시 전국 최초로 공장 내 5G 망이 구축됐다. 고용량 이미지와 생산 데이터를 지연 없이 전송하려면 일반 LTE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조 공장장은 “5G 인프라가 이미 깔려 있기 때문에 AI 분석이든 AMR 운영이든 속도를 낼 수 있다”며 “나중에 라인의 모든 로봇을 AI로 제어하는 단계까지 가려면 이 통신망이 기반이 된다”고 했다.

창원 제조업 전반의 AI 전환 흐름도 빠르다. 지엠비코리아를 포함한 경남 소재 8개 기업이 핀 사업 네트워크를 구성해 데이터를 공유한 바 있으며, 경남도·경남대·서울대·구글이 컨소시엄을 이뤄 2025년 초거대제조 AI 시범사업(PoC)을 통해 AI 제조 융합의 가능성을 실증하며 지역 제조AI 생태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조 공장장은 “제조업 규모가 큰 기업이 많고 도 차원의 지원도 잘 돼 있어 경남이 다른 지역보다 AI 전환이 빠른 편”이라며 “우리는 그 생태계 안에서 현장을 제공하는 수요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봇 한두 대가 돌아다녀야 AI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며 “데이터를 잘 모으고, 판단할 AI를 붙이고, 나중엔 로봇까지 연결하면 전체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지엠비코리아가 그리는 스마트 공장은 아직 공사 중이다. 하지만 바닥을 달리는 AMR 2대는, 그 긴 여정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하은 기자 eundori@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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